모하메드 엘-에리언, “연준 독립성 지키려면 파월 의장 스스로 사임해야”

[워싱턴 D.C.]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이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에게 자진 사임을 촉구했다. 그는 파월 의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5년 7월 22일, CNBC뉴스 보도에 따르면, 엘-에리언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만약 파월 의장의 목표가 연준의 운영상 자율성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그는 사임해야 한다”고 적었다.*1

엘-에리언은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퀸스 칼리지 학장 겸 알리안츠의 최고경제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피묵(Pimco)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로 활동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소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만일 파월 의장의 임기가 2026년 5월까지 보장된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유임시키면, 연준이 직면한 독립성 훼손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글을 엘-에리언은 X에 남겼다.

그는 파월 사임이 ‘퍼스트 베스트(first best)’―가장 바람직한 선택지는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현 상황에서 연준이 처한 증대하는 광범위한 위협을 고려할 때 차선책으로서 사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연준 독립성에 드리운 그림자

최근 미 행정부 인사들이 연준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재무장관 스콧 베슨트는 연준이 본연의 통화정책 범위를 넘어선 ‘미션 크리프(mission creep)’ 현상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2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연준 전체에 대한 전면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이 파월 의장을 향해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지난해 12월 이후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을 두고 파월을 거듭 비판해 왔다. 파월 의장은 ‘대규모 관세 부과 계획’이 경제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당분간 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 용어 해설

연준 독립성(Fed Independence)은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이나 단기적 인기영합 정책으로부터 자유롭게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독립성이 훼손되면 물가 안정, 금융시스템 안정 등 장기적인 정책 목표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미션 크리프(Mission Creep)는 조직이 원래 부여받은 임무를 넘어 새로운 분야로 활동 범위를 점차 확장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군사·정책·기업 영역 모두에서 쓰이며, 과도한 확장은 조직의 전문성 및 효율성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 시장과 정책 전망

엘-에리언의 발언은 월가의 전반적 분위기와 배치된다. 대다수 시장 참여자는 파월이 2026년 5월까지 임기를 완수하길 바라며, 정치적 개입보다는 “점진적 금리 인하 시나리오”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 인하 압박을 본격화할 경우, 연준의 정책 신뢰도와 장기 국채금리가 동시에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시나리오가 주목된다:
① 파월 유임 + 정치 압박 지속 → 정책 신뢰도 저하, 변동성 확대
② 파월 사임 + 후임 지명 지연 → 정책 공백, 단기 시장 충격
③ 파월 사임 + 정치적 인사 임명 → 금리 결정의 정치화, 달러 가치 변동

엘-에리언은 첫 번째 시나리오보다 두 번째가 “차악(次惡)이지만 불가피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중앙은행의 제도적 자산(institutional capital)을 지키는 일이 단기 금리 조정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엘-에리언의 주장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중간 수준’으로 평가하면서도, 연준 의장 교체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스프레드 확대달러화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기자 해설

엘-에리언의 등장은 단순한 사임 촉구를 넘어, 통화정책의 정치화라는 구조적 위험을 환기시킨다. 미국 대선 국면에서 중앙은행을 둘러싼 정치적 간섭은 더욱 거세질 공산이 크다. 한국 역시 한은 금통위 구성·정부와의 관계 설정에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만큼, 연준의 사례는 중요한 선행지표가 될 수 있다.

향후 일정으로는 7월 말 FOMC 정례회의, 8월 잭슨홀 심포지엄, 9월 연준 의장 의회보고가 예정돼 있다. 각 이벤트에서 파월 의장의 거취·정부와의 긴장도가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와 정책 당국 모두 ‘독립성’ 지표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논쟁은 “누가 금리를 결정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 들었다. 시장이 원하는 답은 명확하다. 법률로 보장된 중앙은행의 자율성을 지키는 것, 그리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