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소재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사 로지텍 인터내셔널(Logitech International)이 중국 외 지역으로의 생산 거점 이전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며 미국 관세(對중국) 부담을 대폭 줄이고 있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로지텍 최고경영자(CEO) 하네케 파버(Hanneke Faber)는 1분기(2026 회계연도 기준) 실적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 “지난 4월 발표했던 미국향 제품 중 중국 생산 비중을 올해 말까지 1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로지텍은 올해 4월, 미국이 중국산 마우스와 키보드에 각각 20%와 30%의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대만 등으로 생산 라인을 분산하겠다고 공표했다. 파버 CEO는 “발표 당시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 중 약 40%가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었으나, 현재는 30% 이하로 낮췄다”며 “연말 10% 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
“우리는 지금 30%대를 조금 밑도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목표 달성을 위한 궤도에 잘 올라타 있다”
고 말했다. 또한 공장 이전이 가시적인 비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동남아 및 대만 공장은 이미 검증된 파트너와의 협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원가 부담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관세 회피 전략의 배경과 의의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IT 하드웨어 업체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전략을 구사해 왔다. 로지텍의 이번 행보도 그 연장선에 있다. 특히 미국 소비자 시장은 로지텍 매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해, 고율 관세가 곧바로 판매가격 인상 또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회사 측은 “다변화된 공급망은 비용 절감뿐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한다.
국제무역 전문가들은 생산 이전이 단기간 내 모든 관세 위험을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원가구조 개선과 유연한 시장 대응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동남아 국가들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혹은 관세 혜택을 받는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적용받는 경우가 많다.
재무적 영향 및 실적 전망
로지텍이 이날 공개한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과 순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했다. 회사 측은 세부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관세 부담 완화와 원가 절감이 영업이익률 방어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생산 이전이 진행 중임에도 자본적 지출(CAPEX) 규모는 과거 평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로지텍이 오는 2026 회계연도 전체 기준으로 두 자릿수 후반대 영업이익률을 회복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일부 애널리스트는 “공장 재배치 과정에서 초기 물류비·교육비 부담이 지연 반영될 수 있다”고 경계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용어 해설
-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중국 중심 생산 체계를 유지하되, 한 곳 이상의 다른 국가로 공급망을 분산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
- GSP(일반특혜관세제도):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대해 낮은 관세율을 적용해 수출을 장려하는 무역 특혜.
- CAPEX(자본적 지출): 공장·설비·유형자산 등에 투자하기 위해 지출하는 금액.
전문가 관점 및 향후 과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로지텍이 보여준 ‘속도·비용·효율’의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사례는 타 IT 주변기기 업체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필자는 ①지속가능한 부품 조달망 구축, ②환율 변동성 관리, ③물류 최적화가 향후 관전 포인트라고 본다. 특히 대만·베트남 등은 전력·인프라 환경이 중국 주요 공단보다 열악할 수 있어, 생산 안정성을 담보하는 리던던시(redundancy)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미 정부가 내년 이후 추가 관세 인상 또는 IT 관련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로지텍이 장기적으로는 북미 현지 생산 혹은 멕시코 등을 포함한 신규 제조 거점을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세 회피를 넘어, 최종 소비자 배송기간 단축·탄소배출 감축 목표까지 고려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2.0’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요약하면, 로지텍의 생산 다변화 전략은 단기적으로 관세 부담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매출·이익률 개선과 리스크 완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올해 말까지 중국 생산 비중을 10%로 축소한다는 이들의 계획이 실현될 경우, 후발 업체들의 ‘탈(脫)중국’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