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Intel) 최고경영자(CEO) 리프부 탄(Lip-Bu Tan)이 오는 월요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단독 보도했다.
2025년 8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면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주 탄 CEO의 사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양측은 탄 CEO의 개인·직업적 배경과 정부와의 협력 가능성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영권 교체’ 압박은 탄 CEO가 과거 중국군과 연관된 기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특히 그는 2021년까지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스(Cadence Design Systems)를 이끌었으며, 동시에 벤처캐피털 회사를 통해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투자해 왔다는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이해 상충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스는 지난주 미국 법무부와의 합의에서 미화 1억 4,000만 달러(약 1,894억 원) 이상의 벌금을 지불하고 ‘중국 군사대학에 칩 설계 소프트웨어를 판매했다’는 혐의에 유죄를 인정(plead guilty)하기로 합의했다. 이 사건은 중국과 연관된 민·군 겸용(dual-use) 기술 수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탄 CEO는 2024년 3월 팻 겔싱어(Pat Gelsinger)의 사임 이후 인텔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취임 직후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고, 설계·제조 경쟁력을 되찾아 ‘옛 인텔’의 위상을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하며 대대적인 턴어라운드(turnaround) 작업을 추진 중이다.
전문 용어 해설
• 구속 합의(plea agreement): 피고 측이 혐의를 인정하는 대가로 형량이나 벌금을 조정받는 제도다.
• 벤처캐피털: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에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하는 사모펀드 형태의 투자 방식이다.
• 턴어라운드 전략: 재무 구조나 사업 모델 개선을 통해 부진 기업을 단기간에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 경영 기법이다.
기자 해설 : 이번 백악관 방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CEO 교체’를 압박한 직후 이뤄진다는 점에서 미·중 기술 냉전 속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둘러싼 상징적 이벤트로 평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업 경영진 교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사례는 이례적이지만, 오는 2026년 대선을 앞두고 대중(對中) 강경 노선을 부각하려는 전략적 행보로도 해석된다. 반면, 탄 CEO로서는 백악관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안보 리스크’를 불식시키고, 동시에 인텔이 추진 중인 CHIPS Act 인센티브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약 회동 결과가 부정적으로 흐를 경우, 탄 CEO가 물러나고 새로운 경영진이 선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인텔이 진행 중인 파운드리(위탁생산) 확장 전략과 재무 구조 개선 일정이 지연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인텔 주가는 나스닥(NASDAQ)에서 ‘INTC’ 티커로 거래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번 면담이 주가 변동성을 키울 ‘촉매제’가 될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