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대규모 투자 축소 발표…러시아 지역 재정의 심각한 균열 드러나

모스크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투자 프로그램 축소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분쟁이 5년 차에 접어든 가운데 지역 재정 여건이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2026년 3월 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장 세르게이 쇼비아닌(Sergei Sobyanin)은 그의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통상 새 도로와 지하철 개통 소식을 전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예외적인 재정 운용 상황을 공개했다.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 계획한 6.5%보다 낮은, 지난 두 달간 수입 증가율이 2%로 둔화됐다

고 쇼비아닌 시장은 밝히며, 2026년 투자 규모를 1.2조 루블에서 10% 삭감하고 지방 공무원 인력을 15%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핵심 수치와 배경

모스크바의 2026년 예상 수입은 약 6조 루블로 추정되며, 이는 러시아 GDP의 2%를 조금 넘는 규모다. 다수의 러시아 기업들이 본사를 수도에 두고 있어 법인세와 기타 세수가 모스크바로 집중되는 구조는 오랫동안 경제적 불균형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연방 정부는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로 뒷받침되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연방 예산 적자와 부채 수준을 강조하면서 제재 충격에 대한 완충 장치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연방과 지역을 합친 통합(연결) 예산을 보면 분위기는 다르다. 2025년 통합 예산 적자8.3조 루블(국내총생산의 3.9%)로 2024년보다 2.6배 확대되었고, 이는 연방 차원의 2.6% 적자율을 크게 상회한다.

지역 차입 비용 상승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연방 차원의 부채는 통제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는 사실상 지역들을 상업은행의 보다 비용이 높은 차입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로이터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연방 예산에서 지역에 지원하는 우대성 대출의 비중은 2024년 78%에서 2025년 67%로 하락비싸진 상업은행 차입의 비중은 세 배로 급증

석유·가스 관련 세수와 부가가치세(VAT)는 연방 수입의 중심을 이루며, 부가가치세는 통상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간주된다. 반면 지역 재정은 법인세와 개인소득세에 더 의존하는 구조여서 경제 둔화에 민감하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2025년에 신용정책을 긴축하면서 러시아 경제는 2025년 경기 둔화를 경험했다.

지역 재정의 악화 징후

러시아 감사원(또는 회계감사기관)의 2025년 말 보고서는 지역 적자 확대를 기업 이익 약화와 연관 지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11월 기업 이익은 5.5% 감소했다. 적자 지역 수는 2024년의 50개에서 2025년 74개로 증가했으며, 지역 총지출은 9% 증가한 24.1조 루블, 수입은 4% 증가한 22.6조 루블을 기록했다.

전국 89개 지역 가운데 올해 흑자 예측 지역은 4곳에 불과Expert RA는 추정했다. Expert RA는 2026년 지역들의 총합 적자가 1.7조 루블로 2025년 대비 1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석탄 채굴 등 어려움이 심한 산업에 의존하는 지역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출 삭감과 사회적 부담

전문가들은 경제성장이 재개되지 않으면 일부 지역은 인프라와 개발 관련 지출을 우선적으로 삭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경제학자 나탈리아 주바레비치(Natalia Zubarevich)는 “성장이 재개되지 않으면 일부 지역은 특히 인프라와 개발 분야의 지출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모스크바에서 자원봉사로 우크라이나 전투에 참여한 이들에게 지급하는 관대한 보수(첫 해 기준으로 1인당 500만 루블을 초과)와 그 가족에 대한 지원금도 지역 예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지역 당국들이 2025년 말에 예산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방채(뮤니시펄 본드) 발행을 확대했다고 밝혔으며, 11월과 12월 발행 규모는 2021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용어 설명

• 통합(연결) 예산(consolidated budget): 연방정부와 모든 지역(주·도 등)의 예산을 합산해 집계한 것으로, 국가 전체의 재정 상태를 보다 포괄적으로 보여준다.

• 국부펀드(National Wealth Fund): 정부가 외환보유액이나 에너지 수출로 얻은 초과 수입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펀드로, 경기 침체나 재정 위기 시 예산의 완충 역할을 한다.

• 우대성 대출(concessional loans): 중앙정부가 지역에 낮은 이자 또는 상환 조건으로 제공하는 대출. 비우대성, 상업은행 대출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 지방채(뮤니시펄 본드): 지역 정부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시장 상황에 따라 이자율이 높아질 수 있어 지역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향후 영향과 전망

단기적으로는 모스크바의 투자 삭감과 지역 지출 압박이 건설·인프라 프로젝트의 지연 또는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건설, 자재, 설비 공급업체와 관련 노동시장은 수요 감소의 영향을 받게 된다. 또한 지역의 비용이 높은 상업 차입 비중이 커지면 지역 재정의 이자비용 상승 → 재정지출 제한 → 추가 경기 둔화라는 악순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지방채 발행 확대가 단기적으로 지역 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했지만, 상업은행 차입 증가와 높은 금리는 장기적 신용비용을 악화시키며 민간부문의 대출 여건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는 투자 감축과 고용 악화로 이어져 소비 부진을 심화시킬 소지가 있다.

중앙정부는 예비 재정(예: 국부펀드)을 고갈시키지 않기 위해 대규모 긴축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되었다. 긴축이 단행되면 연방 차원의 지출도 제약을 받아 경기부양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재정 건전성 유지를 우선하면 단기 성장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책적 선택의 여파

정책 당국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지역 간 불균형 확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연방정부가 추가적인 지원을 확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역들은 자구 노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인프라 지연과 사회복지 축소로 이어져 지역 불만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중앙정부가 국부펀드 등을 동원해 지역 지원을 늘리면 단기적 재정 압박을 완화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재정 여건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결론

모스크바의 투자 축소 발표는 단순히 수도의 재정 운용 변화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 전역의 재정 구조적 문제와 연계된 신호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지역 재정의 악화, 상업 차입 의존도 확대, 통합 예산 적자 확대는 향후 러시아 경제의 성장 경로와 사회정책 운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관련 지표와 정책 대응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1 = 78.5000 루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