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약사 머크(Merck & Co.)가 2025년 3분기 실적에서 월가 전망치를 뛰어넘으며 항암 면역치료제 키트루다(Keytruda)의 견조한 수요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회사는 동시에 관세 관련 추정비용을 낮추는 등 여러 변수를 반영해 올해 순익 전망 범위를 좁혀 제시했다.
2025년 10월 30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머크는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2.58달러를 기록해 월가 예상치(2.35달러)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72억8,000만 달러로 컨센서스(169억6,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키트루다 판매 실적은 처음으로 분기 80억 달러를 돌파(81억4,000만 달러)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리트어카운트(StreetAccount)가 집계한 예상치 82억4,000만 달러에는 근소하게 못 미쳤으나, 분기 매출 80억 달러 돌파 자체가 상징적인 이정표로 평가된다.
머크는 2027년까지 30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2028년 키트루다의 특허만료(Patent Cliff)로 인한 매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특허만료란 오리지널 의약품에 부여된 독점 판매권이 종료돼 제네릭(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뜻한다.
연간 가이던스(2025년)도 소폭 개선됐다. 머크는 올해 조정 EPS를 기존 8.87~8.97달러에서 8.93~8.98달러로 상향·좁혀 제시했다. 회사 측은 “기존 관세로 인한 비용 추정치가 낮아진 것,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계약 수정에 따른 이익, 최근 완료한 베로나 파마(Verona Pharma) 인수로 발생한 비용”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앞서 머크는 지난 두 분기 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로 2억 달러가량의 비용이 발생할 것
이라고 가정했으나, 이번 분기에는 관세 부담 전망치를 조정했다. 다만 회사는 기존 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새로운 추정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매출 가이던스 역시 645억~650억 달러로 종전 범위(643억~653억 달러)를 양쪽에서 모두 좁혔다. 시장 관심사는 관세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가장 유리한 국가(Most Favored Nation)’ 약가 정책이 머크의 약품 가격 구조에 미칠 잠재적 영향이다.
3분기 세부 실적을 살펴보면, 머크는 57억9,000만 달러(주당 2.32달러)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31억6,000만 달러(주당 1.24달러)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인수·구조조정 비용을 제외한 조정 EPS는 앞서 언급한 2.58달러다. 매출 총액은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가다실(Gardasil) 판매 둔화는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백신인 가다실은 중국 재고 과잉과 수요 감소로 3분기 매출이 17억5,000만 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머크는 올해 2월 중국향 선적을 중단했고, 7월 캐럴라인 리치필드 CFO는 “빠르면 2025년 말까지 중국 공급 재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가다실 중국 전략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잠재적 약가 협상 진전에 대한 추가 설명을 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현재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그리고 세계 최대 불임치료제 제조사 EMD 세로노와 약가 인하 합의를 체결한 상태다.
제약·동물건강 부문별 동향
머크 제약 부문 매출은 156억1,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4% 성장했다. 키트루다는 조기 단계 암 적응증 확대와 전이성 암 치료 수요 호조가 성장의 주된 동력이었다. 한편 희귀 치명성 폐질환 치료제 윈리베어(Winrevair) 매출은 3억6,000만 달러로 스트리트어카운트 예상치(4억1,300만 달러)를 밑돌았다. 윈리베어는 미국 내 처방 증가가 두드러졌으나, 유통업체 구매 시점 차이와 메디케어 처방약 플랜 변화에 따른 순가 감소가 일부 성장세를 상쇄했다.
동물건강 부문 매출은 16억2,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6% 증가했다. 반려동물보다는 가축용 백신·의약품 수요가 매출 성장을 견인했으며, 상대적으로 가격탄력성이 낮은 사료·축산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용어·배경 설명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인 키트루다는 체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공격하도록 돕는 약물이다. 기존 화학요법 대비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치료 옵션으로 분류된다. 항PD-1 계열 약물 중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어, 특허만료 후 매출 공백을 얼마나 최소화할지가 머크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또한 관세(tariff)는 해외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으로,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비용 부담 요소가 된다. 트럼프 정부가 부과한 제약·의료 부문 관세는 아직 구체적인 세율과 항목이 유동적이다.
전문가 시각에서 볼 때, 머크의 이번 실적은 키트루다 중심 ‘원 프러덕트 리스크’가 여전히 크지만, 비용 절감과 신약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일정 부분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관세와 약가압박 환경이 변수로 작용하더라도, 동물건강·희귀질환 신약군이 성장 기여도를 확대할 경우 특허 공백 리스크를 완화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