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CSE:NOVOb)의 코펜하겐 상장 주가가 8월 8일(현지시간) 장중 5% 이상 상승하며 전일에 이어 이틀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주가 급등은 최대 경쟁사 엘리 릴리(NYSE:LLY)가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3상 시험 결과가 노보 노디스크의 블록버스터 주사제 ‘위고비(Wegovy)’의 체중 감량 효과에 미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따른 것이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엘리 릴리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오르포글리프론을 72주간 투여한 피험자들이 평균 12.4%의 체중을 감량했다고 밝혔다. 반면 동일 연구에서 위약(placebo)을 투여받은 그룹은 0.9% 체중 감소에 그쳤다. 연구 대상은 3,000명이 넘는 과체중 및 비만 성인이었다.
GLP-1 제제란 무엇인가
오르포글리프론과 위고비 모두 GLP-1(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 작용제 계열에 속한다. GLP-1은 식욕을 억제하고 위 배출을 지연해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호르몬으로,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개발된 뒤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핵심 기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위고비와 릴리의 ‘제프바운드(Zepbound)’는 주사제인 반면, 오르포글리프론은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알약이라는 점이 차별점이다.
“경구 투여 편의성과 낮은 가격으로 주사제 시장을 대체할 것” ― 엘리 릴리 경영진
릴리 경영진은 오르포글리프론을 ‘가격 경쟁력이 높은 대안’으로 소개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효과 측면에서 위고비와 최소 동등하거나 그 이상을 기대해 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일부 애널리스트는 오르포글리프론의 체중 감소율이 68주간 14.9%를 기록한 위고비 2021년 시험 결과를 추월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시장의 기대치를 하회했다. 이에 따라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전일 7% 급등에 이어 이날도 상승폭을 확대했고, 뉴욕 증시에 상장된 ADR(미국예탁증권)인 노보 노디스크(NYSE:NVO) 역시 7% 이상 올랐다.
노보 노디스크의 차세대 후보 ‘카그리세마’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6월 시험용 복합제 ‘카그리세마(CagriSema)’가 비만 성인에서 최대 23% 체중 감소를 달성했다고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같은 연구에서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과체중 환자는 체중의 16%를 감량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카그리세마가 상용화될 경우 비만 치료제 시장 판도를 다시 한번 바꿀 수 있다고 내다본다.
추가 관전 포인트: 중도 탈락률
미즈호(Mizuho) 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 메모에서 “오르포글리프론 최고 투여군에서 탈락률이 약 25%에 달하고, 위약군은 29.9%로 더 높았다는 점이 독특하다”면서 “연구 설계나 대상군 특성과 관련해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망과 해석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차세대 GLP-1 계열 치료제가 주도하며 2030년대 초 1,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이번 결과는 노보 노디스크가 단기적으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할 가능성을 높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구제의 복용 편의성과 보험 급여 범위가 장기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 본다. 릴리가 오르포글리프론의 가격을 공격적으로 책정할 경우 임상의 선택지는 확대될 수 있어, 가격·효과·안전성 삼박자를 갖춘 제품이 최종 승자가 될 전망이다.
또한 GLP-1 계열 의약품의 심혈관 질환 개선 효과에 대한 추가 연구가 진행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고혈압·고지혈증 환자 등 적응증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추진 중인 제약사들의 M&A
및 라이선스 계약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유의점 및 결론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이익 전망 하향 조정과 경영진 교체 이슈로 단기 변동성이 확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비만 치료제 1위 기업이라는 펀더멘털은 견조하다는 평가다. 반면 릴리는 오르포글리프론 임상 3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규제 허가를 추진할 예정이며, 효과 개선을 위한 용량 조절·복합제 연구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요약하면, 주사제 대비 편의성을 앞세운 경구제가 언제, 어떤 가격에 출시되느냐가 시장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임상 데이터의 세부 지표, 규제 일정, 주요 경쟁사의 파이프라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