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츠 독일 총리, 첫 영국 방문…英·獨 우호조약 서명으로 안보 공조 강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런던을 당일 일정으로 방문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면담하고 양국 간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한다. 이는 브렉시트 이후 흔들린 영국·유럽연합(EU)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유럽 측의 전략적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2025년 7월 16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방문은 메르츠 총리 취임 이후 처음 이뤄지는 영국 공식 일정으로, 양국이 국방·안보·이민·경제 전반에서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의지가 담겼다.

불과 일주일 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사흘간의 국빈 방문을 통해 영·불 관계를 밀착시킨 데 이어, 유럽 (독·영·불) 3대 핵심국 간 결속이 한층 두터워지는 모양새다. 배경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집권 후 미국의 유럽 방위 공약 불확실성 등 복합적 위협 요인이 자리한다.

독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시점에 체결되는 이번 조약은 유럽 내부 공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서양 너머의 동맹 구도를 재점검하는 성격을 띤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지금까지 프랑스 등 극소수 국가와만 우호조약을 맺어 왔으며, 이번 영·독 우호조약에는 특히 ‘상호 원조조항’이 포함돼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긴급 사태 발생 시 상호 지원을 명문화한다. 이는 2024년 양국이 합의한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 공동 개발 국방협력의 연속선상에 있다.

또한 조약에는 불법 이민·인신매매 공동 대응 조항이 삽입됐다. 런던 총리실은 “독일 정부가 올해 말까지 ‘불법 이민 조장 행위 처벌법’ 개정을 완료해 영국행 불법 선박을 은닉·관리하는 인신매매 조직 단속에 실효적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 산업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뒤따랐다. 독일 방산 스타트업 스타크(Stark)는 16일, 독일 외 지역 첫 생산기지를 잉글랜드 중부에 착공한다고 공표했다. 이 공장은 AI 기반 무인 시스템을 양산해 공중·해상·지상 전장 네트워크에 투입할 예정이며, 향후 5년 간 1,000여 개의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호조약(Friendship Treaty) 설명
우호조약은 양국 관계를 법적·정치적 틀로 고도화하는 협약으로, 보통 ‘상호의존이 극대화된 특수 동맹’으로 불린다. 프랑스와 독일이 1963년 체결한 엘리제 조약이 그 대표적 사례다. 해당 조약은 정상급 정례회담, 청소년 교류, 공동 외교·안보 정책 등을 규정해 양국을 사실상 ‘운명 공동체’로 묶었다.

이번 영·독 조약 역시 정례 각료회의, 외교안보 전략 포럼, 산업·기술 혁신 플랫폼 등을 포함해 정치·군사·경제 전반의 협력 채널을 체계화한다는 점에서 ‘영국판 엘리제 조약’으로 평가된다.

메르츠 총리는 조인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영국과 뜻을 모았다”며 “우크라이나 지원, 인태지역(인도·태평양) 공급망 안정, 신흥기술 공동 연구 등 폭넓은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도 “브렉시트 이후 어려웠던 양측 관계를 새로운 파트너십으로 재정의하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시각
베를린 소재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 분석가들은 “미국의 ‘동맹 재비용 부담’ 요구가 강화되면서 유럽 내부 결속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특히 독·영이 군사기술·에너지·핵 억제력에서 상호 보완 관계에 있어 결합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과제
하지만 관세·규제 조정, 이민 정책 조율, EU 단일시장 접근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EU 회원국인 독일이 영국과 별도 양자 협정을 체결하면서, 브뤼셀과의 조율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 주목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우호조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미국 대선 결과로 촉발된 지정학적 격변 속에서 유럽 내 핵심국 간 위기관리 메커니즘을 제도화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향후 실제 이행 과정에서의 성과가 유럽 안보 지형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