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적 발언에 달러 2주 만에 급등…파월 “12월 추가 인하 확정 아냐”

달러·연준·무역 긴장 완화

미 달러화가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도 불구하고 연이틀 강세를 이어가며 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0일(현지시간) 국제 통화시장에서 달러지수(DXY)는 전일 대비 0.62%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다.

2025년 10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 긴장 완화가 경기 전망을 지지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일부 약화됐고, 이로 인해 달러 매수세가 유입됐다. 특히 미국과 한국이 이날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Shipbuilding) 투자 협정을 최종 타결하고,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 상한을 15%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점이 투자 심리를 개선했다.

DXY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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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펜타닐(Fentanyl) 사태 해결을 전제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인하할 가능성을 언급해 양국 간 긴장 완화 기대를 높였다. 이처럼 교역 리스크가 완화되는 흐름은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달러 강세를 결정적으로 촉발한 것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hawkish) 경고”였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예상대로 연방기금금리(FFR) 목표 구간을 4.00%~4.25%에서 3.75%~4.00%로 25bp(0.25%포인트) 낮추고, 12월 1일부터 양적긴축(QT)을 종료해 자산 축소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파월 의장은 “12월 FOMC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시장의 완화 기대에 제동을 걸었다.

파월 의장 발언 “12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또 낮춰야 한다는 전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결코 ‘정해진 수순’이 아니다.”

USD/JPY 차트

시장금리 상승을 반영하듯 미 국채(10년물) 수익률이 뛰자 엔/달러 환율은 1주 만에 엔화 약세(달러 강세)로 돌아섰다. 장중 미 재무장관 베선트는 “일본 정부가 일본은행(BOJ)에 정책 여력을 허용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엔화 변동성 우려를 제기했으나, 일본 10월 소비자신뢰지수(35.8·전월比 +0.5)가 10개월 최고치를 기록하며 단기 지지력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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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성명·지표 점검

FOMC 성명은 “최근 몇 달간 고용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었고, 인플레이션은 연초 대비 상승했으나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연준 선물시장에서는 12월 9~10일 회의에서 추가 25bp 인하 가능성을 69%로 반영했으며, 2026년 말까지 총 72bp 인하를 전망했다.

미국 내 정부 셧다운이 장기화하는 점은 여전히 달러의 구조적 부담이다. 셧다운이 지속될수록 성장 둔화와 추가 금리 인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주택 지표도 부진했다. 9월 미국 잠정주택 판매지수는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해 시장 예상(+1.2%)을 하회했다. 해당 지수는 계약이 체결됐지만 아직 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기존주택 판매 동향을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미·중 무역협상 ‘스몰 딜’ 진전

달러의 안전통화 프리미엄을 일부 약화시킨 요인으로는 주말 말레이시아 협상에서 도출된 미·중 잠정 합의도 꼽힌다. 합의안은 31일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APAC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 공식 서명될 전망이다. 미국이 11월 1일부로 예고했던 100% 관세 위협이 사실상 철회된 가운데 중국은 최소 1년간 희토류 수출 제한을 시행하지 않고, 미국산 대두 ‘대규모’ 구매를 약속했다. 환적(Trans-shipment) 비용, 펜타닐 규제, 틱톡 접근성 등도 진전이 있었다.

EUR/USD 차트

이날 유로/달러(EUR/USD)는 달러 강세 영향으로 0.60% 하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사실상 완화 사이클 종료 국면에 들어선 반면, 연준은 향후 1%p 추가 인하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차별화가 유로 약세를 제한했다. 10월 30일 ECB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은 스왑시장에서 1%로 미미하다.

귀금속 시장 동향

12월물 금(GC)은 온스당 17.60달러(+0.44%) 오른 1,000달러대 중반에서 마감했고, 은(SI)은 1.24% 상승했다. 그러나 장 마감 후 파월 의장의 매파 발언이 전해지자 시간외 거래에서 금 가격이 40달러 이상 급락했다. 달러 강세와 금리 기대 상향이 귀금속 가격을 압박한 것이다.

Gold 차트

그럼에도 정부 셧다운·지정학 리스크·중앙은행 금 매입 등은 안전자산 수요를 지지하고 있다. 최근 S&P500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귀금속의 피난처 기능은 다소 약화됐지만, 약한 경제지표가 이어질 경우 금리 추가 인하 기대가 되살아날 여지는 남아 있다.

ETF(상장지수펀드) 자금 흐름을 보면, 지난주 3년 최고치까지 늘었던 금 ETF 보유량은 소폭 감소했고, 은 ETF 역시 3년 3개월 만의 고점에서 후퇴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롱 포지션 청산(long liquidation)과 연동된 흐름이다.

용어 풀이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는 미국 은행들이 초과지준을 하루 만기 조건으로 서로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로, 미국 단기금리의 기준이 된다.

양적긴축(QT, Quantitative Tightening)은 중앙은행이 보유한 국채나 MBS(주택저당증권)를 만기 도래 시 재투자하지 않아 자산을 축소하는 정책이다. QT 중단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완화 효과를 낸다.

롱 포지션 청산(Long Liquidation)은 가격 하락을 예상해 미리 사두었던 자산을 매도하면서 포지션을 줄이는 행위다.


본 기사에서 언급된 종목이나 자산에 대해 필자는 직접적인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모든 정보는 투자 자문이 아닌 일반적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