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그룹이 2025년 상반기에만 112억 유로(약 130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극적인 악화로, 자동차 업계 내 경쟁 심화와 파트너사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 던컨 민토(Duncan Minto)는 “하반기에는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유사한 7%대 초반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르노는 이번 손실 중 93억 유로를 일회성으로 동맹 파트너사인 닛산 지분 가치 하향 조정에서 인식했다. 이로써 그룹 귀속 순이익은 -111억9,000만 유로로 집계됐다.
파리 증시에서 르노 주가는 이날 오전 8시 15분(현지시간) 기준 1.8% 하락한 주당 32.6유로에 거래됐다.
르노는 이달 초 연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상용차 시장의 급랭과 전반적인 경기 둔화로 2025년 영업이익률 목표치를 기존 ‘최소 7%’에서 ‘약 6.5%’로 낮췄으며, 잉여현금흐름 목표도 ‘최소 20억 유로’에서 ‘10억~15억 유로’로 축소했다.
상반기 매출은 276억 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2.1%p 하락한 6%를 기록했다. 특히 밴(Van) 부문의 부진이 실적에 큰 타격을 줬다.
민토 CFO는 “
엔진·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사업부인 ‘Horse’를 분사하며 발생했던 비용 부담이 하반기부터는 역전돼, 제조원가 절감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
”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Horse란 무엇인가
‘Horse’는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개발·생산을 담당하던 르노의 기존 사업부이다. 2024년 말 중국 지리자동차(Geely)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Aramco)가 지분 투자자로 합류하며 별도 법인으로 분리됐다. 이에 따라 르노는 배터리 전기차에 집중하면서도, 내연기관 기술 관련 연구비를 공동 분담하는 구조를 확보했다.
밴 시장 침체의 의미
전통적으로 수익성이 높았던 상용 밴 수요가 유럽 경기 둔화와 경쟁 심화로 냉각되면서, 르노의 제품 믹스가 악화됐다. 밴은 고정비 부담이 큰 차량군이기 때문에 판매 감소가 영업이익률에 지렛대 효과를 일으켜 손익을 크게 훼손한다.
프랑수아 프로보(Francois Provost) 신임 CEO는 전날 늦게 임명됐다. 그는 “도전적인 시장 환경 속에서 상반기 실적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도 “르노그룹의 수익성은 업계 표준을 여전히 상회하고 있으며, 이를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는 이날 메모에서 “
판매 가격 인상의 효과는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고, 유럽 외 지역에서의 성장 전략이 제품 믹스를 희석시키고 있다
”고 진단했다. 이는 르노가 유럽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흥시장 판매 비중을 확대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로 인해 수익성이 희석된다는 의미다.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들은 또 “내부 출신인 프로보 CEO가 운영과 전략 양측면에서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자 해설: 전환기의 르노, 무엇이 관건인가
전기차 전환 가속은 필수이지만, 중국·신흥시장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제조원가 혁신이 시급하다. Horse 분사는 비용 분산이라는 단기적 효과 외에도, 아람코의 합성연료 연구와 지리자동차의 아시아 공급망을 활용하는 장기적 협업 포인트를 제공한다. 그러나 전기 상용차 포트폴리오 부재가 회복의 걸림돌로 남아 있으며,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개발 능력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영업이익률(Operating Margin) : 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율로, 기업의 본업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 영업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을 제외한 금액으로, 배당·부채상환 여력을 보여준다.
• 지분 가치 손상차손(Impairment) : 보유 투자자산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가보다 낮을 때 반영하는 회계상 손실이다.
$1 = 0.8754 유로의 환율이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