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조달 책임자 프랑수아 프로보스트를 신임 CEO로 선임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Renault)가 7월 31일부로 프랑수아 프로보스트(57) 최고조달책임자(CPO)를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이번 결정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수요 부진 속에 내린 선택으로, 최근 실적 경고에 직면한 회사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르노 이사회는 파리 본사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프로보스트 선임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는 불과 한 달 전 루카 데 메오 전(前) CEO가 명품 그룹 케어링(Kering)으로 자리를 옮기며 공석이 된 수장 자리를 채우게 됐다.

르노는 프로보스트의 “국제 무대에서의 폭넓은 경험, 업계 현안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확고한 전략적 비전”을 발탁 이유로 제시했다. 특히 조달 및 글로벌 파트너십 부문에서 쌓은 전문성이 향후 공개될 새로운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는 2022년 발표된 전사적 전환 계획(Transformation Plan)에서 ‘유럽 집중 전략’을 통해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관세 리스크를 피하며 지난해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유럽 경기 둔화에 대한 노출도가 높아 6월 판매량이 당초 예상치를 밑돌았고, 이달 초 연간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며 비용 절감 폭을 확대했다.

프랑수아 프로보스트는 2020년 국제사업·파트너십 본부장, 2021년 대외협력·공공정책 총괄을 거치며 글로벌 사업 재편을 진두지휘해왔다. 그는 아시아·중동·남미 등 신흥시장 경험이 풍부해, 유럽 편중 리스크를 완화할 적임자로 꼽힌다.

시장 반응도 즉각 나왔다. 프랑스 증권사 오도-BHF의 마이클 파운두키디스 애널리스트는 “최유력 후보라는 평은 아니었으나, 프로보스트의 전략 연속성국제 네트워크가 이사회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투자 리서치 업체 모닝스타의 렐라 서스킨 애널리스트는 “그가 주도한 지리(Geely)와의 한국 합작법인, 르노-닛산 파트너십 구조 개편, 그리고 지리·아람코와의 내연기관 파워트레인 합작사 ‘Horse’ 설립은 르노의 비용 효율성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린 사례”라고 설명했다.

파워트레인(powertrain)은 엔진·변속기·구동축 등 자동차 동력 전달계 전체를 가리키는 용어다. 내연기관(ICE) 중심 ‘Horse’ 합작회사는 전동화 시대에도 잔존할 내연 기술 수요를 겨냥해 설립됐다.


전망과 과제

프로보스트 신임 CEO는 수익성 제고와 지역 다변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안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원자재 가격 변동, 친환경 규제 등 외부 변수에 더해, 전동화 경쟁에서의 지속적 투자와 비용 통제가 필수적이다.

전임자 데 메오가 밝힌 2026년까지의 전기차·소프트웨어 집중 전략도 수정 없이 계승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프로보스트가 ‘공공정책 총괄’ 이력을 바탕으로 유럽연합(EU) 환경 규제 로드맵과 보조금 정책을 적극 활용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10월로 예상되는 신(新) 중기 로드맵 발표에서 모듈형 생산 플랫폼 확대차세대 배터리 공급망 재편 같은 세부 계획이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르노가 유럽 외 지역, 특히 인도·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 등 성장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프로보스트의 전력(戰歷)은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그는 과거 르노삼성자동차(現 르노코리아) 사장을 지내며 한국 시장을 경험했고, 이를 통해 아시아 공급망·파트너십 확대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

르노 내부 관계자들은 “단기간 실적 개선장기 기술 투자라는 상충 과제를 조율하는 역량이 새 CEO의 최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르노 주가는 올해 들어 약세를 보였으나, CEO 임명 발표 직후 파리 증시에서 소폭 상승세로 전환됐다. 투자자들은 경영 공백 해소전략 불확실성 완화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결론적으로, 프로보스트 CEO는 조달 전문가답게 공급망 최적화와 비용 구조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르노가 직면한 ‘이익률 압박’과 ‘전동화 전환 비용’이라는 이중 난제를 헤쳐 나가야 한다. 그의 협상력글로벌 감각이 향후 르노의 생존과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