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그 오닐(Meg O’Neill)이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정유 대기업인 BP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지명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닐은 세계 5대 석유메이저 중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가 될 예정이며, 회사 외부에서 임명된 첫 번째 BP CEO이기도 하다.
2025년 12월 18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BP는 수요일 오닐이 4월에 CEO로 취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BP가 창립된 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를 CEO로 임명하는 첫 사례다.
오닐은 에너지 업계의 베테랑으로 호주 퍼스에 본사를 둔 에너지 회사인 우드사이드(Woodside Energy)의 수장으로 재임하며 즉각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그녀는 우드사이드가 생산 포트폴리오를 두 배로 늘리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투자를 주도했다.
우드사이드는 2021년 당시 280억 달러 규모로 보도된 BHP의 석유 자산 인수합병을 통해 퍼스 기반 회사의 국제적 입지를 확대했다. 이 거래로 우드사이드는 업계 통폐합기 동안 상위 10대 글로벌 독립 에너지 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가스 분야의 강자로 부상했다. 다만 오닐의 인수·투자 이력에도 불구하고 우드사이드의 주가는 과거 5년간 더 큰 경쟁사들보다 부진했다.
오닐은 1950년대 중후반 출생이 아니라 55세의 미국인으로, 콜로라도 볼더 출신이다. 그녀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를 졸업했으며,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상태에서 FTSE 100 기업을 이끄는 최초의 여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오닐은 2018년 우드사이드에 합류했으며, 2021년 4월 임시 CEO로 승진한 뒤 같은 해 8월 정식으로 CEO 자리에 올랐다.
경영 스타일과 조직 문화 변화
오닐은 경영진의 사무실 층을 전 직원에게 개방하는 등 더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도입했다. 당시 호주 언론은 내부 메모의 문구를 인용하며 직원들에게 “come up and see us”(“위로 올라와 우리를 만나라”)라고 권유했다고 보도했다. 한 전(前) 우드사이드 동료는 그녀를 두고 “매우 접근성이 좋고, 에고가 낮다“고 평가했다. 다른 동료는 MIT 출신 엔지니어인 그녀를 “엔지니어의 엔지니어“이라고 표현했다.
국제 에너지 행사에서 자주 연설해온 오닐은 우드사이드의 야망이 커지는 가운데 점차 업계 내 프로필을 높였다. 그녀는 멕시코 해상의 트리온(Trion) 원유 개발에 72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한때 호주의 최대 가스 프로젝트였던 North West Shelf의 지분을 확대했다.
미국 LNG 사업에 대한 대규모 배팅
오닐은 지난해 미국 LNG(액화천연가스) 수출 호황에 큰 배팅을 걸어 회사 하나를 인수했고, 해당 자산은 우드사이드가 개발하여 175억 달러 규모의 루이지애나 LNG 프로젝트로 육성하고 있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확장은 가스에 크게 편중된 전략이었다.
MST Marquee의 애널리스트 Saul Kavonic은 “메그는 더 많은 보수를 제공할 수 있는 메이저 기업에게 스카우트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고 언급했다.
오닐은 11월 우드사이드가 2032년까지 판매량을 50% 늘려 3억 배럴의 석유환산(boe: barrels of oil equivalent)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우드사이드는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트레이딩 팀을 강화하고 인재를 영입하며 사업 확장을 추진해왔다.
탐사보다는 인수·개발 중심 전략
오닐은 신규 탐사보다는 기존 인프라에 연계 가능한 브라운필드(brownfield) 작업에 드릴링을 집중하겠다고 여러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밝혔다. 이는 완전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보다는 기존 자산의 확장과 연결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다. 브라운필드 작업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규제와 환경법에 대한 불만
직설적인 화법으로 알려진 오닐은 프로젝트가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승인을 모두 필요로 하는 호주의 규제 절차와 환경법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우드사이드의 캐피탈 마켓 데이에서 그녀는 노화된 North West Shelf LNG 설비의 수명을 40년 연장하기 위한 최종 승인에 7년이 걸렸다며 대형 브라우즈(Browse) 가스전 개발의 걸림돌이 규제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설적이고 명확한 기대치를 선호한다면 그녀와 일하기 좋다. 합의 중심의 부드러운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그녀는 매우 강경하게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정에너지 투자 전략과 논란
오닐은 청정에너지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으며, 우드사이드의 유일한 주요 청정 프로젝트는 텍사스 비무장(Beaumont)에서 추진 중인 청정 암모니아(clean ammonia) 개발 사업이다. 이러한 방향은 기후운동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우드사이드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조직위원들은 활동가들의 항의 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자사 프로젝트 홍보 영상과 호주식 축구팀 프리맨틀 독커스(Fremantle Dockers)에 대한 후원 동영상을 상영하려 했고, 오닐은 “우리는 이런 영상이 더 많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우드사이드의 배출 감축 계획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으며, 오닐이 2024년에 마련한 기후 전환 행동 계획(Climate Transition Action Plan)은 주주들로부터 58%의 반대표를 받았다.
지난달 오닐은 시장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녀는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그런 설비들은 전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인식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FTSE 100: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 지수이다. LNG(액화천연가스):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운송·저장 효율을 높인 연료 형태로, 국제 에너지 거래에서 중요하다. 브라운필드(brownfield): 기존 시설이나 인프라를 활용해 추가 개발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신규(그린필드, greenfield)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든다. North West Shelf: 호주 서부 해상에 위치한 대형 LNG·가스 개발 지역으로, 오랜 기간 호주 가스 산업의 핵심이었다.
시장과 정책적 함의(전문가 전망)
오닐의 BP 합류는 BP뿐만 아니라 글로벌 석유·가스 업계 전반에 전략 변화의 신호를 줄 가능성이 크다. 첫째, BP 내 의사결정 구조와 실행 속도에는 단기적으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오닐의 경력은 인수·합병과 자산 개발에 집중돼 있어 BP의 포트폴리오 재편, 특히 가스 및 LNG 관련 자산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투자자들에게는 단기적 불확실성을 제공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BP의 현금흐름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 정책과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 오닐이 청정에너지 투자 축소와 가스 중심 전략을 택해온 점은, 기후 관련 리스크를 중요시하는 일부 기관투자가들과의 갈등을 재점화할 수 있다. 따라서 BP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은 향후 주주·활동가들의 집중 감시 대상이 될 것이다.
셋째, 금융시장 반응 측면에서는 산업 내 리더 교체가 정책적 불확실성을 수반해 단기 주가 변동성을 촉발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닐의 M&A·개발 경험을 감안할 때, 구조적 실행력이 입증되면 투자심리는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또한 LNG 수요가 지속되는 시나리오에서는 BP가 추가 가스 자산을 확보할 경우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결론
메그 오닐의 BP 행은 단순한 최고경영자 교체를 넘어 업계 전략과 투자 우선순위의 재조정을 촉발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실무 중심적이고 직설적인 스타일은 BP의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체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가스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은 단기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중장기적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할 여지가 있다. 향후 BP의 구체적 전략 방향과 시장의 평가를 통해 최종적인 영향이 확인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