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로이터) — 중국의 10월 수출 증가율이 둔화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개월간 이어진 미국 관세를 피하기 위한 ‘선(先)선적’(front-loading)이 한풀 꺾인 데다, 10월 들어 급변한 미·중 무역관계의 향방을 관망하려는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다.
2025년 11월 6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미·중 양측의 무역 협상 중단 우려가 10월 초 재부각된 뒤 한미 정상회담 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회동으로 완화되면서, 양측 트레이더와 투자자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전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추가 선적을 서두르던 흐름은 진정됐고, 수입업체들은 협상 결과를 확인하려는 관망세를 보이며 신규 주문을 늦췄다는 진단이다.
미국은 한때 매년 4,000억 달러가 넘는 중국산 제품을 구매해 왔다. 그러나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 제조업체들은 유럽·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중동 등 대체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미국 시장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 시장 상실이 중국의 수출 증가율을 약 2%포인트 낮추었고, 이는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대략 0.3%에 해당한다고 추정한다다.
로이터가 34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10월 중국 수출(명목액 기준, 달러 환산)은 전년 동월 대비 3.0%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9월의 깜짝 8.3% 급증에서 크게 둔화한 수준이다다.
이번 수치는 상대적으로 높은 비교기저의 영향을 받는다. 전년인 2024년 10월에는 2년 넘게 가장 빠른 수출 증가세가 기록됐는데, 이는 공장들이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와 백악관 복귀 가능성을 선반영해 주요 시장으로의 재고 출하를 앞당겼기 때문이었다다.
한편 10월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3.2% 증가에 그쳐, 9월의 7.4% 증가 대비 둔화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와 고용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를 짓누르며, 정부의 잇단 소비 진작 공약에도 내부 수요 회복이 더디다는 해석이 나온다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해당)의 공식 무역지표는 금요일 오전 11시(현지)·GMT 03:00에 발표될 예정이다다.
별도로 집계된 10월 제조업 활동 지표는 세계 시장이 당분간 중국산 물량을 충분히 소화했음을 시사했다. 공장주들은 신규 수출 주문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보고했으며, 이는 단기적으로 수출 탄력이 약해졌음을 뒷받침한다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시진핑 간 잠정 합의 가능성이 실제 선적 물량 확대를 촉발할지에 대해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는 10월 초 베이징과 워싱턴이 광범위한 수출 규제를 주고받고, 세 자리수(three-digit) 관세 부과까지 거론했던 급격한 긴장 고조가 있었기 때문이다다.
전망치 분포 — 싱가포르 DBS는 8.8%로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을 제시했으며, 바클레이즈와 도이체방크는 5.0% 증가를 예상했다. 시티그룹과 모건스탠리는 각각 3.5% 상승을 전망했고, 스탠다드차타드는 0.0%로 가장 낮은 추정치를 제시했다.
결국 트럼프와 시진핑은 관세 인하를 포함한 일련의 조치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고, 미국은 미 상무부의 확대된 블랙리스트(미국산 기술제품 구매 금지 대상 기업 명단)에 대한 적용을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산 대두 추가 구매와 펜타닐 불법 유통 차단 협력에도 나서기로 약속했다다.
10월 중국 무역수지 흑자는 956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9월의 904억5천만 달러보다 크지만, 올해 들어 기록된 월평균 1,130억 달러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다.
핵심 개념 해설
선(先)선적(Front-loading)이란 관세 인상이나 규제 강화가 예고될 때 수입업체나 수출업체가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전에 재고를 미리 당겨 출하하는 관행을 뜻한다. 단기적으로 수출·수입 수치가 일시 급증하지만, 이후에는 수요의 ‘당김 효과’로 반작용적 둔화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다.
높은 비교기저(High base effect)는 전년 동기의 실적이 비정상적으로 높을 때, 올해 증가율이 실제 개선보다 낮게 나타나는 통계적 현상을 말한다. 본 건의 경우 2024년 10월의 이례적 강한 수출이 2025년 10월 증가율을 상대적으로 낮게 보이도록 만든다다.
미 상무부 블랙리스트는 미국 기술·장비의 판매 또는 이전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기업·기관 명단을 의미한다. 목록 확대는 반도체·장비·소프트웨어 등 핵심 부품 접근성을 떨어뜨려, 중국의 첨단 제조·수출 역량에 직접적인 제약을 줄 수 있다다.
세 자리수 관세(Triple-digit levies)는 100% 이상 관세를 의미한다. 이는 사실상 해당 품목의 가격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시켜 수입 중단에 준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다.
해설·분석: 정책 시그널과 실물 흐름의 간극
이번 로이터 설문이 가리키는 3.0% 수출 증가율은 표면적으로는 플러스 성장을 의미하지만, 9월의 8.3% 급증 이후 가파른 속도 조절이라는 점에서 선행 수요의 소진을 시사한다. 동시에 신규 수출 주문의 뚜렷한 감소 보고는 4분기 초입의 실물 둔화가 통계로 반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다.
정책 측면에서는 관세 축소와 수출 통제·블랙리스트 적용의 1년 유예라는 신호가 예상 외 완화를 제공한다. 다만 이러한 합의가 실제 선적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하며, 바이어가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세부 이행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추가 주문을 보수적으로 집행할 가능성이 크다다.
내수 쪽에서는 부동산 침체와 고용 불안이 수입 둔화의 구조적 배경으로 남아 있다. 정부의 소비 진작 공약에도 불구하고, 가처분소득과 심리의 개선이 동행하지 않으면 수입 반등은 제한적일 수 있다다.
결론적으로, 정책 리스크의 완화 신호와 실물 지표의 단기 둔화가 교차하는 국면에서, 시장은 11시(현지) 발표될 해관총서의 10월 공식 수치를 통해 선선적 효과의 소진 정도와 기저효과의 강도, 그리고 무역수지 흑자의 추세를 재평가하게 될 전망이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