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3남매, 가족신탁 소송 종결 합의에 “분쟁은 끝났다”

LOS ANGELES—머독가(家)의 장녀 프루던스 맥클라우드, 차녀 엘리자베스 머독, 차남 제임스 머독이 11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가족신탁(family trust) 관련 소송을 전격 마무리 짓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세 남매는 “이번 일로 더 이상 갈등이 남지 않았다”고 밝히며 오랜 법적 공방에 종지부를 찍었음을 선언했다. 이번 합의로 머독그룹의 실제 지배권은 장남 래클런 머독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된다.

머독가의 합의는 폭스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보유한 뉴스코퍼레이션폭스 코퍼레이션이라는 양대 미디어 제국의 향후 경영 방향을 사실상 보수 성향으로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머독 가(家)의 권력 승계와 관련해 그간 시장과 업계가 품어온 ‘포스트 루퍼트’ 구도에 대한 불확실성을 일거에 해소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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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던스, 엘리자베스, 제임스는 이제 이 문제를 뒤로하고 싶다.” — 제임스 머독 측 대변인 이메일 발언


가족신탁이란 무엇인가

가족신탁’(family trust)은 고액자산가가 자산을 특정 목적에 따라 보존·상속하기 위해 전문 수탁기관에 재산권을 넘기는 계약 구조를 뜻한다.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는 법적 소유권을 지니지만, 실질적 이익은 수익자(가족 구성원)에게 돌아간다. 머독 일가 신탁은 루퍼트 머독(93) 회장이 창설해 자신의 자녀 네 명—프루던스, 래클런, 엘리자베스, 제임스—에게 동등 지분을 부여해 왔다.

그러나 아버지의 고령화와 함께 ‘누가 실질 통제권을 갖느냐’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신탁 계약서상 주요 안건은 지분 50%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될 수 있다. 3남매가 소송으로 맞선 이유는 래클런에 우호적인 안건을 둘러싸고 다른 형제들이 견제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합의 내용과 향후 권력 구도

이번 합의를 통해 래클런 머독은 신탁 의결권 과반을 확보하게 돼, 이미 맡고 있는 폭스 코퍼레이션 CEO 겸 회장 지위뿐 아니라 뉴스코프 총괄 역할도 겸직할 전망이다. 반면 세 남매는 의결권은 축소됐지만 경제적 이익—배당금·주가 상승분—은 그대로 유지한다.

시장 분석 (전문가 견해)에 따르면, 기존에 제기되던 ‘경영권 공백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두 회사 주가에는 단기적으로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복수 의결 구조(dual-class share)의 영속화로 소액주주 의결권 희석 문제가 재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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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논조의 지속 가능성

폭스뉴스는 미국 내 대표 보수 매체로, 2024년 대선 이후에도 공화당 성향 시청층을 핵심 타깃으로 삼아 왔다. 래클런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뉴스 편집 방향이 ‘보다 우향우’될 것이란 관측이 월가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제기된다. 다만 회사의 광고 매출스트리밍 전환 전략이 정치적 성향과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가 향후 실적 변수로 꼽힌다.


‘섹세션(Succession)’ 현실판 엔딩

HBO 드라마 ‘섹세션’은 대형 미디어 재벌 가문의 암투·배신·후계 다툼을 그리며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업계에서는 이 드라마가 머독 일가를 모델로 삼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실제 합의로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현실판 시즌 파이널’이 연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참고: 〈섹세션〉(Succession)은 2018년 첫 방영된 미국 HBO 시리즈로, 미디어 기업 로이 가문 내부 권력 투쟁을 전면에 내세운 블랙코미디 드라마다.


향후 일정과 체크포인트

  • 합의서 공식 서명: 2025년 10월 초 예정
  • 해당 합의에 대한 델라웨어 주 법원의 승인 절차: 2025년 11월 내 마무리 전망
  • 뉴스코프·폭스코프 2025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 2025년 11월 8일 예정

이 모든 과정이 계획대로 마무리될 경우, 머독가를 둘러싼 법적·경영적 불확실성은 최소한 향후 10년간 잠잠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 통찰

미디어 거버넌스 연구기관인 콜럼비아 저널리즘리뷰는 “보수 미디어 파워센터가 래클런이라는 단일 축으로 재편된 만큼, 미국 대선·영국 총선 등 주요 선거에서 폭스뉴스·WSJ가 차지할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특정 정치 성향이 강해지면 글로벌 광고주가 ‘브랜드 안전성’을 이유로 광고비를 줄일 수 있다는 반론도 함께 제시했다.

한편 IT-미디어 융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래클런은 2026년까지 폭스 뉴스 디지털스포츠 스트리밍 채널 강화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런 전략은 소니 픽처스·디즈니·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등 경쟁사와의 ‘스트리밍 전쟁’에서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합의는 단순한 가족 분쟁의 종결을 넘어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권력 지형콘텐츠 유통 경로에도 적지 않은 파급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