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가 미국·유럽연합(EU) 간 신규 무역합의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지만 더 나은 결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관세가 독일 수출 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로 대부분의 EU 상품에 대해 15%의 미국 수입관세가 부과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전에 경고했던 30%보다는 낮지만, 애초 EU가 희망했던 무관세(0%)와는 큰 격차가 있다.
“남은 관세, 특히 EU가 미국에 수출할 때 15%가 유지되고 EU 역내는 0%라는 구조는 독일 수출 지향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 –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이번 타협으로 EU 자동차 부문에 적용되던 27.5% 관세는 15%로 인하됐다. 독일 전체 제조업 GDP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독일 경제연구소(IfW) 2024년 기준로, 이번 완화는 독일 핵심 산업에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 줄 전망이다.
메르츠 총리는 베를린 총리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미국 측과 밤샘 협상을 벌였고,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부가 직접 관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이 이상의 결과는 예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해설 — ‘15% 관세’가 의미하는 것
무역협상에서 15%라는 숫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세계무역기구(WTO) 평균 관세율(약 2.5% — 2023년 기준)에 비해 여전히 6배에 달한다. 무역비용 증가는 곧 제품 가격을 올리고, 독일 내 제조업 고용과 투자에도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존 27.5%에서 15%로 낮아졌다는 점은 독일 자동차 업계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는 의미도 지닌다. 메르츠 총리의 표현처럼 “현실적 최선(best achievable)”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왜 0% 무관세가 어려웠나?
정치·안보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 2024년 말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재강조하며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EU에 요구했다. EU가 환경·규제 문제로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상호 중간 지점인 15%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관세(tariff)는 정부가 국경에서 매기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무역균형 조정 수단으로 활용된다. EU 역내 교역은 무관세이지만, 역외 국가와의 거래에는 상품 종류별로 차등 관세가 매겨진다.
향후 전망과 기자의 시각
첫째, 재협상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 행정부 내통상참모들이 “2027년까지 관세 구조를 고정하겠다”고 공개 발언한 만큼, EU로서는 현행 합의를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독일 정부는 내수 확대와 비(非)자동차 수출 다변화를 통해 충격을 흡수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전기·수소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셋째, 미국 내부에서도 15% 관세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국내 압박이 장기적으로는 관세 인하 카드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합의는 “양측이 최소한의 상처로 당장의 무역 전쟁을 피한 결과”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독일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는 여전히 상당한 비용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 용어 풀이
• WTO 평균 관세율: 세계무역기구가 집계한 전 세계 평균 수입관세율. 2023년 기준 약 2.5% 수준이다.
• 무역 전쟁(Trade War): 국가 간 보복적 관세 인상 경쟁으로 수출입이 모두 위축되는 현상을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