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Eli Lilly & Co.)가 자사의 경구용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비만 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환자들이 주사제에서 전환한 뒤에도 체중 감소 효과를 상당 부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2025년 말 발표했다.
2025년 12월 18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릴리는 대규모 후기(3상)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알렸다. 회사는 또한 오르포글리프론의 비만 적응증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FDA가 11월에 우선심사(priority review) 바우처를 부여해 심사 기간이 수개월로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임상시험 개요와 주요 결과
이번 3상 시험은 ATTAIN-MAINTAIN이라 불리며, 별도의 후기 연구에서 72주 동안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주사제 웨고비(Wegovy, 성분: 세마글루타이드) 또는 릴리의 주사제 제프바운드(Zepbound)를 복용한 후 전환한 300명 이상(>300명)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해당 환자들은 이후 무작위 배정 방식으로 오르포글리프론(혹은 위약)을 추가로 52주간 복용했다.
시험의 주요 목표는 주사제 복용으로 체중 감소 후 진행이 정체(plateau)를 보인 환자들이 경구제로 전환했을 때 체중 유지(감량 유지)를 위약 대비 우수하게 달성하는지를 입증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경구제 복용군은 위약군보다 체중 유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우위를 보이며 1차 목표를 충족했다.
구체적으로, 웨고비에서 오르포글리프론으로 전환한 환자들은 임상시험 종료 시점까지 초기 감량분의 평균 약 2파운드(약 0.9kg)만을 재증량한 반면, 제프바운드에서 전환한 군은 평균 약 11파운드(약 5kg)를 다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은 만성적이고 진행성인 질환이며, 체중 감량을 지속하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중대한 과제다”라고 릴리 카디오메타볼릭 헬스 책임자 케네스 커스터(Kenneth Custer)는 성명에서 말했다.
그는 이 시험이 “사람들이 힘들여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승인이 될 경우 주사제가 부담스러운 수백만 명의 비만 환자들에게 편리한 대체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전성·내약성 및 중단율
오르포글리프론의 전반적 안전성과 내약성은 이전 후기 임상 연구들과 일관되게 나타났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위장관계 계열이며 대체로 경증~중등도 수준이었다. 웨고비에서 오르포글리프론으로 전환한 환자들 중 4.8%가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했으며, 제프바운드에서 전환한 군은 7.2%가 중단했다. 위약으로 전환한 집단에서는 웨고비 출신이 7.6%, 제프바운드 출신이 6.3%가 중단한 것으로 보고됐다.
릴리 측은 간 안전성 관련 문제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체 결과는 향후 의료 학회에서 발표되고, 내년에 동료심사를 거친 학술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작용 기전과 약물 특성 차이
오르포글리프론은 웨고비·오젬픽(Ozempic)·리즈벨서스(Rybelsus) 등과 같이 장(腸) 호르몬인 GLP-1을 표적해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다만 릴리의 경구제는 다른 세 가지 치료제와 달리 펩타이드(peptide) 기반 의약품이 아니다. 이로 인해 체내 흡수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경구 리벨서스나 경구 웨고비가 요구하는 식사 관련 섭취 제한(복용 전후 공복 조건 등)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회사는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 중인 경구형 세마글루타이드(경구 웨고비)가 먼저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덴마크 제약사의 초기 점유율 확보가 쉽다고 분석된다.
시장 전망과 경제적 파급효과
금융권의 전망도 제시됐다.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2030년 전 세계 체중감량 약물 시장을 약 $950억(95 billion 달러)으로 추정하면서 경구용 제제가 그중 24% 즉 약 $220억(22 billion 달러)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는 릴리의 경구제가 일일 경구 세그먼트에서 약 60% 점유율, 즉 2030년 기준 약 $136억(13.6 billion 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고,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 세마글루타이드는 해당 세그먼트에서 약 21%·약 $40억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전망은 몇 가지 경제적·산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경구제가 주사제 대비 편의성과 장기 복용의 수용성을 높일 경우 만성 치료에서의 전환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제약사들의 매출 구조를 장기 처방 기반으로 전환시키며, 보험·의료비 지출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경구제가 주사제보다 약효나 체중감량 폭에서 불리할 경우에도 유지(maintenance) 치료로서의 역할은 분명해,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가격 전략에서 새로운 경쟁 축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점유율 경쟁의 관건은 출시 시점(timing), 보험 적용 범위, 가격 정책, 그리고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될 것이다. 특히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 웨고비가 연내 허가를 받는다면 초기 선점 효과(first-mover advantage)가 크며, 릴리는 뒤이어 진입하더라도 유지 치료용(maintenance)으로 차별화할 여지가 있다.
용어 설명
GLP-1은 장(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욕 중추에 작용해 포만감을 증가시키고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며 혈당 조절을 돕는다. 펩타이드 기반 치료제는 아미노산 결합으로 이루어진 분자로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쉬워 경구 투여 시 흡수율과 안정성 확보가 어렵다. 이 때문에 기존의 펩타이드 제제는 주사제 형태가 많았고, 경구로 투여하기 위해선 별도의 제형 기술과 섭취 조건(예: 공복 상태에서 복용 등)이 필요하다.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은 비펩타이드 계열이라 체내 흡수와 복용 편의성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결론 및 향후 일정
이번 발표는 경구 GLP-1 약물이 주사제에서 경구제로의 전환을 통한 장기 체중 유지 전략에서 중요한 선택지임을 시사한다. 릴리는 FDA에 오르포글리프론의 비만 적응증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11월에 부여된 우선심사 바우처로 인해 심사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 ATTAIN-MAINTAIN의 상세 데이터는 향후 학회 발표와 학술지 게재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시장 관찰자들은 허가 시점과 보험 적용 범위, 가격 정책, 장기 안전성·효능 자료가 공개되는 방식에 따라 해당 약물이 제약 시장과 의료비 지출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경쟁사인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 웨고비가 먼저 출시될 경우 초기 시장 점유율 확보 여부가 핵심 경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