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2026년 4월 13일 (로이터) — 중동 전쟁으로 인한 충격이 이탈리아의 경제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에너지 수입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2027년 총선을 앞둔 정부·재정 불안 가능성이 맞물리며 이탈리아 국채(이하 국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되고 있다. 2026년 3월에 단기물인 2년물 국채 수익률이 한 달간 75bp(0.75%포인트) 급등했는데, 이는 2022년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이며 프랑스·스페인·독일보다 최소 10bp 더 큰 폭이다.
2026년 4월 13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4월 초 발표된 2주간의 휴전 소식이 채권시장에는 다소 숨통을 틔워줬지만, 이탈리아 채권 수익률은 여전히 전쟁 발발 이전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현재 10년물 벤치마크 BTP(이탈리아 정부채) 수익률은 약 2.76%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상승한 금리가 완전히 되돌려지지 않았다.
휴전 소식 이후에도 채권 조달비용은 4월 10일 실시된 경매에서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한때 시장의 신임을 얻어 2022년 취임 이후 안정성과 비교적 신중한 예산정책으로 호의적 평가를 받아 온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 총리의 ‘허니문 기간’도 점차 약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 침체(리세션) 전망
런던 소재 에너지 연구기관인 에너지 인스티튜트(Energy Institute)는 이탈리아가 가스 수입 의존도가 38%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경제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탈리아는 페르시아만을 통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규모가 EU에서 가장 크다. 컴머즈방크(Commerzbank)의 금리전략가 하우케 지엠센(Hauke Siemssen)은 “에너지 가격이 장기간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있다면 투자자들은 이탈리아의 성장전망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은행은 올해 상반기 유로존의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기술적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란 사태 이후 이탈리아 10년물 BTP 수익률은 3월에 약 80bp 상승했으며, 이는 동기간 프랑스 10년물(약 60bp 상승)과 독일 분트(약 45bp 상승)보다 큰 폭이다.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10년물에 요구하는 프리미엄, 즉 스프레드는 잠시 100bp를 넘어서며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이탈리아가 공공부채 조달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함을 의미한다. 2025년 기준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GDP 대비 137%로 유로존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현재 이탈리아 10년물은 유로존 21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용어 설명
일반 독자들이 생소할 수 있는 핵심 용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BTP’는 이탈리아 정부가 발행하는 장기 국채(Buoni del Tesoro Poliannuali)를 의미한다. ‘스프레드(spread)’는 투자자들이 안정적 채권(보통 독일 분트)을 기준으로 특정 국가 채권에 대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정도를 가리키며, 스프레드 확대는 그 국가의 채무조달 비용 상승과 투자심리 약화를 뜻한다. 또한 ‘기술적 경기침체(technical recession)’는 GDP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LNG’는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를 말하며, 해상으로 수송되는 천연가스 형태다.
정치 리스크 확대
이탈리아의 문제는 단지 경제적 요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달 사법개혁을 둘러싼 국민투표에서 참패했으며, 그 직후 몇몇 장관을 해임했다. 그중 두 명은 금융 또는 마피아 관련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유지돼 온 이탈리아의 정치적 안정성은 흔들리는 모양새이며, 2027년 총선에서 멜로니 연임 가능성에 대한 기존의 광범위한 가정도 약화되고 있다.
정치리스크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은 고객보고서에서 멜로니의 입지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기관은 국민투표 패배가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성과를 앗아갔고, 상당수의 유권자가 정부에 반대해 결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재정정책의 향방과 EU 규율
이 같은 정치·안보적 압박은 이탈리아의 재정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일부 분석가들은 멜로니 총리와 재무장관 지안카를로 조레티(Giancarlo Giorgetti)가 이란 전쟁이 지속될 경우 유럽연합(EU)에 예산규칙 유예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EU는 이들 요청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 프란치스카 팔마스(Franziska Palmas)는 “사법개혁 국민투표, 2027년 선거 접근, 에너지가격 상승의 결합은 정부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재정완화 쪽으로 정책을 틀 유인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멜로니 정부의 재정 여력은 제한적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이탈리아의 재정적자율은 GDP 대비 3.1%로 정부 목표치인 3.0%를 소폭 초과했다. 이는 이탈리아가 올해 ‘과도한 재정적자’ 절차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올해 적자율이 정부 목표인 2.8% 대신 3.5%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 전망과 잠재적 영향
전문가들은 중동 불안이 해소되더라도 투자자들의 이탈리아 채권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컴머즈방크의 지엠센은 BTP-분트 스프레드가 다소 좁혀질 수는 있겠지만 이란 전쟁 이전의 수준까지 회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서 스프레드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결과적으로 로마의 채무 조달비용은 장기간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이는 내년 이후부터 공공지출·세제·사회복지정책에 제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환율·국채수익률의 향후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중동 정세가 안정화되고 유럽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차츰 회복되면 단기적으로는 이탈리아 채권 수익률과 스프레드가 완화될 수 있다. 둘째, 정치 불안이 심화되거나 2027년 선거 전후로 재정정책이 완화되면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상승하고 스프레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EU가 재정규율을 유지하며 제재적 접근을 지속할 경우 이탈리아는 예산목표 준수를 위해 긴축을 택할 수 있으나, 이는 성장 둔화로 이어져 채권시장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결론
종합하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내년대선(2027년)을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이 결합되어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투자 심리 약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휴전과 같은 외부 충격 완화로 금리가 일시 안정될 수 있으나, 정치·재정 리스크가 지속되는 한 이탈리아 채권이 유로존에서 가장 취약한 자산군이라는 인식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참여자들은 향후 수익률과 스프레드의 변동성을 염두에 두고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핵심 수치 요약: 2026년 3월 2년물 수익률 +75bp(월간), 이탈리아 공공부채 137% GDP(2025), 2025년 재정적자 3.1% GDP(목표 3.0%), 캐피탈 이코노믹스 추정 2026년 적자율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