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축소 움직임에 美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 1998년 이후 최저 근접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가자,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위험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등급(Investment-Grade) 회사채로 자금이 몰리며 기업 차입비용을 나타내는 신용스프레드가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근접했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차익을 확보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으로 갈아타며 ‘디리스킹(de-risking)’을 가속화하고 있다. ICE BAML 집계 기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평균 스프레드는 80bp(1bp=0.01%p)로, 1998년 기록한 77bp에 불과 3bp 차이까지 좁혀졌다.

스프레드는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불린 4월 2일 이후 급격히 회복됐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새로운 대중(對中) 관세를 발표하며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스프레드는 단숨에 121bp까지 벌어지며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관세·무역 리스크가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는 인식과 미국 기업의 탄탄한 기초체력이 맞물리면서 스프레드가 빠르게 조여들고 있다.” — 에드워드 매리넌(SMBC 닛코증권 신용전략가)

로이터는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상위 등급 기업들이 지난 1년간 차입을 줄이고 공격적 인수합병을 자제함으로써 재무 구조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설령 관세발(發) 인플레가 발생하더라도 손익계산서가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연방준비제도(Fed)가 목표치(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를 크게 낮추지 못하고 있는 점도 수급에 긍정적이다. 보험사·연기금 등 수익률(yield)에 민감한 장기 투자자에게는 현 수준의 회사채 금리가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주식에서 채권으로의 자금 이동도 뚜렷하다. 자산운용사 미도션 파트너스의 마이클 레비틴 공동대표는 “내 경력에서 처음 보는 규모로 주식에서 채권으로의 포트폴리오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브레킨리지 캐피털의 닉 엘프너 연구공동대표 역시 “주가 급등 이후 크레딧 전략과 투자등급 채권에 대한 고객 문의가 늘었다”고 전했다.

투자회사연구소(ICI)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들어 미국 국내 주식형 펀드·ETF에서는 100억 달러 이상이 유출된 반면, 과세 대상 채권형 펀드·ETF에는 1,800억 달러 이상이 순유입됐다.

기업들은 이 같은 호황을 활용해 공격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인포마 글로벌마켓에 따르면, 7월 발행된 약 51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신규 발행 콘세션(추가 금리)은 평균 2bp에 불과했으며, 주문 장부는 4배 이상 초과 청약됐다.

회사채 스프레드 그래프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용평가 전문 리서치인 크레디트사이트의 위니 시자 글로벌전략본부장은 “연말까지 투자등급 스프레드가 110bp로 점진적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장기 평균(130bp)보다는 낮지만, 현 수준보다는 확장된 수치다.

시자는 “금리 상승기에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 ÷ 이자비용)이 2021년 사상 최고치에서 내려온 상태라, 이자 비용 증가와 성장·마진 둔화 우려가 결합될 경우 스프레드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용어풀이: bp(베이시스포인트)란?

bp는 금리·스프레드를 나타낼 때 쓰이는 최소 단위로 1bp는 0.01%p(퍼센트포인트)에 해당한다. 예컨대 스프레드가 80bp라면 기준물 대비 0.80%p의 가산금리가 붙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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