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애플·구글 넘어 ‘AI 사용자 인터페이스’ 패권 노린다

메타(Meta)가 모바일·디바이스 환경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플랫폼의 주도권을 놓고 애플(Apple)과 구글(Google)에 정면 도전장을 던졌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이언트러스트(Liontrust Asset Management) 혁신투자팀 공동책임자 클레어 플레이델부버리(Clare Pleydell-Bouverie)는 “현재 빅테크 기업 간에는 ‘AI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누가 선점하느냐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메타는 34억8,000만 명에 달하는 일 평균 이용자(DAU)를 보유한 ‘압도적 배포망’을 무기로 삼고 있다“고 CNBC 인터뷰에서 평가했다.

2025년 8월 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사 서비스 일 평균 이용자가 34억8,000만 명(6월 기준)에 달했다고 밝혔다. 플레이델부버리는 “이미 이용자의 ‘주의(attention)’를 선점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메타의 결정적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메타는 최근 수년간 자체를 ‘소셜 미디어 기업’이 아닌 ‘AI 기업’으로 재포지셔닝하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왔다. 특히 데이터센터·전용 반도체 등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본을 집행하고 최고급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올해 6월,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최고경영자(CEO)는 사내에 ‘메타 슈퍼인텔리전스 랩스(Meta Superintelligence Labs)’를 신설해 AI 연구개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지금까지 메타의 AI 활용은 주로 광고 노출 최적화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앱 내 이용자 참여도(engagement) 제고에 집중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소비자 직접 겨냥(Direct-to-Consumer)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메타 AI(Meta AI)’ 챗봇을 왓츠앱(WhatsApp), 인스타그램 등에 통합해 이용자가 자연어로 질문·명령을 내리고 콘텐츠를 탐색하도록 한 것이 대표 사례다.


‘개인화 AI’를 향한 데이터 전쟁

플레이델부버리는 메타가 AI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핵심 근거로 초대형 개인 데이터 세트를 꼽는다. 그는 “AI 제품·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독점 데이터(proprietary data)’라는 점은 잘 알려졌지만, 모든 데이터가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라며 “메타는 34억 명 이상이 생성하는 커뮤니케이션·소셜 포스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는 여타 기업이 접근하기 힘든 가장 사적이며 최신성 높은 소비자 데이터“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메타 플랫폼은 실시간·개인 데이터가 저장되고 거래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 같은 특징이 ‘개인화 AI(Personalized AI)’ 구현의 필수 조건“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AI UI 경쟁의 승부처는 결국 얼마나 개인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느냐”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OS의 벽

그러나 메타의 도전에는 분명 난관도 존재한다. 스마트폰이 여전히 AI 접근의 ‘허브’인 상황에서, 운영체제(OS)를 직접 보유한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상대적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퀼터 체비엇(Quilter Cheviot) 글로벌 테크놀로지 애널리스트 벤 배링어(Ben Barringer)는 “메타는 자체 플랫폼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 다수 앱이 다른 회사 OS 위에서 구동되는 구조”라며 “따라서 OS 보유 기업들이 AI 기능을 시스템 차원에서 밀어붙이기 훨씬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CCS 인사이트(CCS Insight)의 기술 애널리스트 이언 포그(Ian Fogg)도 “‘개인 지능(Personal Intelligence)’ 시대에는 사용자의 기기 사용 패턴과 앱 상호작용 데이터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OS 차원에서 데이터를 수집·통합할 수 있는 애플·구글이 자연스레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에이전틱 AI’와 미래 OS 개념

플레이델부버리는 ‘에이전틱(agentic) AI’라는 개념을 미래 경쟁구도의 결정적 변수로 꼽았다.

“미래의 운영체제는 전통적 앱 구동 환경이 아니라, 사용자를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라고 그는 전망한다. 여기서 ‘에이전틱 AI’란 챗봇·디지털 비서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스스로 일정을 관리하거나 쇼핑·결제 등 구체적 행동을 수행하는 기술을 뜻한다.

한편 이는 2021년 메타가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며 ‘메타버스(Metaverse)’에 주목했던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통해 아바타가 교류·쇼핑·업무를 수행하는 3차원 디지털 공간을 뜻한다. 메타는 VR 헤드셋 ‘퀘스트(Quest)’를 출시하며 생태계 구축에 나섰지만, 현실적으로 현실화가 더딘 탓에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 부문은 분기마다 수십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배링어 애널리스트는 “저커버그 CEO가 메타버스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체 OS를 확보하려는 시도”라며 “메타닷컴(Meta.com) 안에서 메타 AI·소셜·커머스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면, 더 이상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풀이했다.


전문가 관점·향후 변수

전문가들은 메타가 ‘AI UI’ 주도권을 잡으려면 1) 하드웨어 파트너십 확대 2) 개인정보 보호 우려 해소 3) 서비스 간 사용자 경험(UX) 통합이라는 세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개인정보 이슈는 EU ‘디지털서비스법(DSA)’ 등 강화되는 규제 환경과 맞물려 향후 메타 전략의 최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용어 설명
에이전틱 AI: 사용자의 명시적 지시 없이도 스스로 판단·실행하는 ‘행위 중심’ AI. 예를 들어 일정 충돌을 감지해 회의를 재조정하거나, 사용자가 즐겨 찾는 요일·시간대에 자동으로 식료품을 주문하는 기능 등이 가능하다.
메타버스: 가상 현실(VR)·증강 현실(AR) 기술로 구현되는 3D 디지털 세계. 단순 게임·SNS를 넘어 경제·교육·상거래 활동이 이루어지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았으나, 아직 대중화 속도는 더디다.

결론적으로 메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실시간 소셜·커뮤니케이션 데이터라는 강점을 토대로 ‘AI UI’ 전쟁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다만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가 하드웨어·OS·생태계 삼박자를 모두 가진 만큼, 메타의 개인화·프라이버시·하드웨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향후 경쟁력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