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 교통부가 멕시코 항공사 13개 노선의 미국 운항 승인을 취소하고, 멕시코시티 펠리페 앙헬레스 국제공항(AIFA)에서의 여객·화물 혼합 운항을 중단시키기로 한 조치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번 일방적 조치의 근거를 검토하기 위해 멕시코 외교장관과 미국 국무장관 간 회동을 요청할 것”이라며 “상호 이해에 기반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이번 주 금요일 멕시코 항공사 경영진을 직접 만나 업계의 시각을 청취하겠다”며 이 문제를 긴급 현안으로 다룰 방침을 강조했다.
■ 미국 교통부의 조치 배경
앞서 29일 숀 더피(Sean Duffy) 미국 교통부 장관은 “멕시코 정부가 지난 3년간 미국 항공사 노선을 불법적으로 취소·동결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교통부는 2022년부터 멕시코가 양자 항공협정(Bilateral Aviation Agreement)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해 왔다. 당시 멕시코 정부는 미국 여객항공사의 슬롯을 회수하고, 미국 화물항공사에게 운항 거점을 AIFA로 이전하도록 강제했다.
* 참고: 슬롯(slot)은 특정 시간대 공항 이착륙 권리를 뜻한다. 주요 국제공항에서는 슬롯 조정이 항공사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 간 협정 위반 여부가 민감한 외교·통상 쟁점으로 떠오른다.
■ 멕시코 항공업계의 반응
멕시코 저비용항공사 볼라리스(Volaris)는 성명을 통해 “조치의 구체적 영향 범위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AIFA와 미국 노선 간 화물 사업 비중이 미미해 화물 규제는 제한적 영향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멕시코 항공사들도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정부와 업계가 공동 대응 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양국 항공분쟁의 함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 노선 문제를 넘어 미·멕시코 교역·관광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항공노선 축소는 양국 간 승객·화물 이동에 제약을 주어, 관광·물류·제조업 공급망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FA는 2022년 3월 개항한 신공항으로, 멕시코 정부가 기존 멕시코시티 국제공항(MEX)의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육성 중인 거점이다. 그러나 원거리·접근성 문제로 국제항공사 유치에 난항을 겪어 왔으며, 미국의 신규 제한은 공항 활성화 목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 분쟁 절차와 전망
양국 정부는 양자 항공협정에 따라 이견이 있을 경우 외교 채널을 통해 해결 절차를 밟게 돼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이 직접 고위급 회의를 요청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외교·법률적 협상 국면이 전개될 전망이다.
멕시코 측은 “미국 조치가 비례원칙·상호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은 “멕시코가 협정을 먼저 위반했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어, 협정 해석을 둘러싼 첨예한 공방이 예상된다.
■ 기자 관전평
이번 갈등은 항공노선 문제를 넘어 경제적 주권과 공항 인프라 정책이 맞물린 대표적 사례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경제 성장과 주권 수호”를 병행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미국과의 무역·투자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강경 대응’과 ‘실리적 협상’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AIFA를 둘러싼 초기 설계·위치 논쟁이 재부각되면서, 멕시코 국내에서도 공항 정책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회담 결과가 양국 항공산업뿐 아니라 북미 공급망 재편 논의에 어떤 파급을 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