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텍(Logitech International)의 공급망 전략이 본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나케 파버(Hanneke Faber)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의존도를 대폭 줄여 미국 관세(US Tariffs)의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며,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 보도에 따르면, 파버 CEO는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 가운데 중국에서 제조되는 비중을 10%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는 불과 몇 년 전 40%를 웃돌던 수준에서 현재 약 30% 초반까지 떨어진 수치이며, 회사는 이를 “계획보다 조금 앞선 진척”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일정에 맞춰 잘 진행하고 있다.” — 한나케 파버 CEO
로지텍은 말레이시아·멕시코·대만·태국·베트남 등 다수 국가의 계약 제조업체(contract manufacturers)와 협력해 생산 기지를 분산하고 있다. 파버 CEO는 “아시아와 멕시코에서 병행하고 있는 제조 다각화는 모범 사례가 될 만하다”며 “시설 이전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비용 증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관세와 가격 정책
미중 무역 갈등으로 도입된 추가 관세는 PC 주변기기·게이밍 장비를 포함한 전자제품에 직격탄을 날렸다. 로지텍은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미국 내 제품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지만, 추가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파버 CEO는 “관세는 결코 작은 변수가 아니지만, 우리는 언제든 계획을 바꿀 만큼 민첩하다”고 설명했다.
용어 풀이 및 배경*
미국 관세(US Tariffs)는 특정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부과되는 추가 세금으로, 2018년 이후 미중 간 무역 분쟁에서 본격화됐다. 기업들은 비용 증가분을 판매가에 전가하거나 생산지를 다변화해 리스크를 완화한다. 계약 제조업체란 완제품 제조를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글로벌 IT·전자 업계에서 널리 쓰인다.
실적과 향후 투자
로지텍은 새 제품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파버 CEO는 “경제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비용을 관리하면서도 혁신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게이밍 기어·영상회의 장비·생산성 주변기기 등 핵심 사업군에서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 시각
필자는 로지텍의 빠른 공급망 다각화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한 대표 사례라고 본다. 이미 애플, 델 등 주요 IT 기업들이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전략을 채택하는 가운데, 로지텍은 중견 규모임에도 멀티 허브 체제를 조기에 구축했다. 비용 급등 없이 생산지를 이전했다는 점은 물류·인건비·관세를 종합적으로 따진 ‘네트워크 최적화’ 결과로 해석된다.
또한, 10% 가격 인상 이후 추가 인상 없이도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은 브랜드 충성도와 제품 차별화를 전제로 한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주변기기 시장에서 소비자 충격을 최소화한 결정은, 향후 경기 변동 국면에서도 판매량 하락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생산지 10% 목표 달성 이후에도 관세가 유지되거나 확대될 경우, 로지텍이 공급망을 추가로 재편할지가 주목된다. 둘째, 최근 반도체·부품 수급 불안이 완화되고 있으나, 동남아·멕시코 생산 허브의 인프라가 대규모 수요를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결론적으로, 로지텍은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면서도 비용 상승을 억제해 주주가치 보호와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파버 CEO의 발언대로 ‘슈퍼 애자일(super-agile)’한 실행력이 유지된다면, 글로벌 전자 주변기기 시장에서 로지텍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