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안, 전기차 수요 둔화 속 인력 4% 추가 감원 결정

미국 전기 픽업트럭 제조업체 리비안 오토모티브(Rivian Automotive)가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전체 인력의 약 4%에 해당하는 600여 명을 추가로 감원하기로 했다. 이는 전 세계 전기차(EV)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축소되는 가운데 단행된 조치다.

2025년 10월 23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구조조정은 최근 한 달 전 시행된 1.5% 규모 감원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인력 감축이다. 당시 리비안은 생산 효율을 제고한다는 명목으로 일부 직무를 정리했으나, EV 수요 약화와 자금 흐름 악화가 계속되자 추가 조정을 피하기 어려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리비안의 총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만 5,000명 미만이었으며, 이번 조치가 완료되면 감원 인원은 누적 기준 천 명 안팎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리비안은 2021년 미국 나스닥 상장 당시 1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하며 테슬라의 대항마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EV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경쟁이 심화됐고, 금리 급등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고가 전기 픽업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막대한 설비 투자비와 연구·개발(R&D) 비용을 자체 현금흐름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졌으며, 비용 절감 차원에서 생산 목표와 채용 계획을 재검토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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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EV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구축 지연, 리튬·니켈 등 핵심 소재 가격 변동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미국 내 EV 시장 전반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액공제 요건이 강화되면서,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은 배터리나 부품을 사용한 차량은 인센티브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에 따라 리비안을 포함한 신생 EV 기업들은 배터리 공급망을 재편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았다.

전문가 진단: 신생 EV 업체들의 이중고

시장 전문가들은 자금 조달 환경이 급격히 냉각된 2023~2025년을 EV 스타트업 생존의 분수령으로 본다. 금리가 높은 구간에서는 신규 투자 유치가 어려운 반면, 완성차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기에도 협상력이 약화된다. 리비안 역시 포드·아마존 등 초기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주문·지원을 받아 성장했으나, 수익성 전환이 지연되면서 추가 자금 투입을 끌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레이오프(layoff) 용어 해설

레이오프는 회사가 경영 악화,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근로자와의 고용 계약을 해지하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미국 기업은 통상 사전 통보 기간만 준수하면 대규모 인원 조정을 단기간에 시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생 테크·EV 스타트업의 임직원들은 고용 불안에 직면하기 쉽고, 이는 다시 인재 확보 및 조직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남은 과제와 시장 전망

리비안은 이번 감원을 통해 연간 인건비 수천만 달러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설비 투자·차세대 플랫폼 개발을 위한 자본 지출은 여전히 큰 부담이어서, 기업공개(IPO) 당시 확보한 현금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생산 효율화원가 구조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추가 유상증자나 채권 발행 등 외부 조달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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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안의 전략적 행보가 신생 EV 업체 전체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이번 감원 결과와 2026년까지 제시한 생산 목표 달성 여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동시에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 정부가 친환경 전환 로드맵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따라 EV 수요 회복 시점이 앞당겨질 수도, 더 지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공존한다.


한편, 리비안 외에도 루시드, 피스커 등 다른 신생 전기차 업체들도 올해 들어 잇달아 감원을 실시했다. 이런 흐름은 글로벌 투자자들로 하여금 EV 스타트업에 대한 밸류에이션 재조정을 요구하게 만들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합병·M&A, 혹은 기존 내연기관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 강화를 생존 전략으로 모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6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은 리비안의 단기적 현금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EV 시장 성장 둔화라는 거시 흐름 속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사업 모델 재검토와 실행력이 요구된다는 평가다. 향후 일정 기간 리비안의 분기 실적 발표와 생산 가이던스가 시장의 신뢰 회복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