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CEO) 올라 켈레니우스(Ola Källenius)가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강도 높은 우려를 표명했다.
2025년 8월 1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와의 인터뷰에서 켈레니우스 CEO는 “현실 검증(reality check) 없이는 ‘풀 스피드’로 벽에 충돌할 것”이라며 해당 정책이 유럽 자동차 시장을 “붕괴(collapse)”시킬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금지 시점 직전까지 가솔린‧디젤 차량을 서둘러 구매하려 들 것”이라며
“2035년 목표를 그대로 밀어붙이면 결과적으로 내연기관 판매가 급증해 정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고 지적했다.
EU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안의 핵심
해당 규제는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CO₂ 순배출 ‘제로(0)’ 차량만을 판매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EU 집행위는 2025년 하반기에 정책 재검토를 예고했지만, 이미 수요 부진·중국 업체 공세·전기차 판매 둔화 등을 이유로 자동차 업계 전반에서 반발이 거세다.
업계 전반에 드리운 3대 압박
첫째, 유럽 경기 둔화로 인한 신차 수요 약화. 둘째,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 셋째, 전기차(EV) 판매 성장세 둔화이다. 켈레니우스는 “세금 인센티브 및 충전소 전력요금 인하와 같은 시장 친화적 유인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탈탄소화는 필수다. 그러나 기술 중립적(technology-neutral) 방식이어야 하며, 경제 경쟁력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라고 그는 말했다.
용어 해설
ACEA는 유럽자동차제조협회(Association des Constructeurs Européens d’Automobiles)의 약자로,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한다. 현재 켈레니우스가 ACEA 의장직을 겸임하고 있어, 그의 발언은 유럽 자동차 산업 전체의 목소리로 해석된다.
‘기술 중립’이란?
화석연료차에서 곧바로 배터리 전기차(BEV)로 100% 전환하기보다는, 하이브리드·합성연료(e-fuel)·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탈탄소 기술을 병행해 총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이자는 개념을 의미한다.
전문가 시각
자동차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EU가 2025년 재검토 시점에 목표 연도 조정이나 예외 조항 등 ‘유연성 장치’를 도입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개인용 승용차의 평균 보유 기간(10~12년)을 고려하면, 2035년 이전에 판매된 내연기관 차량이 2040년대 중반까지 도로에 존재할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충전 인프라 확충·전력망 안정화·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정책 실효성의 선결 과제라고 평가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2030년 “시장 상황이 허락하는 한 전면 전동화” 목표를 발표했지만, 최근 EV 판매 둔화로 수익성 방어를 위한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제품군 유지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켈레니우스의 발언은 이러한 방향 전환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시장 영향 전망
정책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유럽 완성차 업체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단기간에 완료해야 한다. 반면, 목표 수정 또는 유예가 결정되면 단기적으로는 내연기관 모델 연명으로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탄소 국경 조정제(탄소세) 등 글로벌 규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결국 EU는 산업 경쟁력·기후 목표·소비자 후생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켈레니우스 CEO가 던진 ‘현실 점검’ 메시지는 “급진적 목표 설정이 곧 기후 리더십”이라는 공식에 대한 반론이자, 정책 설계 과정에서 산업현장의 목소리가 더욱 반영돼야 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