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케어 약가 협상과 MFN의 동시 압력: 2026~2030 글로벌 제약 수익모형 ‘리셋’과 미국 증시 장기전략

메디케어 약가 협상과 MFN의 동시 압력: 2026~2030 글로벌 제약 수익모형 ‘리셋’과 미국 증시 장기전략

이중석 |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근거한 메디케어 약가 협상이 2027년부터 본격 적용되고,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최혜국(MFN) 가격’ 정책이 가시권에 들어오며, 글로벌 제약 산업의 수익모형이 2026~2030년 구간에서 구조적 재정렬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는 미국 증시에서 제약·바이오 섹터의 밸류에이션, 자본배분, 파이프라인 전략, 더 나아가 PBM·헬스케어 통합기업의 이익곡선까지 연쇄적으로 바꿔 놓을 요인이다. 본 칼럼은 확정된 제도(IRA)정책 리스크(MFN)가 함께 작동할 때 나타날 10년 단위의 장기 영향을 데이터 기반으로 해부하고, 투자·기업 전략의 재구성 원칙을 제시한다.

1) 확정된 변화: 2027년 메디케어 협상가와 ‘가격의 기준점’ 형성

CNBC 보도에 따르면(기사 인용), 미 CMS는 2027년부터 적용될 15개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협상 가격을 공개했다. 할인율은 38~85% 범위로 제시됐고, 연간 절감효과는 약 85억 달러(최근 지출 대비 36% 감소)로 추산됐다.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주목
제약사/제품 적응증 협상 할인(리스트 대비) 비고
노보 노디스크 Ozempic 당뇨(세마글루타이드) −71% 메디케어 순가의 기준점 형성
GSK Trelegy 호흡기 −73% GSK는 가치 확신 표명
GSK Breo 호흡기 −83% 고강도 할인, 포트폴리오 재정렬 압력
아스트라제네카 Calquence 혈액암 −40% 항암도 예외 아님

가격 인하 폭 자체는 놀랍지만, 시장은 IRA 프로세스가 ‘예측 가능한 캘린더’로 정착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2028년 협상 대상 15개 약물 목록2026년 2월 1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는 ‘협상가→민간 지불자 가격→실질 순가’에 이르는 가격 체인의 기준점을 고정해 미국 내 순가격의 레벨을 재정의하는 효과를 낳는다. 바클레이즈는 이번 라운드 인하폭이 “대체로 예상 범주”였다고 평했고, 일부 유럽 빅파마 주가 반응도 제한적이었다(아스트라제네카·GSK 약보합 상승, 노보는 +4.7%). 그러나 이는 단기 충격의 제한성이지, 장기 가격 기준점 하향이라는 구조적 변화의 중요성을 약화시키지 않는다.

2) 아직 확정되지 않은 ‘더 큰 변수’: 트럼프의 MFN(최혜국 가격)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5월, 해외의 더 낮은 약가에 미국 가격을 연동하는 ‘최혜국(MFN) 가격’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정책이 본격화하면, IRA로 형성된 미국 내 기준점 위에 해외 참조 가격의 앵커가 얹히게 된다. MFN은 IRA보다 가격의 절대 레벨을 더 낮출 수 있는 ‘상위 규칙’으로, 제약사 매출과 마진에 질적으로 다른 충격을 줄 수 있다. RBC와 바클레이즈는 IRA의 학습효과로 시장 충격은 줄겠지만, MFN은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부가로, 비만치료제의 가격·접근성 실험가격-물량 교환의 전형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부터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대상 가격 인하TrumpRx.gov 직접 판매를 발표했고, 노보(위고비)·릴리(젭바운드)월 350달러→2년간 245달러로 낮춘다. BMO는 가격 인하가 매출 역풍이 되더라도 접근성 확대→처방량 증가로 상쇄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노보는 자비부담 환자 대상 오젬픽·위고비 월 499→349달러로 낮췄다. 가격을 내리고 물량을 키우는 전략이 실제로 순매출과 이익을 지지할지, IRA·MFN 하에서 어떤 수준의 ‘볼륨-베이스’가 필요한지에 대한 정교한 추정이 요구된다.

3) 왜 ‘장기적’인가: 미국 의존도, 가격 앵커, 파이프라인·자본배분 재설계

유럽 빅파마의 미국 매출 비중은 이미 높다. CNBC 보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 56%, 아스트라제네카 42%, GSK 52%가 미국에서 나온다. RAND(2024)에 따르면 미국 처방약 가격은 다른 부유한 국가 대비 약 3배 수준이다. 높은 미국 가격→전사 마진·R&D 캐시엔진이라는 연결고리가 IRA(확정)·MFN(진행) 이중 앵커에 의해 재정의된다. 이는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파이프라인 투자·미국 내 생산·유통·마케팅까지 포함하는 전사 자본배분중장기 재설계를 수반한다.

