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인사이트] 캐나다 요가웨어 업체 Lululemon Athletica Inc.의 주가가 뉴욕 증시 개장 직후 20%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경계를 불러일으켰다. 회사가 연말연시 성수기 전망을 대폭 낮추고 ‘디 미니미스(De Minimis)’ 면세 혜택 종료에 따른 막대한 관세 부담을 경고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2025년 9월 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루루레몬은 전날(현지시간) 개최한 실적 설명회에서 2025 회계연도 매출 및 이익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미국 소비 둔화와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주요 제품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는 그동안 매주 새로운 제품을 출시(weekly launches)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견인해 왔으나, 최근에는 ‘스쿠버(Scuba)’ 후디와 ‘댄스 스튜디오(Dance Studio)’ 팬츠 등 베스트셀러 라인에 ‘판매피로(fatigu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루루레몬은 제품 혁신 주기 단축과 제품군 다변화를 통해 특정 인기 제품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디 미니미스(De Minimis) 제도란?
미국 세관은 해외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800(약 110만 원) 이하 소액 직구 물량에 대해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주는 ‘디 미니미스’ 제도를 운영해 왔다.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가 이 규정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루루레몬처럼 중‧베트남 등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패션 기업들은 관세 부담이 급증하게 됐다.
루루레몬 경영진은
“미국이 디 미니미스 면세를 폐지하고 베트남‧중국산 의류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2025년 관세 비용은 $2억4,000만 달러로 불어날 것이며, 2026년에는 $3억2,000만 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
고 밝혔다.
주요 실적 지표 및 시장 반응
루루레몬의 미주(Américas) 지역 2분기 비교가능매출(comparable sales)은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반면 국제(International) 부문 매출은 15% 증가해, 회사는 성장 동력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찾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BTIG의 자닌 스티처(Janine Stichter) 애널리스트는 “기술력이 강조된 신규 제품군만으로는 판매 둔화를 만회하기 어렵다”며, 추가적인 제품 구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번 실적 발표 후 월가 증권사 최소 10곳이 루루레몬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실적 실망과 관세 부담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이날 $164.49에 거래된 루루레몬 주가는 연초 대비 40% 하락한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경쟁사 나이키(Nike Inc.) 주가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1%가량 밀렸다.
현재 루루레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3.82배로, 나이키의 39.21배 대비 확연히 낮다. 이는 시장이 루루레몬의 단기 성장성 둔화를 우려해 밸류에이션에 할인(discount)을 적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잭스 투자 리서치(Zacks Investment Research)의 데이비드 바토지악(David Bartosiak) 애널리스트는 “결국 ‘관세 충격’과 ‘내수 부진’이라는 이중 압력 속에서 브랜드가 어느 정도 ‘굽이면서도 부러지지(bend without breaking)’ 않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국제 경기 둔화와 강달러 기조도 위험 요인이다. 소비자들이 필수 지출을 우선시하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인 프리미엄 애슬레저 시장은 경쟁 심화와 가격 민감도 상승에 직면했다.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한 Alo Yoga, Vuori 같은 특화 브랜드가 이에 편승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역풍에도 불구하고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루루레몬이 R&D 투자 강화, 공급망 다변화, 체육관·필라테스 스튜디오 제휴 등으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중국 매출 고성장(분기 30% 이상)과 디지털 채널 확대는 장기적 관점에서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기자 해설
단기적으로는 관세 이슈와 미국 소비 부진이 주가의 발목을 잡겠지만, 글로벌 피트니스·웰니스 트렌드 확산과 브랜드 충성도는 루루레몬의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여전히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는 제품 혁신 속도와 가격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가 더욱 시급해졌음을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관세 정책 변동성, 원가 구조 개선, 중국 시장 성과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