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AI 인재 영입 폭풍 지출에 제동…신규 채용 일시 중단

파리 비바테크놀로지(Viva Technology) 컨퍼런스 전시장에 걸린 메타(Meta) 로고가 2025년 6월 11일(현지시간) 포착됐다. 사진=Gonzalo Fuentes/로이터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가 자사의 새로운 인공지능(AI) 사업 부문에 대한 채용을 전격 중단했다. 이 조치는 최근까지 천문학적 몸값의 연구원·엔지니어를 잇달아 영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던 ‘AI 인재 쇼핑’에 급브레이크를 거는 결정으로 해석된다.

2025년 8월 21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주부터 이 같은 ‘채용 동결(hiring freeze)’을 실행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처음 보도한 데 이어 메타 측도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메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순전히 조직 설계 차원의 일반적 과정”이라며 “올해 대규모 인재 영입과 예산 편성 이후, '슈퍼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구조 정비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메타 내부 AI 조직은 최근 네 개 팀으로 재편됐다. 구체적으로 ① <TBD 랩>으로 불리는 머신 슈퍼인텔리전스 연구팀, ② AI 제품화(Product)팀, ③ AI 인프라(Infrastructure)팀, ④ 장기 연구·탐색(Long-term Exploration)팀이다.

이 네 팀은 통틀어 ‘Meta Superintelligence Labs’라는 새 우산 조직으로 묶인다. 이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인간 최고 지능을 능가하는 AI”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반영한다.


AI 슈퍼인텔리전스란?

‘머신 슈퍼인텔리전스(Machine Super-Intelligence)’는 사람이 해결하기 힘든 추론·창의·분석 업무를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AI를 뜻한다. 일반적인 챗봇·음성비서 수준을 넘어, 과학 연구·신약 개발·우주 탐사 등 고난도 분야에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감한 지출 행보도 눈에 띈다. 메타는 올해 들어 AI 경쟁사 인력을 빼내기 위해 최대 1억 달러(약 1,330억 원) 규모의 계약금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픈AI(OpenAI) 최고경영자 샘 알트먼이 6월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공개한 사실이다.

또한 메타는 AI 스타트업 ‘스케일AI(Scale AI)’의 창업자 알렉산더 왕을 전격 영입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가 스케일AI 지분 49%를 무려 143억 달러에 사들인 초대형 거래였다.

현재 왕은 메타의 AI 연구실을 총괄하며 Llama(라마) 시리즈라 불리는 오픈소스 초거대언어모델(LLM) 고도화를 지휘하고 있다. Llama 모델은 기업·개발자가 자유롭게 수정·재학습이 가능한 구조를 채택해, GPT 계열 모델과 달리 공개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 중이다.

“우리는 최고의 인재를 확보한 뒤, 가장 효율적인 자리에 배치해야 한다.”
— 다니엘 뉴먼(Daniel Newman) 퓨처럼그룹 CEO


과함(過甚)인가, 숨 고르기인가

빅테크 전반이 AI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가운데, 메타의 돌연한 채용 동결은 ‘AI 투자 과속 논란’이 제기되는 시점과 맞물렸다. 이번 주 뉴욕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조정세가 이어졌고, AI 거품론도 수면 위로 부상했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최근 기자단 간담회에서 “AI 시장이 다소 거품(bubble) 상태”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월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댄 아이브스(Dan Ives) 웨드부시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AI 가치사슬에 일부 거품이 생길 수는 있으나, 4차 산업혁명 관점에서 기술주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메타의 ‘지출 축소설’은 과장”이라며 “이번 동결은 대규모 투자를 '소화(digestion)'하는 자연스러운 숨 고르기”라고 분석했다.

뉴먼 퓨처럼그룹 CEO 역시 “메타가 9자릿수(억 달러) 규모로 인재를 영입한 뒤, 성과 측정과 조직 재배치에 시간을 쓰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용어·배경 설명

TBD 랩(To Be Determined Lab)은 이름 그대로 세부 미션이 ‘추후 결정’될 만큼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조직 형태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프로젝트처럼, 명확한 제품보다 ‘개념 증명’에 방점이 찍힌다.

Llama 시리즈는 메타가 2023년 첫선을 보인 오픈소스 초거대언어모델이다. 소스코드를 공개했기 때문에 국내 스타트업도 자체 서비스를 학습·배포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메타의 다음 수(手)

본 기자는 메타의 이번 조치를 ‘선(先)확보·후(後)정비’ 전략으로 본다. 글로벌 AI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인재는 가장 희소한 자원이므로, 일단 높은 금액을 제시해 끌어오고 이후 체계를 다듬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슈퍼인텔리전스 연구는 연구개발(R&D) 비용과 시간 리스크가 크다. 목표 대비 성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조직 슬림화·우선순위 재조정이 필수적이다. 메타가 ▲TBD 랩을 통해 파격 실험을 유지하면서도, ▲제품팀을 통해 즉각 수익화 가능한 솔루션을 출시하려는 이중 전략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채용 동결은 주주 신뢰 회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2022~2023년 ‘메타버스 대규모 투자’로 수익성이 훼손됐던 선례를 의식한 조치로 읽힌다. ※메타는 2023년 ‘효율의 해(Year of Efficiency)’를 선언해 조직·비용을 대대적으로 정리한 바 있다.

결국 메타의 행보는 AI ‘붐’ 속 실리를 확보하려는 절충안이며, 향후 6~12개월 내 Llama 차세대 버전이나 슈퍼인텔리전스 프로토타입의 공개 여부가 시장 신뢰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기사는 CNBC, WSJ, 퓨처럼그룹 등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환율은 1달러=1,330원(2025년 8월 20일 기준)으로 환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