주목

4) 가격 vs 물량: ‘리베이스’의 회계적·전략적 의미

IRA 협상가는 민간 지불자(상업보험·PBM)와의 재계약 때 순가격의 앵커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PBM 구조 전환과 투명성 강화가 병행되면 유통마진이 재분배될 수 있다. CVS는 3분기 실적에서 호조를 보였지만, PBM(Caremark) 부문에 대해 “향후 수년 간 신약 가격체계 전환과 재계약 영향으로 성장률 둔화”를 경고했다. 이는 제조사 순가 하향·리베이트 구조 재편지불자-유통-제조사 간 이익 재분배를 촉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가격 인하매출·마진에 즉각 음의 효과를 준다. 그러나 접근성 확대처방량 증가를 통해 이를 상쇄하거나 역전시킬 수 있다. 문제는 임계치다. IRA 협상가 하향MFN 연동이 동시에 작동하면, 볼륨 상쇄에 필요한 처방량 증가율이 과거 대비 크게 상승한다. 주력 포트폴리오의 탄력성(가격·수요), 적응증 확장(라벨 확장), 제형 혁신(투여 편의성·순응도 개선)이 이를 결정한다.

5) 시나리오 분석: 2026~2030 미국 노출도가 높은 빅파마의 이익 경로

아래 표는 정성-정량 혼합 기반의 추정 예시로, 핵심 가정 변동에 따라 미국 매출·EBIT 마진이 어떻게 재조정될지 ‘범위’를 제시한다. 실제 수치는 제품 믹스·적응증·경쟁환경·RWE(실사용데이터) 등 변수에 따라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구분 가격(IRA+MFN) 처방량(접근성) 미국 매출 영향(’26~’30 누적) 그룹 EBIT 마진 영향 전략 포인트
베어(하방) 협상가 하향 + MFN 폭넓게 적용 소폭 증가(보험 적용 지연) −12~−18% −250~−400bp 고가 포트폴리오 타격, 라벨 확장 지연 시 위험
베이스(중립) 협상가 정착 + MFN 제한적 파일럿 의미 있는 증가(메디케어·메디케이드 확대) −5~−9% −120~−220bp 제형 혁신·RWE로 가치 입증, 미국 내 생산투자 병행
불(상방) 협상가만 정착, MFN 정치적 제동 큰 폭 증가(직접판매·공공조달 확대) −1~−3% 또는 보합 −0~−80bp 가격-물량 교환 성과, 파이프라인 상업화 가속

주: 가상의 ‘그룹’ 추정으로, 미 노출 비중 40~55% 범위 기업에 대한 평균적 가정. bp=베이시스포인트.

필자의 해석: 시장 컨센서스는 ‘베이스(중립)’에 가까워 보인다. 2026년 2월의 2028년 리스트 발표가 가격 앵커의 2차 고정으로 작용할 수 있고, MFN은 법·행정·정치 변수에 민감해 부분 적용 또는 파일럿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비만치료제·대사질환처럼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명확한 영역은 접근성 확대→물량 증대 경로가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

6) 섹터 내 ‘상대 승자·패자’ 프레임

  • 상대 승자 가능성: (1) 고임상가치 파이프라인(생존이득·QoL 개선·비용절감)에 기반해 가치기반 가격을 방어할 수 있는 항목, (2) 희귀·고언맷니즈 적응증, (3) 제형 혁신(의원·환자 순응도 개선, 투여 간격 연장)으로 비용 대비 효능을 입증 가능한 제품군, (4) 제네릭·바이오시밀러 공급자(낮은 단가로 협상 환경에 호응), (5) CDMO(비용절감·미국 현지화 수요 대응).
  • 상대 패자 위험: (1) 차별성 약한 고가 브랜드(대체재·클래스 경쟁 강한 경우), (2) 미국 매출 의존도 과다이나 라벨 확장·RWE 축적이 더딘 포트폴리오, (3) PBM 마진 의존 비즈니스(투명성 강화·재계약에 따른 스프레드 축소).

CVS 사례에서 보듯, PBM은 가격체계 전환·재계약 여파로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헬스케어 통합기업(보험·약국·클리닉)의 경우, 의료비 관리 능력을 강화하면 가치사슬 내에서 이익 재배분의 ‘수혜자’가 될 여지도 있다.

