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2028년까지 영국에 총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투자해 인공지능(AI) 인프라와 운영 역량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9월 16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자본 지출(15억 달러)과 영국 현지 운영비(15억 달러)가 1:1 비율로 배분된다.
MS는 이번 투자로 영국 최대 규모의 슈퍼컴퓨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2만 3,000개 이상의 고성능 GPU(Graphics Processing Unit)를 탑재한 연산 클러스터를 영국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Nscale과 공동으로 설계·운영할 예정이다.
GPU란?
GPU는 원래 그래픽 연산용으로 개발됐으나, 대규모 행렬 연산에 특화돼 있어 AI 학습·추론 속도를 CPU 대비 수백 배 가량 끌어올릴 수 있다. 이에 따라 AI 인프라 경쟁에서 GPU 확보가 핵심 자원이 되고 있다.
MS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AI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영국의 디지털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규모 투자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영 일정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7일 윈저성에서 찰스 3세 국왕 및 카밀라 왕비와 만찬을 가질 예정이며, 영국 정부는 이번 방영을 “AI·양자·원전 기술 협력 촉진의 상징적 계기”라고 평가한다.
내각 개편과 부총리 안젤라 레이너의 주택세 스캔들 사퇴로 흔들리는 키어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정치적 리더십을 재확인하고 국내외 투자 유치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영국의 규제 환경 때문에 이런 규모의 AI 투자는 상상조차 어려웠다.”1
—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 MS 수석부사장 겸 사장
스미스 사장은 2023년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690억 달러 규모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일시적으로 저지했을 당시 강경한 불만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최종 승인 이후 “정부의 신속하고 합리적인 규제 개선 덕분에 투자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호평했다.
영국 정부는 17일 트럼프 대통령과 “AI·양자·원전 기술 투자 및 협력 활성화”를 위한 새 합의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 협정에는 민관 합동 펀드 조성, 인력 교류 프로그램, 사이버보안 공동 연구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시각 및 시장 파급효과
첫째, 300억 달러는 단일 국가 AI 인프라 투자로는 역대 최대급 규모다. 이는 미국·중국 중심의 ‘GPU 전쟁’ 구도 속에서 영국이 유럽 AI 허브로 부상할 가능성을 높인다.
둘째, 파트너십을 맺은 Nscale은 영국 내 토종 클라우드 기업으로,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가동되면 ‘빅테크 의존도’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완화할 수 있다. 이는 유럽 규제당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디지털 주권 이슈와도 직결된다.
셋째, MS는 이미 오픈AI, 인포메이션 리스큐 등과의 협업을 통해 AI 모델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영국 슈퍼컴퓨터가 가동되면, Azure 기반 AI 서비스의 학습 속도와 비용 효율성이 대폭 향상될 수 있다.
넷째, 영국 내 경쟁사인 구글 딥마인드·아마존도 GPU·TPU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AI 칩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경우, 슈퍼컴퓨터 구축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섯째, 스타머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투자 실현에 중요한 변수다. 2026년 총선을 앞두고 예산·규제 정책이 과도하게 흔들릴 경우, MS의 자본 지출 계획도 부분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참고로, CMA의 인수 승인 후 MS는 영국을 ‘AI 혁신의 테스트베드’로 지정하며, 2024~2025 회계연도에만 약 55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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