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美 관세 90일 유예 확보…새 무역협정 협상 돌입

멕시코시티발 — 멕시코 대통령 클라우디아 세인바움이 90일간의 관세 유예를 확보하며 새로운 양자 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 세인바움 대통령은 3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 같은 합의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로 8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던 30% 추가 관세가 일단 멈춰 섰다. 멕시코 정부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국과 구체적인 무역협정을 조율하게 되며, 이 기간 동안에는 이미 부과 중인 25% 관세만 유지된다.

세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틀을 지켜내는 동시에 우리 수출 기업들에 대한 법적 확실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USMCA의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는 상품은 25% 관세 면제 범위에 그대로 포함돼, 대미(對美) 수출 물량의 상당 부분이 보호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떠한 양보도 없이 이뤄낸 성과다. 대미 수출 경쟁력을 지켜냈다.” —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

에브라르드 장관은 동일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장기적 무역질서를 재설정할 길목에 서 있다”며 “이번 90일간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멕시코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미국 시장 접근권을 계속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배경 설명: USMCA·원산지 규정·펜타닐 사태

USMCA는 2020년 발효된 북미 3국 자유무역협정으로, 상품 교역의 원산지 규정을 엄격히 해 자동차·철강·농산물 등에 대한 관세 혜택을 부여한다. 멕시코 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대미 수출의 약 85%가 이 규정을 충족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펜타닐 확산의 책임을 부분적으로 멕시코에 돌리며 2025년 초 25% 보복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펜타닐은 강력한 합성 마약으로, 미국 내 과다복용 사망 원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을 통해 유입되는 펜타닐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며 관세 부과를 정당화했다. 이에 대해 멕시코 정부는 마약 단속 강화와 동시에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왔다.

교역 구조와 국내 경제의 파급효과

멕시코는 미국 최대의 제조업 공급망 파트너 중 하나로, 자동차, 전자, 농산물 수출 의존도가 높다. 30% 관세가 예정대로 발효됐다면 자동차 부품 가격 상승과 함께 국내 고용 위축이 우려됐다. 이번 유예로 멕시코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보류하지 않고 생산 라인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90일 협상 기간 동안
USMCA와 조화를 이루는 부속 합의 마련,
멕시코 내 마약 단속 강화에 대한 측정 가능 지표 설정,
관세 완화와 맞바꿀 미국 내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등이 논의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만 구체적 조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향후 일정과 전망

세인바움 대통령은 8월 중순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회담할 계획이다. 멕시코 의회는 90일 협상 결과를 법률로 승인해야 하며, 합의문이 USMCA와 충돌할 경우 추가 개정도 검토된다. 관세가 재개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멕시코 정부는 “발효 중단을 영구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합의는 북중미 공급망 재편,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에도 긍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비용 부담을 안고 있던 일부 기업들에는 생산 구조 개선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정리하자면, 멕시코는 관세 폭탄을 피하며 협상 시간을 벌어 대미 교역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90일 후 최종 합의가 이뤄질 경우, 양국 경제 및 북미 무역 질서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