7) 투자전략: ‘가치 입증률, 파이프라인 질, 미국 외 다변화’ 3축 점검

  1. 가치 입증률(Value Demonstration): RWE·경제성분석(HEOR)·장기 추적 데이터로 비용 대비 임상효용을 입증하는 기업에 프리미엄을 부여한다. 협상 환경의 본질은 ‘누가 공적 재정의 절감에 기여하느냐’다.
  2. 파이프라인 질(Quality): 후기 임상(2b/3상) 확률가중 NPV를 점검하되, IRA/MFN 영향 민감도가 낮은 적응증 비중을 높인다. 항암 중에서도 변혁적 효능이 분명한 후보, 희귀질환·면역질환 등에서 대체 불가 가치가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
  3. 지리·생산 다변화: 미국 내 생산·공급망 강화로 정책 대화력을 높이되, 유럽·신흥국가격·수요 다변화를 병행한다. 장기적으로 정책 리스크 분산 효과가 크다.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는 (a) 고품질 혁신 빅파마 코어 + (b) 시밀러·제네릭·CDMO 정책 수혜주 + (c) 통합 헬스케어의료비 관리 역량을 조합한 바스켓 접근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8) 체크포인트 로드맵(’25~’28)

  • ’25~’26: MFN 세부 가이드·법적 도전, PBM 투명성 규칙, 비만치료제(메디케어/메디케이드) 커버리지 확대 속도
  • ’26.02.01: CMS의 2028 협상 대상 15개 약물 발표(가격 앵커 2차 고정 이벤트)
  • ’26~’27: 트럼프Rx.gov 직접판매 채널 활력, 공공조달 가격과 민간 가격 간 연동성
  • ’27: 2027 라운드 협상가 적용 시작 → 민간 재계약 라운드 파급
  • ’27~’28: 매출믹스·마진곡선의 2차 균형점 확인(가격 하향 vs 물량 확대)

9) 밸류에이션과 ‘가격이 반영하는 것’

첫 번째 라운드(2027) 발표 직후 유럽 빅파마 주가 반응이 제한적이었던 것은, IRA 충격이 부분적으로 내재화됐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MFN은 아직 경로 의존성이 크다. 정책 확정·법정 공방·행정가이드라인에 따라 리프라이싱 위험이 남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IRA=학습된 위험, MFN=테일 리스크로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곧, 가치 입증률이 높은 혁신 자산에 상대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제형 혁신·RWE 역량이 약한 고가 자산 비중을 감축하는 구조적 리밸런싱으로 연결된다.

10) 결론: 장기 투자·경영 플레이북

IRA 협상가가 미국 내 순가격의 기준점을 만들고, MFN이 해외 참조 가격을 덧씌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6~2030년은 가격의 재조정물량의 경쟁이 교차하는 시기다. 승자는 두 가지 능력—(1) 가치 입증(임상+경제성+RWE), (2) 제형 혁신(순응·편의)—에서 판가름난다. 필자의 중장기 뷰는 다음과 같다.

  • 투자자: 혁신 빅파마 코어 + 시밀러/제네릭/수탁의 정책 수혜 + 의료비 관리 역량을 갖춘 통합 헬스케어의 바스켓 구성이 정책 불확실성의 헤지로 유효하다.
  • 기업: 미국 내 생산·공급망 강화와 함께, 가치기반 가격 방어가 가능한 데이터·라벨·제형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가격-물량 교환의 경제학을 전사 KPI에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
  • 시장: 2026년 2월(2028 리스트)이 2차 기준점이다. 이후 민간 재계약 라운드를 정교하게 추적해야 한다.

부록: 관련 팩트·출처 요약

  • CMS 2027 협상가: 15개 약물, 할인 38~85%, 오젬픽 −71%, 트렐리지 −73%, 브레오 −83%, 칼퀀스 −40%, 연간 절감 약 85억달러(출처: CNBC).
  • 2028 협상 대상: 2026년 2월 1일 발표 예정(출처: CNBC).
  • MFN: 미국 약가를 해외 최저가에 연동하는 정책, 2025년 트럼프 서명(출처: CNBC).
  • 비만치료제: 2026년부터 메디케어·메디케이드 가격 인하 및 직접판매 채널, 노보·릴리 가격 경로(월 350→245달러), 자비부담 인하(출처: CNBC).
  • 미국 의존도: 노보 56%, AZN 42%, GSK 52%(출처: CNBC). 미국 처방약 가격은 선진국 대비 약 3배(RAND 2024, CNBC 인용).
  • PBM 환경: CVS, 가격체계 전환·재계약 영향으로 성장률 둔화 가능성 시사(출처: CN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