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Morgan Stanley)가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에쿼티젠(EquityZen)을 전격 인수한다고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월가 대형 금융기관이 고성장 스타트업 투자를 원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프리(Pre) IPO기업공개’ 시장으로 적극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투자은행 업계가 공모시장 밖에서 빠르게 팽창하는 자본 흐름을 포착하려는 최근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모건스탠리는 플랫폼 소유를 통해 수수료 확보, 비상장 기업의 밸류에이션 데이터 축적, 고액자산가·기관 고객과의 관계 강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복안이다.
에쿼티젠은 2013년 설립 이래 800,000명 이상의 등록 이용자와 450여 개 비상장 기업을 아우르며 총 49,000건 이상의 거래를 중개했다. 이용자는 스타트업 직원·초기 투자자·벤처캐피털 등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을 유동화하고자 할 때 플랫폼을 통해 매수자와 연결된다.
“공·사(公·私) 시장 경계, 갈수록 희미”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프라이빗 마켓 총괄 마이클 개바이저(Michael Gaviser)는 “20 만 명이 아닌, 2천만 명 고객이 비상장 시장 노출을 원하고 있다”며 “에쿼티젠은 공급과 수요를 이어주는 핵심 고리”라고 강조했다.
최근 오픈AI(OpenAI), 스페이스X(SpaceX), 바이트댄스(ByteDance) 등 거대 스타트업들이 증시 상장을 미루면서 기업가치가 S&P500 다수 종목을 뛰어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비상장 지분이 사실상 대형 상장주에 필적하는 ‘시장 영향력’을 갖추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스타트업 지분관리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 카르타(Carta), 그리고 종업원 스톡플랜(주식보상) 관리 전문 솔리움캐피털(Solium Capital)과도 잇따라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이번 인수는 해당 생태계를 일원화해 ‘모건스탠리 프라이빗 마켓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큰 그림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Atish Davda | EquityZen 공동설립자 겸 CEO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 기회를 놓치면 투자자는 성장 과실을 상당 부분 포기하는 셈이다.”
다브다는 “카르타 및 솔리움캐피털과의 통합이 완료되면 모건스탠리 고객에게 더욱 다양한 사모투자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용어로 읽는 뉴스〉: 프리 IPO·세컨더리 거래란?
‘프리(Pre) IPO’란 기업이 공식적으로 상장하기 전 단계에서 기존 주주(임직원, 초기 VC 등)가 보유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거나, 신주 발행 없이 지분만 교환되는 일련의 세컨더리 거래를 의미한다. 공모가 결정되기 전에 기업가치가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자는 높은 리스크를 부담하는 대신 조기 진입에 따른 잠재적 초과수익을 노릴 수 있다.
세컨더리(Secondary) 시장은 ‘2차 거래 시장’으로도 불린다. 해당 기업에 대해 이미 투입된 자본이 다시 거래되는 구조이므로, 투자금이 기업 운영으로 직접 유입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유동성이 부족했던 비상장 지분에 가격(밸류에이션) 형성 메커니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임직원들의 보상 체계 및 투자 회수 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래 조건 및 일정
모건스탠리는 에쿼티젠 인수 금액 및 지분 구조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계약은 2026년 초 완결될 예정이며, 금융·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치게 된다. 양사는 인수 이후에도 에쿼티젠 브랜드를 존속시켜 독립적 플랫폼 운영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인수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프라이빗 에쿼티 대중화’ 트렌드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비상장 자산 가치 변동성과 정보 비대칭 문제를 지적하며, 대형 IB(투자은행)의 플랫폼 진입이 중소 브로커리지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필자는 모건스탠리의 이번 결정을 ‘사모투자 시장의 리테일화(retailization)’의 상징적 사건으로 본다. 과거에는 벤처캐피털·패밀리오피스 등 극소수 기관만 접근할 수 있던 비상장 지분 투자가, 대형 금융기관의 온·오프라인 플랫폼 편입을 통해 일반 자산가에게도 개방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규제기관의 리스크 관리 수준이 어느 정도로 설정되느냐. 둘째, 플랫폼 내 유동성이 대형 상장시장에 준하는 깊이를 확보할 수 있느냐.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어떻게 재조정되느냐이다. 이 모든 요소가 비상장 자산 가치 평가 모델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모건스탠리의 ‘에쿼티젠 합병 카드’는 자신들의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포트폴리오를 한층 다변화해, 장기간 침체된 기업공개 시장에서도 성장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