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미-이란 전쟁)이 국제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원유 가격 급등과 안전자산 선호를 촉발했다고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Macquarie)가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번 사태를 공급 충격(negative supply shock)으로 규정하면서 브렌트유(Brent)가 7% 이상 상승했고 금 가격은 2.0%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을 회피하고 ‘실물자산(hard assets)’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6년 3월 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맥쿼리의 전략가 Thierry Wizman과 Gareth Berry는 이번 충돌이 생산능력의 물리적 파괴가 없어도 ‘사재기(hoarding)’와 해협 통과 보험료의 폭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통과하는 선박에 부과되는 보험료는 이미 25%~100% 수준으로 급등해 운송비용과 공급 체인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세계 증시에도 즉각적인 충격이 나타났음을 지적했다. 주요 유럽 증시 지수들은 평균 -2.0% 이상 하락했고, 미국의 지수선물도 장 초반 1% 이상 하락 거래되는 등 트레이더들은 전쟁의 지속 기간을 반영해 급하게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성장의 분화
맥쿼리는 석유 수입국과 수출국 간의 경제전망이 명확히 엇갈릴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적으로 공급 충격에 따른 유가 급등은 고용에 대한 급격하고 지속적인 악영향을 초래해 왔으며, 이는 페르시아만(Persian Gulf) 공급에 의존도가 높은 일본·중국·유럽 국가들에 특히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수입 유가의 약 85%를 해당 지역에 의존하는 것으로 지적되며, 보고서는 인도를 ‘특히 취약한 국가’로 분류했다.
반면 브라질·캐나다·노르웨이처럼 방대한 외환보유액과 수출 능력을 갖춘 국가는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강한 생산 실적을 유지할 여지가 있다고 맥쿼리는 전망했다. 다만 맥쿼리는 미국도 장기적인 경기 둔화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경고했다. 1990~1991년 제1차 페르시아만 전쟁(First Persian Gulf War)을 연상시키며, 높은 유가가 프라이빗 크레딧의 과도한 레버리지와 저조한 가계 심리 같은 기존의 금융 취약성(financial fragilities)과 결합하면 실제적인 경기 침체(recession)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은 연방준비제도(Fed)를 이전보다 더 매파적(hawkish)인 통화정책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보고서는 또한 정치적 민감성을 이유로 금리정책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쟁발 인플레이션이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달러(USD) 전망
미국 달러의 향후 5년 궤적은 이번 군사적 개입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평가되느냐에 직접적으로 연동된다고 맥쿼리는 진단했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명확한 리더십이 입증된 시기에는 달러화가 실제 가치(real value) 측면에서 강세를 보였으며, 제1차 페르시아만 전쟁 이후 10년 동안 달러의 실질강세가 관찰된 점을 사례로 들었다. 반대로 2000년대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 기간에는 광범위한 국제적 지지가 부족했고 달러의 실질가치가 장기간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맥쿼리는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를 예상한다. 특히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2026년 상반기에는 단기간의 달러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그러나 장기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보고서는 설령 이란에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가 성공하더라도, 이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rules-based global order)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어 중앙은행 및 준비통화 보유자들이 달러 보유를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달러의 준비통화 지위 약화와 함께 중국 위안화(CNY) 등 대체 결제수단의 채택 가속화가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용어 설명 및 배경
본 기사에서 사용된 주요 용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하드 에셋(hard assets)’은 금·원유·부동산 등 실물 기반 자산을 뜻하며, 금융 불확실성 시기에 자금이 이동하는 대상이다. ‘준비통화(reserve currency)’란 국제 무역과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에서 널리 사용되는 통화를 의미하며, 달러가 오랫동안 이 지위를 차지해 왔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걸프 지역 석유 수송의 핵심 해상 경로로, 이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의 안전 우려는 곧 공급 차질과 보험료 상승으로 연결된다.
시장 및 경제에 대한 체계적 영향 전망
맥쿼리의 분석을 바탕으로 정리하면, 단기적으로는 원유와 금 등 실물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수입 에너지 가격의 즉각 상승을 통해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을 더하며,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서 실질생활비 상승과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의 선택지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매파적 통화정책)이 불가피해지면, 실물경제의 성장 둔화와 자산가격 하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정치적 이유로 금리인상이 제한되면 물가상승이 장기화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지역별 시나리오로는 다음과 같은 가능성이 있다. 첫째, 유럽·일본·중국 등 페르시아만 의존도가 높은 수입국은 고용과 성장 둔화가 지속될 위험이 크다. 둘째, 인도(수입 의존도 85%)는 국제유가 충격에 특히 민감해 연료비 상승이 내수와 물가를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 셋째, 브라질·캐나다·노르웨이 등 에너지 수출국은 수출 호조로 단기적 경기 지표는 개선될 수 있으나, 글로벌 수요 둔화가 장기화하면 역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장기 금리의 상승, 신용스프레드 확대, 보험료 및 운송비 상승에 따른 무역 비용 증가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가 25%~100% 상승한 현실은 해상운송비와 무역 루트 재조정의 비용을 높여 기업의 공급망 다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종합적 평가 및 정책적 시사점
맥쿼리의 경고는 복합적 리스크를 시사한다. 유가 급등이라는 공급 충격이 단기적 물가 상승과 금융시장 혼란을 유발하고,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을 어렵게 만들어 경제성장에 대한 하방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다. 정책 당국은 에너지·물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적 안전망과 금융안정장치 강화,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공급 다변화 및 전략비축유(SPR) 운영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국제사회 차원에서는 해상 교통로의 안전 보장과 보험시장 안정화에 관한 외교적·경제적 조치가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미-이란 군사 충돌은 단순한 지역적 무력 충돌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안정, 통화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쇼크(inflationary shock)의 성격을 가진 사건으로 평가된다. 향후 시장 참여자와 정책결정자들은 불확실성 하에서의 시나리오별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