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레고어 스튜어트 헌터가 집필한 원문 ‘Morning bid: Dangers abound ahead of deadline day’를 완역한 기사다. 이번 주는 기업 실적, 주요 경제지표, 중앙은행 금리결정, 그리고 미국의 신규 관세 부과 시한(8월 1일)을 앞둔 중첩 이벤트 주간으로 평가된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시장은 현재 ‘폭풍의 눈’ 한가운데 놓여 있다. 하루 사이에 기업 실적 발표, 경제지표 공표, 다수의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발효를 앞둔 막판 무역협상 전개까지 겹치며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먼저 일본은행(BoJ)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엔화는 즉각 0.6% 절상됐다. 곧 이어 열릴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기자회견에서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힌트가 나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기업 실적 측면에서 ‘슈퍼 어닝스 데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2분기 어닝 시즌이 절반가량 진행된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메타 플랫폼스(META)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나스닥 선물지수는 1.3% 급등했다. 동시에 연초 이후 첫 월간 강세를 노리던 미 달러화(DXY)는 2개월 만의 고점 근처에서 횡보 중이다.
“현재까지 어닝 시즌은 매우 훌륭하다. 이것이 미국 증시가 선전하는 주된 배경이다. 다만 관세의 전면 효과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 데이비드 차오, 인베스코 아·태 시장전략가(싱가포르)
그러나 MSCI 아·태(일본 제외) 지수는 0.7% 하락해 4개월 연속 상승세가 일시 제동됐다. 특히 홍콩 증시는 1.1% 밀리며 낙폭을 키웠다. 같은 날 발표된 중국 국가통계국의 7월 공식 제조·서비스업 PMI가 시장 기대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상품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리(copper)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구리 선물가격은 하루 만에 19.4% 폭락했다. 구리는 ‘닥터 코퍼(Dr. Copper)’로 불릴 만큼 경기 전반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라 시장 충격이 컸다.
외환시장에서는 한국 원화가 0.1% 절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히는 동시에, 한국이 미국 내 프로젝트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무역전선, ‘막판 러시’
미 행정부는 8월 1일 ‘해방의 날 관세’ 발효를 예고해 왔다. 시한을 앞두고 미국·브라질, 미국·한국 등 각국과의 ‘패스트 트랙’ 무역 합의가 연쇄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협상이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 성격이 짙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산 상품, 해외 소액 배송 물품 등으로까지 관세 범위를 확대한 ‘관세 폭격(타리프 블리츠)’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다수 글로벌 은행 이코노미스트들은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최종 수요와 투자를 위축시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럽·미국 장 개장 전 포인트 체크
유럽 시간대 초반, 범유럽 주가지수 선물은 0.2% 상승세로 출발했다. 독일 DAX와 영국 FTSE 선물 역시 각각 0.2%, 0.1% 올랐다. 개장 이후 발표될 거시지표가 관전 포인트다.
독일은 6월 수입물가, 7월 실업률,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HICP 선행치)를 동시에 내놓는다. 프랑스는 7월 예비 CPI와 6월 생산자물가를, 유로존 전체는 6월 실업률을 발표한다.
한편 미국장 폐장 후에는 애플(AAPL), 아마존(AMZN), 마스터카드(MA)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시장은 ‘매끄러운 어닝 시즌’ 분위기가 이어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용어·배경 설명
1 나스닥 선물지수(Nasdaq futures)는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 선물을 의미하며, 정규장 외 시간대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선행 지표다.
2 해방의 날 관세(Liberation Day tariffs)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무역정책의 전환점을 의미하며 임의로 붙인 명칭으로, 8월 1일 이후 대거 관세를 발동하겠다는 방침을 담고 있다.
3 닥터 코퍼(Dr. Copper)는 ‘구리가 경제를 진단한다’는 의미의 시장 속어다. 구리 수요가 경기활동과 밀접해 선행지표로 통한다.
4 HICP는 EU 집행위원회가 산출하는 조화 소비자물가지수로서, 각국 CPI를 유럽 기준으로 통일한 지표다.
5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제조·서비스업체 구매담당자를 설문해 경기 확장·수축을 50선 기준으로 평가한다.
전문가 진단 및 전망
다수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호조와 달러 강세라는 두 축이 증시 하방을 방어하고 있지만, 관세라는 돌발 변수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원자재 급락과 독일·프랑스 인플레이션 선행지표가 동반 하락할 경우,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연준(Fed)의 연내 추가 긴축 시나리오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엔화 강세다. 만일 일본은행이 ‘음의 영역’을 탈피해 정상화 수순을 밟는다면, 글로벌 채권 수급과 위험자산 선호도에 구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엔화가 12개월 내 달러당 130엔대까지 절상될 가능성”을 제시하며, 엔캐리 트레이드의 축소를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IT 메가캡 실적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엇갈린 영향’을 주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실적 모멘텀이 주가를 지지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무역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제약할 전망이다. 따라서 기관투자자들은 섹터 로테이션 전략을 강화하면서 방어적 자산과 성장주를 병행 보유하는 바이버리전트 포트폴리오(divergent portfolio)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Gregory Stuart Hunter 기자 / 크리스토퍼 커싱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