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뉴욕]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하며 다섯 차례 연속 같은 결정을 내렸다. 연준 위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의 여파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을 ‘관망’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2025년 8월 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차입 비용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신중한 조치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예년보다 반대 의견이 많은 것이 특징이었으며, 관세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좀 더 지켜보자’는 태도를 고수했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이중 책무를 안고 있다. 그러나 최근 통계는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서 가격 상승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음을 가리킨다. 이는 금리를 더 오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할 명분을 뒷받침한다.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오를지, 또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세 발(發)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한 물가 지표로 확산될지 여전히 불명확하다.” — 모건스탠리 리서치 노트
반면 노동시장은 둔화 신호가 뚜렷하다. 7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NFP)은 시장 기대치를 큰 폭으로 밑돌았고, 앞선 두 달 수치도 대폭 하향 수정됐다. 실업률도 소폭 상승해, 고용시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란 초기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론적으로는 고용 둔화가 금리 인하 명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가장 최근 FOMC에서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우먼 두 연준 이사는 ‘고용 우려’를 이유로 금리 인하에 표를 던졌다. 그러나 다수 위원은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더 크다고 봤다.
모건스탠리의 세스 카펜터 수석이코노미스트 팀은 “물가 상승이 연말까지 연준의 더 큰 고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월가 대다수 증권사와 달리 2025년 안에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 수요 둔화는 하방 위험이지만, 인플레이션은 목표치를 상회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세스 카펜터 외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 관련 변수와 부진한 고용지표가 겹치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9월 인하 확률은 약 88%까지 뛰었다.
● 용어 설명 및 배경
관세(Tariff)는 국가가 특정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적자 해소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여러 교역 상대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왔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통화정책 결정 시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CME FedWatch Tool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fed fund 선물가격을 실시간 분석해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하는 연방기금금리 인상·인하 확률을 계산해 주는 서비스다. 투자자·애널리스트가 연준의 향후 행보를 판단할 때 자주 인용한다.
● 전망 및 전문가 시각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2%)를 상회하는 가운데, 관세가 추가로 물가를 밀어 올린다면 연준이 서둘러 금리를 내리긴 쉽지 않다. 특히 서비스·주거비 등 고착적(permanent) 성격의 물가 항목이 연쇄적으로 오를 경우, 한 차례 금리 인하로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누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노동시장이 더 급격히 냉각되면 연준은 정책 실수(policy mistake)를 피하기 위해 완화 카드로 돌아설 수도 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고용지표가 한두 달 부진했다고 해서 대세 전환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연준이 중시하는 임금 상승률이 아직 견조하다는 점도 당장의 금리 인하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멀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시장과 중앙은행, 그리고 월가 리서치 기관 간 ‘시각 차이’가 지속되는 만큼, 9월 FOMC 전 발표될 8월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향후 금리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결과가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벗어날 경우 채권 금리·달러 지수·주식 지수까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 결론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고용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난감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연말까지는 인플레이션 대응이 우선”이라며 금리 동결을 예상했지만, 시장은 이미 9월 인하 시나리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양측 중 누구의 판단이 옳았는지는 향후 몇 달간 공개될 경제지표가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