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와】 캐나다 중앙은행(BoC·Bank of Canada)이 오는 7월 3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오버나이트 금리)를 2.75%로 세 번째 연속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전문가 사이에서 우세하다. 인플레이션의 최근 반등과 실업률 하락이 금리 동결 기조에 힘을 싣는다는 분석이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28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 7월 21~25일 설문조사 결과 다수 응답자는 올해 안에 최소 두 차례 이상의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BoC는 2024년 6월 이후 누적 225bp(1bp=0.01%p)를 인하했으나, 2025년 3월 이후 세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발 관세 압력이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당국이 관망 모드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1. 미·캐 관세 공방, 통화정책 최대 변수
캐나다 수출의 80% 이상이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만큼, 무역 환경은 경제 전망과 금리 결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이미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해 캐나다 기업과 가계의 심리를 위축시켰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현 USMCA)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캐나다산 제품에 대해 전면 35% 관세를 예고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됐다.
“예상보다 견조한 최근 지표와 재점화된 무역 긴장을 고려할 때 BoC는 당분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 제임스 나이틀리(ING 수석 국제이코노미스트)
다만 나이틀리는 “경제 둔화 리스크가 크다”면서 “연내 최소 두 차례 인하가 베이스라인”이라고 덧붙였다.
2. 설문 결과: 9월 25bp 인하에 무게
설문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 28명 중 18명(약 64%)은 9월 회의에서 정책금리가 2.50%로 25bp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까지는 ‘두 번 이상’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응답이 60% 이상(17명)으로, 이 중 5명은 세 차례 인하를 예상했다.
3. 경기 상황: 기술적 침체 가능성 대두
캐나다 경제는 1분기 (연율 2.2%) 성장 뒤 4월 -0.1%로 돌아섰다. 설문 중간값 기준 2분기 성장률은 -0.5%로 예상돼, 경기 후퇴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3분기는 제자리걸음, 4분기는 아슬아슬하게 0.8%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평균 성장률은 2025년과 2026년 모두 1.3%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기술적 침체’(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가 올해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21명 중 10명으로 절반에 가깝다. 이는 기업이 고용·투자를 보수적으로 유지하고 주택 수요마저 부진한 현실을 반영한다.
4. 주택 시장과 소비 심리
BoC의 완화적 금리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집값 하락과 이자 부담 완화가 자산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가계 소비가 제한되고 있다. 또한 최근 중앙은행 기업조사에서 기업들은 ‘전망 불확실성’을 이유로 채용과 설비투자 계획을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금리 수준만으로는 주택 시장을 되살리기 어렵다. USMCA 연장 협상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기업 투자는 부진을 벗어나기 힘들다.” — 에이브리 셴펠드(CIBC 캐피털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는 “무역 협상 결과가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나오지 않는 한, 올해 남은 기간 중 BoC가 두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5. 물가: 목표 범위 중심선에 근접
캐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1.9%로 BoC 목표범위(1~3%) 중앙값에 근접했다. 로이터 설문 중앙값은 물가가 2027년까지 평균 2%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다만 근원 물가 압력은 총량지표보다 높은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 통화당국의 고민이 이어질 전망이다.
6. 용어·배경 설명
오버나이트 금리(overnight rate)는 시중은행 간 초단기(하루) 자금거래 금리로, 캐나다 중앙은행이 직접 목표 범위를 설정·운영한다. 기준금리로 불리며 시장금리와 대출·예금 금리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
기술적 침체(technical recession)는 두 개 분기 연속 실질 GDP 감소를 뜻한다. 실업률 급등이나 금융불안이 동반되지 않아 체감경기는 침체 전면에 미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정책 대응의 중요한 판단근거가 된다.
7. 기자 시각과 전망
무역 리스크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까스로 유지되는 성장’과 ‘경기부양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이라는 두 축이 향후 1년간 캐나다 경제의 기본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택 시장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 위축이 본격화해 BoC의 인하 속도가 더 빨라질 여지도 있다. 반대로, 미·캐 양국이 USMCA 재협정과 관세 갈등을 조기에 타결하면, BoC는 물가 안정 추이를 확인한 뒤 완화적 스탠스를 완급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9월·12월 25bp씩 두 차례 인하가 현재 시장 컨센서스다. 다만 성장·물가·무역 변수 간 상호작용에 따라 연내 세 번째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