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Merck & Co.)가 2027년 말까지 총 30억 달러(약 3조9,000억 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절감된 자금은 모두 신제품 출시와 파이프라인 강화에 재투자될 예정이다.
2025년 7월 29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제약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의약품 수입 관세와 2028년 만료 예정인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특허 공백에 대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머크 역시 이번 다년간의 비용 최적화로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로버트 데이비스(Rob Davis) 최고경영자(CEO)는 보도자료에서 “
성숙 단계에 접어든 부문에서 투자를 회수해 새로운 성장 엔진에 집중함으로써 혁신 중심의 다음 장을 열겠다
”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구조조정이 단순한 비용 감축을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미래 성장 기반 구축을 함께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세부 내용
머크는 7월 승인한 신규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따라 행정·영업·연구개발(R&D) 부문 일부 인력을 감축하며, 동시에 성장 분야 인재 채용은 지속한다. 또한 글로벌 부동산 자산 축소와 제조 네트워크 통합을 병행해 연간 17억 달러 절감을 목표로 삼았다. 절감액 대부분은 2027년 이전에 실현될 전망이다.
반면, 구조조정 관련 총 사전세(pretax) 비용은 30억 달러가량으로 추산된다. 2분기 실적에는 이미 6억4,900만 달러가 관련 비용으로 반영됐다.
2분기 실적 및 가이던스
머크의 2분기 매출은 158억1,000만 달러로, LSEG 애널리스트 컨센서스(158억9,000만 달러)를 소폭 하회했다. 이는 2021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시장 예측을 미달한 결과다. 주당순이익(EPS)은 조정 기준 2.13달러를 기록했는데, 시장 예상치 2.01달러보다 높았다.
그러나 순이익은 전년 동기 54억6,000만 달러(주당 2.14달러)에서 44억3,000만 달러(주당 1.76달러)로 감소했다. 인수·구조조정비용을 제외한 조정 EPS에는 헝루이(Hengrui) 라이선스 계약 종료에 따른 주당 0.07달러의 일회성 비용이 포함됐다.
2025년 연간 전망도 소폭 조정됐다. 머크는 조정 EPS를 8.87~8.97달러로, 매출은 643억~653억 달러로 각각 상·하단을 좁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시행한 관세로 발생할 2억 달러의 부담을 반영한 수치다.
주력·신규 제품 동향
키트루다 2분기 매출은 79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조기 단계 암 치료 확대와 전이성(metastatic) 암 수요가 성장을 견인했다. 애널리스트 예상치 79억 달러를 근소하게 상회했으나, 특허 만료가 가까워지며 장기 성장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다실(Gardasil)은 미국 내에서 HPV(인유두종바이러스) 관련 암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중국 비중이 크다. 머크는 올해 2월부터 중국 수출을 최소 2025년 말까지 중단했으며, 재고 과잉과 수요 위축 여파로 분기 매출은 11억3,000만 달러에 그쳐 전년 대비 55% 급감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13억3,000만 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 내 가다실 매출은 2% 증가했다. 머크는 남성(9~26세) 대상 적응증 확대로 중국 내 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있으나, 공급 재개 시점은 2026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희귀 폐질환 치료제 윈레베어(Winrevair)는 출시 초기임에도 3억3,6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3억2,470만 달러)를 웃돌았다. 업계는 해당 약물이 머크의 포스트-키트루다 전략의 핵심 축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동물의약품 부문 성장
반려동물·가축 백신과 의약품을 담당하는 동물의약품(Animal Health) 사업부는 2분기 16억5,000만 달러를 올려 전년 대비 11%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인수한 일랑코(Elanco)의 수산물 사업이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전문가 해설 및 업계 전망
🔍 키트루다 특허 만료가 몰고 올 파장
키트루다는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단일 품목 매출 1위를 기록 중이지만, 2028년 특허 만료 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공세가 불가피하다. 머크는 ▲염증·희귀질환 신약 ▲mRNA 백신 플랫폼 ▲동물의약품 다각화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 관세 리스크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수입 관세는 주로 중국·미국 간 무역에서 촉발됐으며, 품목별로 최대 25%에 달한다. 머크는 2억 달러 충당금으로 2025년 영향분을 반영했으나, 향후 sector-specific 제약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은 CAPEX(설비투자)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관세 회피·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머크의 현금흐름과 파이프라인을 감안할 때 적극적 인수·합병(M&A)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머크는 최근 베로나 파마(Verona Pharma) 인수를 발표하며 호흡기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보강했다.
결론적으로, 30억 달러 비용 절감은 단기 실적 방어보다도 포스트-키트루다 시대 대비라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관세·특허·수요 둔화 등 복합 리스크 속에서 머크가 R&D 혁신과 사업 다각화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