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에서 화장품까지…전쟁 발발 에너지 위기에 아시아 산업 전방위 직격탄

서울·베이징 — 이란 관련 전쟁이 공급망과 석유·석유화학 공급을 강타하면서 아시아 전역의 소비재·제조업체와 소비자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맥주와 과자(감자칩), 라면, 장난감, 화장품 등 일상 생활에 쓰이는 제품 생산이 뒤흔들리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026년 3월 2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이미 일부 기업에게는 중대한 생산 차질(crunch time)을 초래하고 있다. 로이터의 현지 취재에 따르면, 한국의 한 플라스틱 필름 제조업체 관리자 최건수씨는 원재료 공급업체들이 일부 원자재 가격을 최대 50%까지 인상했으며, 일부 품목은 아예 재고가 동나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일부 제품의 원재료가 바닥나면서 기계를 점차 멈춰야 할 상황이고, 향후 1~2주가 매우 위중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석유 충격과 코로나19 대유행을 버텨왔지만 이번 전쟁의 영향은 전례가 없다. 현재 생산량을 평상시의 20%~30%로 줄인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처럼 심하게 타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정말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급망 붕괴의 핵심 지점은 이란 남부 연안의 좁은 해협인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이다.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약 5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데, 중동 지역에 대한 아시아의 원유, 가스, 연료 및 비료 의존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아 공급 차질에 취약한 구조다.

당면한 부족 현상은 특히 납사(naphtha)와 같은 석유 유도체에서 두드러진다. 납사는 중동에서 주로 공급되며 아시아의 정유공장에서 플라스틱과 기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들 원료는 거의 모든 제조 제품에 투입되는 핵심 재료다. 현재 플라스틱과 고무 등 근본 원자재 가격이 이미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삼양식품은 인기 제품인 매운 불닭볶음면의 포장재 부족과 비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라면은 주로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으로 포장되며 이는 식품, 개인위생용품 등 다양한 제품 포장에도 핵심적으로 쓰인다. 경쟁사인 농심은 포장재 재고가 2~3개월분 있으며, 이번 전쟁(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2월 28일 시작)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메틱용 용기 제조사인 연우(Yonwoo)는 로레알과 아모레퍼시픽 등 K-뷰티사의 용기 생산을 위해 플라스틱 수지 확보에 부심하고 있으며, 6월 이후의 공급 상황은 가시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공급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면 용기가 없이는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재고를 비축하고 있으나 그 외에 실질적 대책은 없으며 상황이 5월까지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쟁은 항공·유통·중고차 딜러 등 다양한 업종에서 연료 부족을 촉발해 비용 상승, 수요 약화, 공급망 교란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일본의 백화점 운영사 다카시마야는 위기가 장기화되면 의류와 가전 제품까지 가격 상승과 공급 우려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 과자 제조사 야마요시 세이카가 제과류 생산을 중단한 사례도 발생했다. 제조사는 과자 튀김에 사용하는 보일러 연료인 중유(heavy oil) 부족을 이유로 들었고, 이로 인해 고객들이 일시적으로 품절을 우려해 불안해했다.

원자재 비용 상승이 제조업체에 미치는 영향

중국은 전 세계 합성고무 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합성고무를 만들기 위한 원료인 납사 부족은 타이어·장갑 등 관련 제조업체에게 가격 인상 또는 천연고무 전환이라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분석가인 Xinhua Jing(SCI 소속)은 중국의 합성고무 생산이 전쟁으로 인해 4월에 약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이어 제조사인 미쉐린(Michelin)은 공급망팀을 “완전 가동” 상태로 두고 계약을 최대한 이행하기 위해 배송을 관리·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인도에서는 플라스틱 병과 뚜껑 가격 급등으로 생수값이 이미 상승했으며, 현지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글로벌 맥주업체들도 가스 부족으로 인한 가격 인상과 공급 차질을 경고하고 있다.

중국 남부 제조 허브인 동관(동관)에서도 유가 상승과 공급망 충격이 체감된다. 월마트 등 미국 소매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장난감 제조업체 대표 류 차오난(Liu Chaonan)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 장난감 업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하며 “신제품 견적 시 가격 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제 무역과 소매 가격으로의 파급 경로

원유 가격 상승은 곧바로 휘발유·경유·항공유·도시가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 제조·운송·영업 비용을 밀어올린다. 이로 인해 기업은 비용 전가(가격 인상), 생산 축소, 공급처 다변화 등을 고려하게 된다.

공급 불안으로 인한 소비자 패닉 바잉

공급 우려는 이미 소비자들의 사재기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한국의 한 대형마트는 쓰레기봉투 품절과 구매 수량 제한을 보고했다. 24세의 대학생 류준호(Ryu June-ho)씨는 이주에 쓰레기봉투 10봉(20리터)과 라면을 대량 구매했다며 “쓰레기봉투 가격이 오를까 걱정돼 샀고, 라면은 포장재 비용이 제품 가격에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 같아 많이 샀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보충)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서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중요한 루트다. 이 해협이 봉쇄되거나 통항이 위협받으면 국제 에너지 공급에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이 발생한다.

납사(Naphtha) — 석유 정제 과정에서 얻어지는 경질 탄화수소 혼합물로, 정유공장에서 플라스틱·합성섬유·합성고무 등 석유화학 제품의 기본 원료로 사용된다. 납사 공급 차질은 플라스틱 및 고무제품 전반에 걸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 음료수 병, 식품·화장품 포장 등 광범위하게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다. PET 수급 불안은 포장 기반 제품의 생산과 가격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한다.


전문적 분석 및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석유화학 원료 부족이 제품 생산비를 상승시키며 일부 기업은 이미 생산량을 줄이거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공급망이 복원되지 않을 경우, 포장재·연료·원재료 비용 상승은 식료품, 생활용품, 화장품 등 소비재의 최종 가격에 반영되며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기적으로는 기업들이 공급선 다변화, 재고 비축, 대체 원료 전환(예: 합성고무에서 천연고무로의 전환), 생산 공정 개선 및 비용 절감 조치 등을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납사·수지 등 석유화학 원재료는 대체가 쉽지 않으므로 가격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구조적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은 금리 인상 압력을 키워 경제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의 재정·무역수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책적 대응으로는 정부와 업계의 협력 아래 전략적 비축(예: 석유·원료 비축 확대), 공급망 모니터링 강화, 수입선 다변화 지원, 중소기업의 원자재 조달 지원 등이 요구된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단기적 보급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합리적 구매와 재고 관리가 필요하다.

결론

이번 이란 관련 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아시아의 제조·유통 생태계 전반에 걸친 충격을 야기하고 있다. 당장에는 일부 업계의 생산 차질과 소비자 물가 상승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향후 수개월에서 수년간의 공급망 재편과 비용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업과 정책결정자는 단기적 충격 관리와 중장기적 구조적 대응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

원문 취재는 현주 진(Hyunjoo Jin), 대웅 김(Daewoung Kim), 소피 유(Sophie Yu) 기자가 서울과 베이징에서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