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톰 바킨(Tom Barkin)은 가계와 기업이 최근의 석유 가격 급등을 일시적 충격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킨 총재는 이는 소비자 지출의 눈에 띄는 위축이나 공공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물가상승률 전망)의 우려스러운 변화를 아직 촉발하지 않았다는 근거에서 내린 판단이라고 밝혔다.
2026년 4월 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바킨 총재는 주간 신용카드 지출 데이터와 기업 경영진들과의 정기적인 대화를 근거로 “여전히 단기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자신의 진단을 제시했다. 그는 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 가격·투자·기타 사안에 관해 들은 내용들이 이런 결론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가스비 지출이 분명히 크게 늘었지만, 그 외의 소비지출은 여전히 상당히 건전하게 보인다.”
바킨 총재는 자신이 올해 금리정책에 대한 투표권이 없음을 밝히면서도, “만약 소비자들이 이번 사태를 2주, 3주, 4주 정도의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면 추가로 한 번에 10달러에서 15달러 정도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표준적 생활수준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다. 그러나 만약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인식하면 소비 위축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공습 개시와 그에 따른 글로벌 유가 급등은 연준과 전 세계 중앙은행들에게 우려와 인내의 양면적 반응을 촉발했다. 우려는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연준이 억제하려는 인플레이션을 재가열할 가능성에 대한 것이고, 인내는 분쟁의 지속 기간과 가격에 대한 실제 영향이 분명해질 때까지 과잉 반응을 피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됐다.
연방준비제도(Fed)는 가장 최근의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행 연 3.50%~3.75% 구간으로 유지했으며, 정책결정자들은 연말까지 한 차례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예측 불가능하다. 이번 주 벤치마크인 브렌트유(Brent)는 잠시 배럴당 $119를 상회했는데, 이는 미군의 공습 개시 이전보다 70%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캠페인이 종결 단계에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자 유가는 다시 약 $102 부근으로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요일 밤에 국민에게 연설할 예정이었다.
한편 휘발유 가격은 AAA(미국 자동차협회) 집계에서 수요일 기준으로 전국 평균 $4.06로 또다시 상승해 2022년 여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여름 당시에는 팬데믹 영향으로 인한 공급 충격과 강한 소비 수요가 맞물리며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 급등을 초래했다.
연준 관계자들은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피하려는 데에 주력하고 있으며, 유가 급등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를 잠시나마 갖게 했다. 이는 당초 예상되던 금리 인하로의 전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바킨 총재는 현시점에서 연준을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 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핵심 요인은 인플레이션 기대치(inflation expectations)의 상승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지속해서 오르면 정책결정자들은 물가상승률을 연준의 목표인 2%로 맞추겠다는 의지를 증명할 필요가 생긴다는 것이다.
바킨 총재는 “인상 시나리오는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경우일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그러한 변화가 나타났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금리 인하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연준의 2% 목표 쪽으로 되돌아가거나, 고용시장이 약화돼 금리 인하로 지원이 필요해지는 경우일 것이다.
상품(재화)과 서비스의 가격전달력 차이
바킨 총재는 기업 경영진과의 대화에서 상품(물품) 부문과 서비스 부문 간의 차이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소매업자들은 소비자의 저항으로 인해 가격전달력이 제한되고 있다고 느끼는 반면, 특히 고소득 가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가격을 올릴 여지가 더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는 저소득 및 중간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한 소매업체와 대화한 뒤 “소비자들이 물가 인상에 지쳐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1%에서 2% 정도의 가격상승이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한계일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반면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쪽은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바킨 총재는 관세 부과와 유가 충격 비용 이전에도 여러 차례 가격을 전가하려 했던 상품 공급자들은 더 이상 할 여지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들이 몇 차례의 시도를 겪으면서 더 이상 여력이 없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반면 서비스 부문에서는 같은 느낌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과 연준 정책에 대한 시사점
바킨 총재는 이러한 요인들이 연준의 물가목표로의 복귀를 더디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이는 시장 기대에 이미 반영돼 금리 인상 가능성은 배제되는 대신 연준의 정책 기조가 장기간 중단(pause)될 것이라는 전망과, 금리 인하 시점은 2027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는 “나는 빠른 경로가 아니라 점진적인 경로를 본다. 그것이 내 직감이다”라며, 물가가 서서히 목표치로 내려오는 완만한 경로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3월 고용보고서(금요일 발표 예정)가 2월에 보고된 일자리 손실이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약화의 신호인지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
브렌트유(Brent): 유럽을 중심으로 국제 거래되는 원유의 기준 유종 중 하나로, 글로벌 원유가격의 벤치마크로 널리 사용된다.
인플레이션 기대치: 소비자, 기업,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물가상승률을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말하며, 이는 실제 물가와 중앙은행의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정책금리: 중앙은행이 경제 전체의 금리 수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설정하는 기준 금리로, 연방기금금리(연준의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문적 분석 및 향후 영향
첫째, 가계와 기업이 이번 유가 급등을 단기적 충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단기적 소비 활동의 즉각적 위축 가능성이 크지 않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경기 민감 업종 중 에너지가 비용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운송, 항공, 일부 제조업 등)은 비용상승에 따른 가격 전가 실패 시 마진 압박을 겪을 수 있다.
둘째,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전달력 차이는 인플레이션 경로의 이질성을 초래한다. 상품 분야에서는 소비자 저항으로 가격상승 여력이 제한돼 있지만, 서비스 분야 특히 고소득층 대상 서비스는 가격 인상을 통해 일시적 인플레이션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체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서비스 중심의 기조적 인플레이션에 의해 더 오래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연준의 정책적 대응은 인플레이션 기대치의 움직임과 고용지표의 향방에 크게 의존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상향 이탈하면 연준은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 긴축 경로(금리인상)를 고려할 수 있고, 반대로 고용시장의 약화가 지속되면 완화적 신호(금리 인하 또는 완화적 커뮤니케이션)를 보일 여지가 있다.
넷째, 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점화되거나 공급 측 충격이 장기화하면 예상은 급변할 수 있다. 브렌트유가 다시 급등하면 휘발유 및 가스 가격 상승이 가계 실질소득을 추가로 압박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고, 이는 경기 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 입안자와 기업 경영진은 수요 충격과 공급 충격을 분리하여 평가하고, 단기적 변동성과 중장기적 구조 변화를 구분하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기업들은 에너지 비용의 상승 리스크를 헤지하거나 공급망 비용 절감 등을 통한 내부 효율화로 충격을 흡수하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요약하면, 바킨 총재의 진단은 현재의 고유가가 단기 충격으로 인식되고 있어 소비의 즉각적 위축은 크지 않으나, 상품과 서비스 간의 가격전달력 차이, 인플레이션 기대치의 움직임, 고용시장 지표 등이 향후 연준의 정책 경로를 결정할 핵심 변수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연준은 현재의 불확실성 하에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지표의 변화에 따라 정책 기조를 조정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