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정치 논란에도 노르웨이 테슬라 판매 급증…‘테슬라 수치’ 비껴가다

SKI(노르웨이)‧오슬로 —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극우 성향 정치 행보로 도마에 올랐음에도, 노르웨이에서는 테슬라 판매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중 하나인 머스크의 정치 성향에 불편함을 느끼는 노르웨이 소비자들이 적지 않지만, 차량 자체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노르웨이 트론헤임에 거주하는 에스펜 리숌(Espen Lysholm)은 지난 5월 모델 Y를 구입하며 10년도 채 되지 않아 세 번째 새 테슬라를 선택했다. 그는 “

솔직히 말해 테슬라를 보유한다는 것이 양날의 검 같다

”라며 머스크의 정치적 언행에 불편함을 토로했지만, “충전 인프라와 차량의 완성도에서 경쟁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독일·스웨덴·덴마크·네덜란드에서 테슬라 판매가 절반 이상 감소했으나, 노르웨이에서는 전년 대비 24% 증가해 총 550만 인구의 소국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테슬라 시장으로 부상했다.


1. 노르웨이와 테슬라의 12년 ‘특수 관계’

노르웨이는 2013년 북미 외 지역 최초로 모델 S를 도입했고, 같은 해 테슬라는 유럽 최초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노르웨이에 구축했다. 슈퍼차저(Supercharger)란 고출력 전기차 급속 충전 시설로, 장거리 이동 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이 인프라 덕분에 노르웨이는 전기차 보급률 세계 1위 국가로 자리 잡았고, 현재 신차의 94%가 전기차다.

테슬라는 2021년 브랜드별 판매 1위를 달성한 이후 매년 신차 등록 비중 11~20%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폭스바겐이 일시적으로 선두를 탈환했고, 볼보와 중국 BYD·XPeng·MG가 시장점유율 12.3%를 차지하며 추격에 나섰다.


2. ‘테슬라 수치(Tesla shame)’ vs. 실용주의

머스크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지원하고, 유럽에서 독일 극우정당 AfD(Alternative for Germany)를 공개 지지한 사실은 유럽 전역에서 소비자 불매운동과 차량·매장 훼손을 촉발했다. 그러나 노르웨이에서는 실용적 소비 성향이 혐오보다 우세했다. 노르웨이 도로연맹(OFV) 외빈 솔베리 토르센 사무총장은 “주행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이 노르웨이 소비자의 핵심 고려사항”이라며 “테슬라 수치보다 실익을 택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5월 무이자 할부무료 슈퍼차저 이용을 제공하는 ‘파격 프로모션’을 시행, 같은 달 신차 등록이 213% 급증했다. 리숌은 “

사실상 공짜 돈이라 바로 계약했다

”고 밝혔다.


3. 소비자 여론과 브랜드 충성도

여론조사기관 노르스탯이 2025년 2월 실시한 조사에서 노르웨이 테슬라 오너의 40%는 “머스크의 정치 행보가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절반 이상은 “다음 차량도 테슬라를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모델 S를 소유해온 오드 바켄은 과거 노르웨이 테슬라 오너클럽 이사회 멤버로, 머스크를 혁신가로 존경했으나 현재는 “테슬라를 구하려면 테슬라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신차 대신 중고 테슬라를 고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가 이익을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4. 전문가 진단 및 향후 관전 포인트

노르웨이 전기차협회 크리스티나 부 사무총장은 “노르웨이가 테슬라를 키웠다”며 “거의 모든 국민이 테슬라 보유자를 알고 있을 만큼 브랜드 친밀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이는 타국 대비 불매 여파를 완충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노르웨이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가격 공세와 유럽 전통 제조사의 신모델이 본격화할 경우, 테슬라가 시장 지위를 수성하기 위해 추가 가격 인하·서비스 개선·현지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모델 2(가칭) 등 차세대 보급형 전기차가 출시될지는 업계 최대 관심사다.

또한,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이 계속될 경우 브랜드 리스크가 누적돼 충성 고객층마저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노르딕 이웃국인 스웨덴·덴마크에서 판매가 급감한 사례는 노르웨이에도 경고등으로 받아들여진다.


5. 용어 해설 및 참고

*슈퍼차저는 테슬라가 자체 구축한 250kW급 급속 충전 네트워크다. 일반 완속 충전 대비 10배 이상 빠른 속도로 30분 내 80% 충전을 지원해 장거리 주행의 ‘심리적 장벽’을 크게 낮췄다.

Alternative for Germany(AfD)는 2013년 창당된 독일 극우정당으로, 반이민·반EU 기조를 내세우며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약진했다. 서유럽 주류 정당·언론은 AfD를 극우 포퓰리즘 정당으로 분류한다.

리숌과 바켄 두 소비자의 대조적 선택은 향후 노르웨이 전기차 시장이 실용주의가치 소비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을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따라 테슬라의 브랜드 전략과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전 세계 전기차 업계에 미칠 파급력도 재조명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