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론 머스크가 이끄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가 미 중소기업청(SBA) 전자 공시에서 자신을 “소기업·사회적 취약(Small Disadvantaged Business, SDB)”으로 분류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공시는 거액의 신규 자금 유치에 앞서 제출됐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5년 7월 1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4월 24일자로 SBA에 SDB 신청서를 제출했다. 불과 몇 주 뒤인 6월 초, 이 기업은 6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라운드 투자를 마무리하며 기업가치 9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BCI 기술은 뇌 신호를 해석해 외부 기기를 제어하도록 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뉴럴링크는 우선 중증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나 의수를 조작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회사 측은 장기적으로는 인간 뇌와 인공지능 사이의 ‘심층 연결’을 구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해 왔다.
“SDB 지정은 최소 51% 이상을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이 소유·통제하는 기업에게 주어지며, 연방 정부 조달시장 진입에 특혜를 제공한다.” — 미국 중소기업청(SBA) 안내문
그러나 머스크는 현재 세계 최고 부호로,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지휘한 뉴럴링크가 ‘사회적·경제적 취약 기업’ 지위를 요구한 배경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특히 에이전트로 기재된 재러드 버철(Jared Birchall)은 머스크 가족 자산을 총괄하는 개인 자산운용사(패밀리오피스) 책임자다. 버철은 이번 사안과 관련한 CNBC의 질의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SDB 허위 등록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연방 법무부(DoJ)가 과징금·형사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과거 캘리포니아의 한 석재 회사는 잘못된 SDB 선언으로 1,9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한 바 있다.
정책적 맥락***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정부 효율성 부처(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DOGE)’ 책임자로도 활동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연방 정부 조직 축소와 예산 절감을 주도하며, 다양성·형평·포용(DEI) 프로그램을 대거 삭감한 바 있다. 올 2월에는 교육부의 DEI 연수 보조금 3억 7,000만 달러를 전면 차단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소기업·사회적 취약’(SDB) 제도란 무엇인가
SDB는 1980년대 소수 인종·여성 기업의 공공조달 시장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신청 기업은 사회적 불이익(Socially Disadvantaged)과 경제적 불이익(Economically Disadvantaged)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 이를 인증받으면 연방 정부 입찰에서 가격 우대 또는 입찰기회 할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 가치 90억 달러에 달하는 뉴럴링크가 ‘경제적 불이익’을 주장했다는 사실은 제도의 목적과 상충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금액 100억 달러에 육박하는 회사가 SDB 지위를 요청한다는 것은 사실상 제도 악용”이라고 말했다.
BCI 기술과 뉴럴링크의 청사진
뉴럴링크의 기술 핵심은 머리카락보다 얇은 플렉서블 전극을 뇌에 삽입하고, 이를 무선 칩과 연결해 뇌신호를 실시간으로 해석·전송하는 것이다. 회사는 자체 로봇팔을 이용해 고속·고정밀 이식을 구현한다고 홍보한다.
이번 자금 조달에는 ARK인베스트, 피터 틸의 파운더스펀드, 세쿼이아 캐피털, 스라이브 캐피털 등 실리콘밸리 유수 투자사가 합류했다. 이들은 투자를 통해 “생물학과 인공지능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머스크의 구상을 뒷받침했다.
향후 쟁점
업계 관측통들은 SBA가 SDB 자격 검증에 착수할 경우, 뉴럴링크의 연방 조달 참여와 투자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또한 BCI 분야는 아직 생명윤리·데이터보호 규제가 불확실해, 정책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뉴럴링크 측은 현재까지 SDB 지위 신청의 배경이나 필요성에 대해 공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만약 SBA가 신청을 취소하거나 벌금을 부과할 경우, 향후 자금 조달 조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용어 설명
• BCI(Brain-Computer Interface): 인간 뇌 활동을 전기·화학적 신호로 변환해 컴퓨터·로봇 등 외부 시스템에 명령을 내리는 기술.
• SDB(Small Disadvantaged Business): 사회·경제적으로 ‘취약’ 판정을 받은 경영자가 과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지정해 연방 조달에서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
이번 사안은 고성장 헬스테크 기업과 정부 정책 사이의 불협화음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리스크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