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비트코인 채굴 기업 마라 홀딩스(MARA Holdings Inc.)가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 EDF(Electricité de France SA)의 자회사 엑사이온(Exaion) 지분을 대거 인수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에 돌입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2025년 8월 11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 보도에 따르면 마라 홀딩스는 약 1억 6,800만 달러(한화 약 2,240억 원)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EDF 벤처캐피털 부문 EDF 펄스 벤처스(EDF Pulse Ventures)가 보유한 엑사이온 지분 64%를 우선 취득할 계획이다.
이번 거래에는 추가 옵션도 포함돼 있다.
“특정 조건 충족 시 마라 홀딩스는 1억 2,7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입해 엑사이온 지분율을 7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거래가 최종 성사되더라도 EDF는 엑사이온에 대한 소수 지분을 유지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이어갈 예정이다.
엑사이온은 무엇을 하는 기업인가?
엑사이온은 2020년 EDF 내부 인큐베이터에서 출범한 클라우드·고성능 컴퓨팅(HPC)·블록체인 인프라 전문 기업이다. 프랑스 내 주요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캐나다 퀘벡 등지에도 시설을 운영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충족하는 저탄소 전력원을 활용한다. 최근 생성형 AI 붐으로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연산 수요가 급증하자, 엑사이온은 ‘탄소 발자국이 낮은 AI 인프라 공급자’를 자처하며 글로벌 고객사를 모집 중이다.
마라 홀딩스가 노리는 시너지
본사가 플로리다주 핼런데일비치에 위치한 마라 홀딩스는 북미 최대 상장 비트코인 채굴업체(나스닥: MARA)로, 저전력 고효율 채굴 장비와 재생에너지 전력 PPAPower Purchase Agreement 확보 전략으로 업계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2024년 4월 ‘비트코인 네 번째 반감기’ 이후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회사는 수익 다변화를 위해 AI·HPC용 데이터센터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엑사이온 인수는 이 같은 전략적 전환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 전력·인프라 결합 시너지 ◇
EDF는 프랑스 전력 공급량의 80% 이상을 원자력으로 충당해 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낮다. 마라 홀딩스가 엑사이온을 품에 안게 되면, 프랑스 및 캐나다의 청정 전력 인프라를 활용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유럽 시장에서 ‘친환경 AI 인프라’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다.
업계 파급 효과와 향후 변수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조사기관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2025년 AI 인프라 시장 규모는 3,5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보유한 저전력·고밀도 서버 팜(server farm)이 AI 연산용으로 ‘재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마라 홀딩스의 엑사이온 인수 추진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다만 거래 성사까지는 프랑스 정부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심사와 EU 경쟁법 검토라는 두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EDF가 공기업 성격을 띤 만큼, 에너지 안보·데이터 주권 논의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가 AI 인프라 시장으로 진출하는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다. 향후 규제 환경과 시장 수요에 따라, 전통 전력회사·테크기업·채굴기업 간 협업이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