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모테기 도시미쓰 전 일본 외무상은 10월 4일 예정된 집권 자민당(LDP) 총재 선거에 출마하며, 일본은행(BOJ)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모테기는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인 정책 방향은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점차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탈출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구체적인 통화정책 결정은 일본은행의 책무”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통화정책의 미세 조정은 독립성을 지닌 BOJ의 판단에 달려 있다.” —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은 10월 4일 당 총재를 선출해 퇴임 예정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대체할 예정이다. 총재 선거 승자는 통상적으로 국회 인준을 거쳐 차기 일본 총리로 취임하지만, LDP와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Komeito)이 현재 양원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국회 표결 변수도 작용할 전망이다.
경제 활성화 방안에 관해 모테기는 기업의 현금 보유를 설비·연구 투자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위한 특별 기금을 설립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민간 부문 투자 확대→내수 확대→임금·가격 상승이라는 선순환을 목표로 한다.
연정 확대 구상도 제시했다. 모테기는 “외교·안보·에너지·헌법 등 핵심 사안에 동의할 수 있는 정당과 손잡겠다”며 국민민주당(DPP)과 일본유신회(維新)를 잠재적 파트너로 언급했다.
초완화적 통화정책이란?
‘초완화적 통화정책(ultra-easy monetary policy)’은 장기간 제로(0) 혹은 마이너스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거액의 자산 매입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극대화하는 정책 기조를 뜻한다. 일본은행은 2013년 이후 양적·질적 금융완화(QQE)와 2016년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디플레이션과 성장의 딜레마
디플레이션은 일반 가격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기업 수익과 임금이 줄고, 소비·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을 의미한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장기 디플레이션을 겪어 왔으며, 정상화 시기·속도는 내수여건·임금상승률·세계 경기 등 복합 변수에 좌우된다.
정치 지형과 시장 영향
총재 선거 결과는 2026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의 후임 인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BOJ 의사결정이 ‘정치적 압력’과 거리를 유지할지, ‘정책 조율’ 명분 아래 여권 청사진과 궤를 맞출지가 투자자들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금융시장은 ‘점진적 정상화’ 발언이 엔화 강세 기대와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다만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과 중국·미국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 BOJ가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 시각
국내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모테기 후보가 경제·외교 모두 ‘실용주의’를 앞세우고 있어 ‘정책 일관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환율·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도기를 비교적 완만하게 관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종합하면, 모테기 도시미쓰 후보가 꺼내든 ‘BOJ 점진적 정상화’ 카드는 LDP 총재 선거 과정에서 통화·재정 정책의 조화를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10월 4일 투표 결과와 이후 국회 인준 절차가 일본 경제·시장 심리에 미칠 영향을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