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추가 상승을 쫓기보다는 헤지(위험 회피)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리사 샬렛(Lisa Shalett)은 온라인 메모에서 “표면적으로는 강세장처럼 보이지만, 노동시장 둔화·기업 실적 편중·인플레이션 재확산이라는 세 가지 숨은 위험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 노동시장 둔화(LABOR MARKET MOMENTUM SLOWS SHARPLY)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Non-farm payrolls)은 월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3개월 이동평균 기준 3만5,000명에 그쳤다. 이는 연초 월평균 15만 명 수준과 비교하면 가파른 하락세다. 이어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4월 이후 꾸준히 늘고 있으며, 기업의 채용률(Hiring Rate)도 2020년 팬데믹 직후 저점으로 후퇴했다.
여기서 말하는 “비농업 부문 고용”은 농업을 제외한 광공업·서비스업 종사자 수 변동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의 체력을 가늠하는 핵심 선행지표로, 고용 둔화는 소비 위축→기업 매출 감소→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예의주시한다.
2. 기업 실적 편중(CORPORATE EARNINGS MASK UNEVEN PERFORMANCE)
S&P500 상장사 중 80%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지만, 이른바 “매그니피션트 세븐(Magificent Seven)” 대형 기술주들이 연간 26%의 폭발적 성장률을 기록한 데 반해 나머지 493개 종목은 사실상 정체 상태다. 업종별로도 정보기술·커뮤니케이션 서비스·금융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달성하지 못해, 실적 랠리의 폭이 눈에 띄게 좁다.
특정 초대형주 의존도가 커질수록 지수는 단기간 급등할 수 있으나, 작은 변수에도 급락 폭이 확대되는 집중 리스크 (Concentration Risk)가 커진다.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이 헤드를 흥겹게 끄덕이며 실적 호조를 받아들이는 사이, 지수 구조 자체가 취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3. 인플레이션 압력(INFLATION PRESSURES ARE MOUNTING)
시장에 잠복한 세 번째 변수는 가격 압력 재확산이다.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적 10% 관세 인상에 이어 최근에는 평균 18%까지 관세를 거의 두 배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원가 상승→소비자물가 반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6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는 전월 대비 연율 2.9%로 확대돼 5월(2.8%)보다 높아졌다. 더불어 시장 기대 인플레이션(Breakeven Inflation Rate)도 연초 ‘디스인플레이션 공포’ 당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모건스탠리는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길 경우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가 꺾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안 포트폴리오 전략(REAL ASSETS, INTERMEDIATE-DURATION BONDS MAY OFFER CUSHION)
보고서는 리스크 분산을 위해 금·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에너지 인프라 등 실물자산(Real Assets) 비중을 확대하라고 조언했다. 동시에 중기(5~7년 만기) 투자등급 채권, 신흥국을 포함한 국제 주식, 헤지펀드·세컨더리 펀드 같은 대체투자를 병행해 변동성에 대비하라는 제안도 포함됐다.
“지수만 보면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균열이 확대되고 있다. 추격 매수보다 방어적 균형이 필요한 시점” —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 CIO
전문가 시각과 시사점
필자는 세 가지 리스크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변동성 급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고용 지표 악화가 소비 둔화로 연결되면 이익 전망까지 하향 조정될 수 있다. 또한 관세·원자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논의가 재점화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차익실현과 옵션 전략(풋옵션·콜스프레드)을 통해 하방 리스크에 대비하는 한편, 달러 약세 국면에 들어설 경우를 대비해 환헤지된 해외 자산으로 분산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용어 해설
1 매그니피션트 세븐: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 등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술 대형주를 일컫는 용어다.
2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 물가연동채(TIPS)와 일반 국채 수익률 차이를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향후 인플레이션 수준을 추정한 지표다.
3 세컨더리 펀드: 사모펀드 투자 지분을 중도 매각·인수하는 시장을 가리키며,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된다.
결국, “강세장에 안주하지 않고 위험을 면밀히 살피는 접근”이 장기 수익률을 지키는 핵심이라는 점이 이번 보고서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