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가 6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며 재정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구단은 2025 회계연도(2024년 7월 1일~2025년 6월 30일) 실적을 발표하며 3,300만 파운드(약 4,500만 달러) 규모의 순손실을 보고했다. 전년 동기의 1억 1,320만 파운드 적자에 비하면 손실 폭이 크게 줄었으나, 여전히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적자 축소는 인건비 감축, 운영비 절감 등 강도 높은 비용 통제의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은 2026 회계연도 매출 전망치를 6억 4,000만~6억 6,000만 파운드로 제시해 전년 실적(6억 6,650만 파운드) 대비 감소를 예상했다. 이는 유럽 대항전 부재로 인한 중계권 수입 하락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구단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프리마켓에서 3.8% 하락한 15.79달러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지속되는 손실과 매출 감소 전망을 부정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 손실 제한 규정(PSR)과 재정 페어플레이(FFP)*
프리미어리그는 2013년부터 클럽의 과도한 지출을 막기 위해 손익·지속가능성 규정(Profitability and Sustainability Rules, PSR)을 운영한다. 3년 누적 손실 한도를 1억 500만 파운드로 제한하며, 경기장·아카데미·여자축구·사회공헌 투자액은 손실 계산에서 제외된다. UEFA도 별도로 재정 페어플레이(FFP) 규정을 통해 유럽대항전에 참가하는 구단의 지출을 감시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23 회계연도 이후 약 1억 7,500만 파운드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으나, 구단 측은 “PSR 및 UEFA FFP 규정을 모두 준수 중”이라고 밝혔다.
■ 소유 구조와 비용 절감책
구단 소수 지분(29%)을 보유한 영국 화학기업 이네오스(INEOS) 회장 짐 래트클리프 부회장은 축구 운영을 총괄하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왔다. 직원 감축·티켓 가격 인상·구내식당 무료 점심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경영진은 “비용 절감의 효과가 본격화되면 실적 개선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올 시즌 구단이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 모두 출전하지 못하면서 중계권·입장권·스폰서 수익이 급감할 전망이다. 현금 흐름 악화와 재무 건전성 약화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팬들은 “구단주가 경쟁력 강화보다 재무지표 개선에만 몰두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경기력 부진의 악순환
2013년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과는 인연이 없다. 이번 시즌 초반 성적도 1승 1무 2패로 부진하다. 여름 이적시장에 총 2억 3,000만 파운드를 투입해 공격 자원을 대거 보강했지만, 성과는 미비하다는 평가다.
오마르 베라다 최고경영자(CEO)는 “지출 절감 효과가 가시화되면 재무 성과가 크게 개선돼 결국에는 경기장 성과로도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 기자 시각: 재정·경기력 동반 개선 가능성
전문가들은 구단이 재정 정상화와 전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유럽대항전 복귀 ▲유스 시스템 강화 ▲구단 시설 현대화가 필수라고 진단한다. 특히 비용 효율성과 동시에 수익 다각화가 전제돼야 한다.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아시아·북미 투어 재개, 스터디움 리노베이션 등 중장기 플랜이 구체화될 경우, 팬 신뢰 회복과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PSR과 FFP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선수 영입을 통한 ‘즉시 성과’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정 마련이 늦어질 경우 전력 강화 시점도 지연돼, 악순환이 반복될 위험이 존재한다. 래트클리프 부회장이 추진 중인 ‘축구 운영 전면 개편’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향후 2026 회계연도 실적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PSR·FFP는 각각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이 도입한 재무 건전성 규정이다. 과도한 손실을 방지해 리그의 장기적 경쟁 균형을 도모하고, 구단의 운영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