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설문: 호주중앙은행, 물가 급등에 금리 동결…차기 인하 시점 2026년으로 미뤄질 듯

벵갈루루발 로이터 통신—경제학자들은 호주준비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RBA)이 1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60%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소비자물가 급등으로 통화완화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 참여자들은 현 사이클에서의 다음이자 마지막 금리 인하2026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10월 3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34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은 10월 29~30일 실시된 설문에서 만장일치로 11월 4일 회의 결과를 ‘동결’로 예측했다. 이는 9월 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3.2%를 기록해 RBA 물가 목표 범위(2~3%) 상단을 넘어선 데다 전력·서비스 비용 상승이 두드러진 결과다.

RBA가 중시하는 근원물가(core CPI)는 분기 기준 1.0% 올라 자체 전망치(0.6% 근접)를 크게 웃돌았다. 미셸 불럭 총재는 10월 30일 “0.9% 상승만으로도 이사회가 정책 결정을 재고할 만한 ‘중대한 이탈(material miss)’”이라며 물가 데이터의 충격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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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강한 물가 흐름은 단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했고, 시장에서도 완화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반영됐다. 채권·선물시장은 이제 2026년 중반까지 단 한 차례의 인하만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경제 지표 해설

근원물가(core CPI)는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 흐름을 파악하려는 지표다. 중앙은행들이 물가 전망을 설정할 때 가장 중시하는 변수로, 목표 범위를 넘어설 경우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

“RBA가 지금까지 금리를 내렸던 이유는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물가 압력이 완화돼 제약적이던 정책을 정상화할 공간이 있었으나, 현재 그림은 완전히 달라졌다.” — NAB 시니어 시장 이코노미스트 테일러 뉴전트

9월 실업률은 4.5%로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뉴전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데이터 흐름에서 “물가가 노동시장보다 훨씬 중요한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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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에 응한 33명의 전문가 가운데 30명(90% 이상)은 12월 회의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0월 초까지만 해도 응답자의 75%가 연내 인하를, 대부분이 2026년 3월 말까지 금리를 3.10% 이하로 전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중기 전망을 보면, 2026년 6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3.35%로 한 차례 25bp 인하될 것이라는 미디언(중앙값)이 제시됐다. 그러나 의견은 엇갈려 ▲3.35%(12명) ▲3.10%(6명) ▲3.60% 유지(10명) 등으로 분포했다. 연말 기준으로도 대부분 3.35%를 예상하지만, 일부는 경기 둔화가 심화될 경우 더 큰 폭의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한다.

IG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니 시카모어 시장분석가는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급격히 냉각된다면, 문제는 물가가 아니라 고용 회복세를 지키는 대책이 될 것”이라며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11월 인하 카드는 배제됐지만, 그렇다고 완화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시각 및 시사점

이번 설문 결과는 호주 경제가 당분간 ‘고금리 장기화’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총부채 규모가 큰 호주 가계는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하다. 따라서 금리 동결이 이어지면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장기화될 수 있으며, 이는 민간소비·부동산 시장에 차별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반면, 자산운용업계와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는 단기 자금시장 금리 안정으로 캐리 트레이드 전략을 재조정하는 계기를 맞을 수 있다.

또한 RBA의 ‘인내’ 전략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캐나다 중앙은행 등 다른 영어권 통화당국이 최근 제시한 ‘더 오래, 더 높게’(Higher for Longer)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이는 글로벌 자본시장 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시키되, 디스인플레이션 속도가 지연될 경우 각국 통화당국 간 정책 공조가 복잡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물가가 빠른 시일 내 목표 범위로 복귀하지 않는 한 2026년 이전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기업·가계 모두 장기금리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