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DRAM과 NAND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 국면에서도 주요 하드웨어 제조사 가운데 가장 방어력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됐다. 번스타인(Bernstein)은 애플의 분기 실적에 대한 충격이 “분기당 주당순이익(EPS)에 0.3%”에 그칠 것으로 추산하며, 업계 전반에 걸친 역사적 수준의 원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상대적으로 단단한 실적 견조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그 배경으로 “매우 높은 총마진”과 무엇보다 “메모리 업체들과의 장기 계약(통상 12개월)”을 핵심 완충장치로 지목했다.
2025년 11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번스타인은 최신 메모리 가격 동향과 부품 원가 전가 가능성(pass-through) 이력을 종합 검토한 결과, 애플이 현재의 가격 사이클에서 ‘가장 둔감(immune)’한 포지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애플의 장기 조달 계약은 단기 급등분을 즉각 반영하지 않으면서, 가격 변동의 파고를 시간에 걸쳐 분산시키는 효과를 낸다고 평가했다.
“헤드라인 DRAM과 NAND 가격은 2025년 2분기 이후 각각 104%, 52% 상승했으며, 스팟(현물) 가격은 각각 206%, 59%로 더 가파르다.”
번스타인은 이렇게 요약하며, 헤드라인(거래 지표) 가격과 스팟 가격 모두 급등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는 메모리 공급 타이트닝과 특정 수요 섹터의 재고 축적, 그리고 사이클 상 향(上) 구간이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마크 뉴먼(Mark Newman)은 실제 OEM이 지불하는 DRAM 계약가격이 38%~69%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모바일 DRAM의 비용 인플레이션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NAND 계약가격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5%~16% 상승에 그쳤고, AI 서버용 HBM고대역폭메모리은 “비교적 평탄(relatively flat)”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부품 원가 구조에서 메모리의 비중은 제품군별로 차이가 난다. 번스타인에 따르면, PC는 약 13%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전통적 서버로 12% 수준이었다. 스마트폰(핸드셋)과 AI 서버는 각각 약 8%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메모리가 총제조원가(BOM)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하게 해, 가격 변동이 각 카테고리의 수익성에 미치는 직접 영향의 크기를 유추하는 데 활용된다.
이 같은 배경에서 번스타인은 이번 급등세가 PC·전통적 서버·스마트폰의 총매출원가(COGS)에는 한 자릿수 초중반(low to mid single digit)의 퍼센트포인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AI 서버에는 “무시할 만한 수준(negligible)”의 영향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또 수익성 훼손이 ‘전적으로 일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 사이클에서도 하드웨어 OEM들은 부품비 상승분을 판매가 인상 등으로 상당 부분 전가해왔으며, 서버 총마진은 “DRAM 가격 변동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고 정리했다. 즉, 마진 훼손은 일시적 래깅 효과에 가깝고, 재가격책정(re-pricing) 이후에는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다만, 단기(1개 분기) 압력의 크기는 업체별로 상이했다. 번스타인은 HP Inc.(HPQ)와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가 분기 EPS 기준 최대 19%의 하방 위험에 놓여 있다고 추정했다. 그 뒤를 델 테크놀로지스(Dell)가 6%, HPE가 4%로 이었다. 반면 애플은 “메모리 가격 변동에 가장 둔감(the most immune)”하다고 재확인됐으며, 메모리 비용 상승이 2026년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도 상대적 완충 능력이 유지될 것으로 평가됐다.
핵심 개념 정리: 낯선 용어 간단 해설
– DRAM(Dynamic Random Access Memory): 휘발성 주기억장치로, PC·서버·모바일 등 대부분의 컴퓨팅 기기에서 프로그램 실행에 필수적이다.
– NAND: 비휘발성 플래시 메모리로, 스마트폰·SSD 등 저장장치의 핵심 부품이다.
– HBM(High Bandwidth Memory): AI 가속기·고성능 컴퓨팅용으로 개발된 초고대역폭 패키지 메모리다.
– BOM(Bill of Materials): 제품 1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부품 내역과 원가 합계를 뜻한다.
– COGS(Cost of Goods Sold): 매출원가로, 판매된 제품의 제조·조달에 직접 소요된 비용이다.
– EPS(Earnings Per Share): 주당순이익으로, 기업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다.
–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완제품을 조립·판매하는 원제조사를 의미한다.
분석 포인트: 왜 애플의 충격이 가장 작나
번스타인이 제시한 두 축, 즉 높은 총마진과 장기 조달 계약(통상 12개월)은 가격 급등을 시간 축으로 분산시키고 흡수 가능한 범위로 만드는 보호막으로 작동한다. 총마진이 높을수록 원가 상승분이 동일하더라도 마진율 하락 폭은 제한적이기 쉽다. 또한 장기 계약은 급격한 스팟 변동을 당장 반영하지 않으므로, 계약 갱신 시점까지는 인상 효과가 지연된다. 번스타인의 추정치인 EPS -0.3%p 영향은 이러한 구조적 방어력이 실질적으로 유효함을 시사한다.
반대로 PC 및 전통 서버는 메모리의 BOM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각각 13%, 12%), 계약가격의 상승이 곧바로 COGS 압력으로 직결되기 쉽다. 여기에 모바일 DRAM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스마트폰에도 일정 부분 부담을 준다. 그럼에도 번스타인이 “저~중 한 자릿수”로 영향 폭을 제시한 것은, 가격 전가의 역사적 성공률과 라인업·제품 믹스 조정 등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I 서버의 경우 HBM 가격이 비교적 평탄한 점이 중요하다. 현재 AI 수요의 핵심 병목이 GPU·HBM 등 특정 부품에 집중되면서도, 번스타인 추정치상 HBM은 이번 사이클에서 상대적 안정세를 보였다. 더불어 AI 서버의 메모리 BOM 비중이 약 8%로 추정되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영향이 ‘경미’하다는 결론과 맥을 같이한다.
단기 실적 리스크는 기업별 조달 구조와 고객별 가격 전가 속도에 좌우될 수 있다. 번스타인은 HPQ·SMCI에 대해 분기 EPS 기준 최대 -19%까지의 단기 하방을 제시했으며, Dell은 -6%, HPE는 -4%로 상대적으로 작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수치는 스팟 급등 → 계약가격 반영 → 판매가 조정에 이르는 시간차에서 비롯되는 일시적 마진 스퀴즈를 정량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가 가능성의 복원력은 이번에도 핵심 변수다. 번스타인은 하드웨어 OEM들이 과거 사이클에서 메모리비 상승분을 최종판매가에 이전함으로써, 마진 손상은 단기간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버 총마진은 DRAM 가격과의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요약했다. 이는 메모리 가격 급등이 근본적 수익성 악화를 의미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종합하면, 애플은 높은 총마진과 12개월 전후의 장기 계약을 바탕으로 메모리 사이클 변동을 흡수하는 능력을 재확인했다. PC·전통 서버·스마트폰은 저~중 한 자릿수의 원가율 상승 압력에 노출되지만, 가격 전가와 재가격책정이 진행되면 영향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AI 서버는 HBM의 상대적 안정과 낮은 메모리 비중에 힘입어,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번스타인은 이러한 구도 속에서 메모리 비용 상승세가 2026년까지 이어지더라도, 업계 전반의 수익성 훼손은 과거와 유사하게 일시적일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