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트한자, 스페인 항공사 에어유로파 지분 인수 추진 철회

[프랑크푸르트 · 로이터] 독일 항공그룹 루프트한자(Lufthansa)가 스페인 항공사 에어유로파(Air Europa) 지분을 매입하려던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이번 결정은 내부 검토와 협상이 장기간 이어진 끝에 내려졌다고 회사 대변인이 5일(현지시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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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루프트한자 대변인은 “심도 있는 분석과 집중적인 협상 끝에 현시점에서는 에어유로파 지분을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철회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시장 불확실성독과점 규제 리스크를 주요 배경으로 거론한다.

에어유로파의 모회사인 글로발리아(Globalia)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할 사항이 없다”

며 즉답을 피했다. 글로발리아는 모로코·카나리아 제도 노선에 강점을 가진 가족 경영 기업으로, 2024년 기준 에어유로파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배경 및 의미

루프트한자는 유럽 최대 항공그룹으로, 스위스·오스트리아항공·브뤼셀항공·유로윙스 등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1 (*1 루프트한자그룹 2024년 연차보고서 기준) 그럼에도 스페인·포르투갈 남유럽 노선에서는 경쟁사 IAG(이베리아 항공 모기업)의 점유율이 높아, 루프트한자는 에어유로파 인수를 통해 노선 다변화와 허브 확대를 도모해 왔다.

에어유로파는 보잉 787 ‘드림라이너’를 중심으로 한 중·장거리 기재를 보유하며,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을 허브로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노선에 강하다. 따라서 인수 성사 시 루프트한자는 유럽–남미 간 환승 수요를 대폭 흡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전문가 진단

항공 M&A는 대형 항공사 간 과점 구조를 심화시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어, EU 집행위원회(EC)의 심사를 통과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2024년 초 IAG의 에어유로파 인수 추진안도 EC의 사전 심사 단계에서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보완 요청을 받은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CAPA – Centre for Aviation은 “유럽 내 항공 수요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연료비 변동성·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 대규모 자본 집행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정부가 20% 가까운 지분으로 루프트한자 대주주라는 점도 국가 보조금 규정(State Aid Rules)에 걸릴 여지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용어 설명

Stake(지분)은 회사 소유권 일부를 의미한다. 주식 매입을 통해 특정 지분율 이상을 확보하면 경영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Full acquisition이 아닌 부분 지분 인수라도 의사결정권을 확보하는 ‘전략적 투자’로 분류된다.

Globalia는 1971년 설립된 스페인 관광·항공 그룹으로 호텔, 여행사, 버스 회사까지 보유한 다각화 기업이다. 가족 경영 체제이기 때문에 대외적인 경영권 매각에 신중한 편이다.


향후 전망

루프트한자가 에어유로파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업계는 대서양 노선을 둘러싼 유럽 항공사 간 판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IAG가 재차 인수 협상에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EC 규제 장벽이 여전히 남아 있다. 반대로 에어프랑스-KLM이나 중동 캐리어의 전략적 제휴설도 관측된다.

아울러 루프트한자는 올 하반기 IT 시스템 업그레이드·기내 서비스 개선 등 내부 투자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수 대신 내재적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투자은행 JP모건은 “루프트한자가 단기 재무 레버리지 축소를 선택한 것”이라며, 팬데믹 이후 늘어난 부채를 우선 상환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장기 성장성을 위해서는 결국 스페인·포르투갈 시장 진출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한다.


결론

이번 철회 결정은 유럽 항공업계 구조조정을 둘러싼 규제·재무 복합 변수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단기적으로는 루프트한자의 현금흐름 안정성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남유럽 노선 확장 전략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에어유로파의 향후 주인 찾기 역시 불투명해지면서, 스페인 항공시장 재편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