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머독(News Corp 회장 에머리터스)이 이끄는 미디어 제국이 뉴욕 포스트(New York Post) 특유의 공격적 헤드라인을 서부 해안으로 옮겨 올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는 약 15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일간지 창간 프로젝트인 ‘캘리포니아 포스트(The California Post)’를 공식화하며 로스앤젤레스를 거점으로 2026년 초 첫 호를 발행할 계획이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뉴욕 포스트 미디어 그룹의 최고경영자(CEO) 겸 발행인 션 잔콜라(Sean Giancola)는 “우리는 이미 로스앤젤레스(L.A.) 시장에서 300만 명,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700만 명 이상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며 “해당 저변을 토대로 현지화된 타블로이드(대중적 ‧ 선정적 기사와 대형 사진 중심의 대중지)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포스트는 헐리우드 스타와 스포츠 팀으로 유명한 L.A. 시장을 겨냥해 ‘상식에 기반한 저널리즘’(common-sense journalism), 연예‧엔터테인먼트, 스포츠를 다채로운 플랫폼—모바일·데스크톱 웹, 오디오, 소셜미디어, 인쇄판—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본사는 로스앤젤레스에 자리 잡으며, 편집국과 광고‧디지털 부문 전담 조직을 함께 운영한다.
캘리포니아 언론계 전문가는
“구독자와 기자 수가 급감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os Angeles Times)의 공백을 신생 타블로이드가 파고들 것”
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L.A. Times는 2024년 1월 뉴스룸 인력의 20% 이상을 구조조정하며 재정난을 공표했다.
잔콜라 CEO는 “독자의 출퇴근 패턴이 뉴욕 지하철과 달리 자동차 중심인 캘리포니아에서도 디지털 자산을 통해 더 넓은 접점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 포스트 미디어 그룹은 유명 인사 소식을 전달하는 Page Six, 엔터테인먼트 가이드 Decider, 포스트 메인 사이트 등 3개 디지털 브랜드를 운영하며 2024년 6월 기준 월 순방문자 수 9,000만 명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2022년 첫 흑자 전환 이후 광고·제휴·전자상거래 등 수익 다변화를 통해 ‘슬림한(lean)’ 조직 운영 모델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팟캐스트, 숏폼 동영상, 라이브 쇼핑으로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머독은 이번 사업에 직접 ‘청신호’를 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신문 창간은 업계 최고 전략가의 조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전한 뒤, 머독이 “캘리포니아 시장은 기회의 땅”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귀띔했다.
News Corp이 마지막으로 선보인 일간지는 2011년 애플(iPad) 전용 디지털 신문 The Daily였으며, 1년 만에 폐간된 바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캘리포니아 포스트 출범과 관련한 로이터의 질의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포퓰리즘’‧‘보수 성향’ 니치 시장 겨냥
캘리포니아 언론계 베테랑 조너선 웨버(Jonathan Weber)는 “주류 언론이 중도 성향을 표방하는 상황에서, 좀 더 전투적이고 우파적이며 선정적인 목소리가 설 자리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로이터 편집자를 거쳐 샌프란시스코 스탠더드 및 인더스트리 스탠더드 등을 창업한 인물이다.
다만 웨버는 “뉴욕 포스트는 지하철 탑승 전 가판대에서 구매하는 독자층이 핵심이지만, 자동차 통근 문화가 일반적인 캘리포니아에서 종이 신문 유통이 과연 효율적일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지역 미디어 스타트업 루카웃 로컬(Lookout Local)의 CEO 켄 닥터(Ken Doctor)는 “뉴욕 포스트 브랜드를 그대로 재가공해 배포하면 광고와 독자 모두 단기간에 확대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38%가량이 표를 던진 주(州)인 만큼 문화적 보수층을 겨냥한 매체의 틈새 수요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LA Times 소유주 패트릭 순-숭(Patrick Soon-Shiong) 역시 2025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좌향 편향을 교정하기 위해 보수 논객을 영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현지신문 간 이념 스펙트럼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용어 설명: 타블로이드(Tabloid)
타블로이드는 전통적 ‘브로드시트’(broadsheet)보다 작고 휴대가 간편한 판형을 가리키며, 대형 사진·선정적 제목·연예 기사 중심으로 대중적 소비를 겨냥한 신문을 의미한다. 뉴욕 포스트의 대표적 헤드라인인 “Headless Body in Topless Bar”(1983년)처럼, 강렬한 표현으로 독자의 시선을 끄는 것이 특징이다.
기자 관전평
미디어 시장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 포스트가 디지털 우선 전략·연예 뉴스 경쟁력·정치적 차별화라는 3대 축으로 빠르게 시장을 침투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광범위한 자동차 통근권, 로컬 광고 시장 축소, 젊은 층의 ‘뉴스 무관심’ 현상 등 구조적 난제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향후 콘텐츠-기술 통합·젠Z 친화적 플랫폼 전략 등이 성패를 가를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