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LO PARK, California / Reuters – 메타 플랫폼스(이하 메타)가 자사 스마트글라스 라인업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 소비자용 신제품을 17일(현지시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이번 신제품이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흥행한 레이밴(Ray-Ban) 시리즈의 기세를 연장할 핵심 카드가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본사(캘리포니아주 메너로파크)에서 열리는 연례 개발자 행사 ‘커넥트(Connect)’ 첫날 키노트에서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첫 스마트글라스와 손 제스처 입력을 지원하는 초기형 손목 밴드를 함께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와 업계 관계자들은 신제품이 프로젝트 코드명 “셀레스테(Celeste)”로 불리며 가격은 800달러(약 107만 원) 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프라다(Prada) 브랜딩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어, 패션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노린 행보로 해석된다. 다만 800달러라는 가격대가 일부 소비자에게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사양과 기능
메타는 이번 모델에 오른쪽 렌즈 내부에 소형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넣어 알림 확인과 같은 기초 작업을 지원하도록 했다. 이미 레이밴과 오클리(Oakley) 스마트글라스에서 제공하던 AI 음성 비서, 카메라 사진·영상 촬영, 핸즈프리 컨트롤, 인스타그램 실시간 스트리밍 기능도 그대로 계승할 전망이다.
메타는 스마트글라스 분야에서 선도적인 행보를 보여왔지만, 고급 AI 모델 출시 속도는 오픈AI·알파벳(구글)보다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AI 칩 투자와 엔지니어 영입에 수십억 달러를 집행하며 ‘인재 전쟁’*을 벌이고 있다. * 인재 전쟁(War for Talent): AI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인력 경쟁.
이번 커넥트 행사는 최근 메타가 직면한 ‘아동 안전’ 논란 속에서 열린다.
로이터는 지난 8월 메타의 챗봇이 아동과 성·인종 관련 도발적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으며, 이달 초 내부 고발자는 “가상현실(VR)이 아동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연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라고 증언했다.
‘슈퍼인텔리전스’와 스마트글라스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현재까지 수십억 달러 손실을 봤다. 그럼에도 그는 AI가 인간 지능을 압도하는 슈퍼인텔리전스 시대를 맞이하면, 항상 사용자의 시야 속에서 세상을 보고 듣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스마트글라스가 ‘최적의 인터페이스’가 될 것이라 강조해 왔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이번 제품을 메타가 2027년 출시를 예고한 ‘오리온(Orion)’ 증강현실(AR) 글라스 청사진의 중간 단계로 평가한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오리온 프로토타입을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이라 표현했다.
IDC의 지테시 우브라니 리서치 매니저는 “얼마 전만 해도 소비자들은 음성 AI가 탑재된 안경을 경험하는 수준이었지만, 최근 몇 분기 사이 디스플레이까지 결합하면서 활용 사례가 확장되고 있다”라며 “다만 디스플레이 내장 AI 안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제품 가용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메타와 구글 등이 향후 18개월 안에 제품을 출시하면 상황이 급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은 올해 5월 미국 안경 브랜드 워비파커(Warby Parker)와 손잡고 AI 기반 아이웨어 라인을 개발한다고 발표했으며, 첫 제품은 2025년 이후 출시될 전망이다. 구글은 이번 협력의 일환으로 워비파커에 최대 1억 5,000만 달러의 지분 투자를 약속했다.
시장 전망
IDC는 AR·VR 헤드셋과 디스플레이 부재(無) 스마트글라스를 포함한 전 세계 출하량이 2025년 39.2% 증가해 1,43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메타가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와 공동 제작하는 레이밴 시리즈에 대한 수요가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용어 설명 및 배경 정보
- 스마트글라스: 렌즈에 디스플레이·카메라·센서를 내장해 정보 확인, 촬영, 스트리밍 등을 지원하는 착용 형태의 컴퓨팅 기기다.
- AR(증강현실): 현실 공간에 디지털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로, VR(가상현실)과 달리 사용자가 실제 환경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다.
- AI 음성 비서: 자연어 이해·생성 모델을 활용해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실시간 처리·응답하는 소프트웨어다.
전문가 한마디
기존 레이밴 시리즈가 ‘패션과 테크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수요를 증명한 만큼, 메타의 첫 디스플레이 내장형 소비자 글라스는 AR 대중화를 앞당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800달러라는 가격대, 아동 안전 논란, 경쟁사 대비 AI 모델 격차 등은 향후 시장 확대의 불확실성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