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노(Renault)가 자사의 대표적인 소형차 트윙고(Twingo)를 전기차로 부활시켰다. 회사는 2만 유로(약 2만3천 달러) 미만의 가격을 전면에 내세워 전기차(EV) 판매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신형 전기 트윙고는 도심형 소형차로 기획돼 합리적 가격과 빠른 개발 사이클을 앞세운 것이 특징이다.
2025년 11월 6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르노는 목요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신형 전기 트윙고를 공개했다. 회사는 가격 경쟁력을 핵심으로 삼아 보급형 EV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명확히 했다. 이번 발표는 유럽 소형차 세그먼트의 수익성 저하로 라인업이 축소된 가운데, 아이코닉 모델명의 재활용과 원가절감으로 수요를 재점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르노에 따르면, 신형 트윙고는 중국의 엔지니어링 팀을 활용해 2년 만에 개발되었으며, 슬로베니아에서 생산되어 2026년 초 판매를 시작한다. 개발·생산 지리의 분화를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제조 원가를 낮추는 조합적 전략이 적용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디자인은 1992년 첫 트윙고의 실루엣과 상징적인 원형 헤드램프를 계승한다. 이는 전임 CEO 루카 데 메오(Luca de Meo)가 추진한 ‘히트 모델 리바이벌’ 전략의 연장선으로, 르노 5와 르노 4에 이어 대표적 베스트셀러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다. 7월 31일 데 메오의 후임으로 취임한 프랑수아 프로보(François Provost)는 향후 수년간 신차 출시 속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추가적인 상징 모델의 부활 여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EUROPEAN MANUFACTURING, CHINESE BATTERY
르노는 지난 30년 동안 25개국에서 트윙고 410만 대 이상을 판매했다. 다만 유럽의 소형차 시장은 수익성(마진) 저하로 제조사들의 철수와 축소가 이어지며 크게 위축됐다. 이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해당 차급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규제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원가와 속도를 중시한 개발 철학도 분명하다. 차량은 프랑스에서 설계되었고, 중국 상하이의 ACDC 연구개발(R&D) 센터에서 개발이 진행됐다. 완성차 조립은 유럽(슬로베니아)에서 이뤄지며, 배터리는 중국 CATL의 LFP(리튬인산철)를 채택한다. 르노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 차체 색상도 4가지만 제공한다고 밝혔다.
핵심 포인트
가격: 2만 유로 미만
출시: 2026년 초
생산지: 슬로베니아
배터리: CATL의 LFP
개발: 프랑스 설계, 상하이 ACDC R&D 개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파트너인 닛산도 트윙고 버전을 보유하게 되며, 르노의 저가 브랜드 다치아(Dacia)는 1만8천 유로 미만의 가격으로 동일 계열 모델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이는 동일 플랫폼과 부품 공용화를 통해 스케일 이코노미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1 = 0.8575 유로의 환율 기준이 기사 말미에 제시되었다기사 내 금액 환산 참고치. 가격과 환율은 변동 가능하므로 실제 판매 시점의 공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용어와 배경 설명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코발트와 니켈을 쓰지 않는 화학 체계로, 일반적으로 비용이 낮고 열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 밀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으나, 도심형 소형 전기차에는 총소유비용(TCO)과 안전성의 균형 면에서 적합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CATL은 중국의 대형 배터리 제조사로,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다양한 완성차 업체에 셀을 공급한다.
ACDC R&D 센터(상하이)는 르노가 아시아 개발 역량을 활용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거점으로 기능한다. 이번 트윙고 프로젝트는 프랑스 설계·중국 개발·유럽 조립이라는 분업형 밸류체인을 통해 시간과 비용의 효율화를 도모한 사례다.
의미와 전망
이번 전기 트윙고의 부활은 유럽 소형차 시장의 가격 민감도를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로서 중요하다. 2만 유로 미만이라는 명확한 가격 기준 제시는 보급형 전기차 수요층을 겨냥한 것으로, 4가지 색상 등 옵션 단순화는 제조 복잡도를 낮춰 비용을 더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LFP 배터리 채택은 원가 경쟁력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선택으로, 도심 주행 중심의 실용성을 우선했다는 신호다.
르노가 슬로베니아 생산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R&D 인력과 CATL 배터리를 활용하는 방식은, 유럽 내 제조 기반을 지키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효율을 흡수하려는 절충이다. 이는 개발 속도 단축과 가격 경쟁력 제고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배터리와 일부 개발 역량의 역외 의존도는 정책·통상 환경 변화에 민감할 수 있어, 향후 조달 다변화와 현지화 전략이 병행될 가능성도 있다.
전략 측면에서 클래식 모델 리바이벌은 브랜드 자산을 재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트윙고는 1992년형의 상징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전동화로 전환해, 레트로 디자인과 합리적 가격이라는 두 축을 결합했다. 이는 이미 르노 5와 르노 4에서 확인된 전략의 연속선상에 있으며, 후임 CEO 프랑수아 프로보가 예고한 지속적 출시 페이스에 맞춰 시장 모멘텀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동시에, 유럽연합 집행위가 검토 중인 소형차 세그먼트 활성화 규정은 트윙고와 같은 보급형 EV의 사업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 유럽 소형차 시장이 마진 악화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이번 트윙고는 유럽 생산과 글로벌 조달의 균형을 통해 수익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로서 상징성을 갖는다.
얼라이언스 확장 효과
닛산의 트윙고 버전 공유와 다치아의 1만8천 유로 미만 모델 계획은 플랫폼 공용화로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해 추가적인 원가 절감과 가격대 다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르노는 수요층 세분화와 재고 리스크 완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신형 전기 트윙고는 2026년 초 유럽 판매 개시와 함께 보급형 EV 시장의 가격 기준점을 재정의할 잠재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