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과 프랑스 정상이 전화 통화를 통해 대서양 양안(洋岸) 무역 현안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며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양국 정상은 미국이 부과한 관세 조치에 대한 공동 대응 방향뿐 아니라, 오랜 기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1)과 유럽연합(EU) 간 무역협정의 2025년 말까지 최종 서명을 목표로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2025년 8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대통령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이날 전화 통화를 갖고 ‘핵심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고 브라질 대통령실이 공식 성명을 통해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통화에서 브라질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은 자국 경제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명확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두 정상은 ▲미국의 대(對)브라질 관세 조치가 시장 신뢰를 훼손할 위험 ▲다자주의적 교역 질서의 안정성 확보 ▲공동 대응을 위한 외교 채널 확대 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코수르–EU 협상과 관련해서는 “수년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던 협상을 2025년 12월 이전에 종결한다”는 공동 목표가 재확인됐다. 정상들은 실무협상을 담당하는 각국 외교·통상 부처에 조속한 로드맵 제출을 지시했다. 이번 담화는 협정 체결을 위한 정치적 ‘톱다운(Top-down)’ 신호라는 점에서 그간 난항을 겪어 온 협상 테이블에 분명한 동력을 제공할 전망이다.
브라질 대통령실 공식 성명은 “양국 정상은 메르코수르-EU 협정이 양 대륙 7억 인구를 포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권을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미국 관세 문제는 양국 모두에게 이해관계가 겹친 사안이다. 브라질은 철강·알루미늄·농산물 등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가 자국 수출기업 경쟁력을 훼손한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역시 글로벌 공급망 왜곡이 자국 경제에 파급될 수 있다는 이유로 브라질과의 공조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통화에서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국제 통상 환경”을 지키기 위해 EU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코수르란?
메르코수르(Mercosur)는 1991년 ‘아순시온 조약’을 통해 출범한 남미 경제 통합체로, 현재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등 4개국이 정회원이다. 상품·서비스·인력·자본의 자유 이동을 목표로 하며, 역내 평균 관세 90% 이상을 철폐한 상태다.1
전문가 시각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통화를 “정상 간 직접 소통을 통한 거시적 지렛대 확보”로 평가한다. 실제로 메르코수르–EU 협정은 2019년 잠정 타결 이후 환경 규제와 농업 시장 개방 문제를 둘러싼 이해 충돌로 비준이 지연돼 왔다. 정상급 ‘정치 자본(Political Capital)’이 투입된 만큼, 협상 타결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미국 관세 이슈가 협상 협력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남미와 유럽은 상호 시장 접근성을 높여 충격을 흡수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과적으로 메르코수르–EU 협상의 경제적 실효성을 높이는 동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일정
브라질 정부는 2025년 상반기 중 차기 메르코수르 정상회의를 브라질리아에서 개최해 EU 측과 고위급 ‘정치 라운드’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같은 해 봄에 협상 수석대표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정상 간 합의사항을 뒷받침할 법률·환경·노동 규정 조항 조율이 관건”이라며 “실무 협상단이 분기별로 진행 상황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사점
이번 통화는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중견국 간 연대가 전략적 선택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브라질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대표주자로서 다자 무역체제 복원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프랑스 역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EU의 노선에 발맞춰, 남미와의 협력을 경제·외교 양면에서 강화하고 있다.
종합하면, 룰라·마크롱 정상 통화는 관세 갈등과 협정 지연이라는 두 가지 ‘걸림돌’을 동시에 해소하기 위한 고위급 ‘투트랙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환경 규제, 농업 보조금, 노동 표준 등 세부 쟁점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지만, 정치적 의지가 명확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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