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X·링크드인, 이탈리아의 ‘무료 서비스 VAT’ 부과에 공동 항소

[밀라노] 미국 기술 대기업 메타(Meta Platforms)·X·링크드인(LinkedIn)이 이탈리아 정부가 제기한 전례 없는 부가가치세(VAT) 부과 결정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고 사안을 직접 알고 있는 네 명의 소식통이 22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7월 2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세청(Agenzia delle Entrate)은 세 기업이 이용자에게 무료로 플랫폼 접근 권한을 제공하는 행위를 ‘과세 대상 거래’로 간주해야 한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국세청은 회원 계정(access)이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교환되는 만큼, 이는 물적·재정적 대가가 오가는 공급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메타에 8억8,760만 유로(약 1조3,000억 원), X에 1,250만 유로, 링크드인에 약 1억4,000만 유로를 각각 부과했다.

이번 사건은 이탈리아가 과거 다른 기술기업들과 달리 합의(settlement)에 이르지 못하고 정식 조세 재판으로 넘어간 첫 사례다. 이탈리아 내에서 3심을 모두 거치면 평균 10년이 걸리는 만큼, 판결 결과는 EU 27개 회원국 전체의 VAT 정책 방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청·항소 절차

메타·X·링크드인은 3월 세무조사 최종 통지 이후 7월 중순까지 제기된 항소 시한 내에 1심 세무법원(Commissione Tributaria Provinciale)에 각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기업 측은

플랫폼 접근 자체에 VAT를 부과한다는 개념에 강하게 동의할 수 없다

며, 관련 EU 및 현지 법령을 충실히 준수해 왔다고 강조했다.

X(엘론 머스크 소유)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고, 링크드인은 ‘현재 공유할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메타는 ‘당국과 완전히 협력해 왔지만, 무료 플랫폼 접근에 VAT를 부과하는 방안에는 강하게 이견이 있다’고 강조했다.

EU 자문 절차로 번질 가능성

소식통에 따르면 로마 재무부는 다음 단계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부가가치세 위원회에 자문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 위원회는 연 2회 회의를 열어 회원국 질의에 대해 비구속적 의견을 제시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구체적인 쟁점 질의를 작성한 뒤 11월 초 회의에 제출해 2026년 봄 회의에서 의견을 받을 구상이다. 위원회가 ‘부정적’ 의견을 내면 이탈리아가 소송을 철회하고 검찰의 형사조사도 취하할 가능성이 있다.


배경 용어 해설

부가가치세(VAT)는 상품·서비스가 생산·유통·소비 단계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에 대해 과세하는 세금으로, EU에서는 국가 간 거래 왜곡을 막기 위해 세율·징수 방식이 일정 부분 조화(harmonised)되어 있다.

프로파일링 쿠키는 웹사이트가 사용자의 방문 기록·클릭 패턴 등을 저장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기술적 수단을 말한다. 이탈리아 국세청의 논리는 ‘무료 서비스 제공 대가로 개인정보가 교환된다’는 개념을 쿠키에도 확장할 여지가 있어, 항공사·슈퍼마켓·언론사 등 대다수 온라인 사업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전망

조세 전문가들은 만약 이 접근법이 확정될 경우, EU 전역에서 데이터 대가 과세라는 새로운 법적 선례가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미·EU 디지털세 갈등’과도 맞물려 추가 무역 긴장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규제 환경 변화에 민감한 기술기업 주가에 단기 변동성이 커질 소지가 있으며, 특히 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광고 및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환율: 1달러 = 0.8588유로(기사 작성 시점 로이터 고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