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시가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를 상대로 가격폭리(Price Gouging)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2025년 1월 남부 캘리포니아를 휩쓴 대형 산불 직후 임대료가 급등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2025년 7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하이디 펠트스타인 소토(Hydee Feldstein Soto) 로스앤젤레스 시 법무장관은 에어비앤비가 산불 비상사태 기간 중 시내 2,000개 이상의 숙소에서 임대료를 10% 이상 올리도록 방치해 캘리포니아주 ‘비상사태 가격통제법’(California Penal Code §396)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개빈 뉴섬(Gavin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1월 7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일대를 비상사태 지역으로 선포했고, 해당 선포는 여러 차례 연장됐다. 이때 발동되는 주법에 따르면 생활‧숙박 등 필수 재화·서비스 가격은 사전 가격 대비 10% 초과 인상이 금지된다.
소토 장관은 “에어비앤비가 시장 점유율 약 8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플랫폼이 가격폭리를 실질적으로 억제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사례가 계속 포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숙소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검증 완료(verified)’로 표시돼 소비자가 오도됐다”고 주장했다.
에어비앤비 측은 즉각 반박했다. 회사는 공식 성명을 통해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 최고경영자(CEO) 및 자선재단 에어비앤비.org가 화재 복구를 위해 총 3,00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2만4,000명에게 무료 긴급 주거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비상사태 이전 요금보다 10% 이상 인상하려 할 경우 플랫폼에서 오류 메시지가 자동 발생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 캘리포니아 비상사태 가격통제법이란?
본 법은 주지사가 선포한 State of Emergency 기간 동안 식량·연료·숙박 등 필수품목 가격을 제한해 재난 취약계층을 보호한다. 위반 시 건당 최대 2,500달러의 민사 벌금과 형사 책임이 병과될 수 있다.
이번 소송에서도 로스앤젤레스 시는 최대 2,500달러×위반 건수에 달하는 민사 제재금과 함께, 비상사태 기간 불법 임대료 책정을 즉각 중단하라는 금지명령(injunction)을 요구하고 있다.
소송장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에어비앤비가 캘리포니아 불공정경쟁법(Unfair Competition Law)도 위반했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공정경쟁법은 허위·기만적 영업행위를 금지하며, 주 법무장관뿐 아니라 각 시·카운티도 제소 권한을 가진다.
산불 피해 규모는 인명 30명 이상 사망, 건물 1만6,000채 이상 전소·파손으로 집계됐다. 특히 퍼시픽 팰리세이즈(Pacific Palisades) 팔리세이즈 화재와 알타데나(Altadena) 이튼(Eaton) 화재가 큰 피해를 남겼다. 피해 면적은 파리(Paris) 시 전체 면적을 웃돌 정도로 보고된다.
에어비앤비의 본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역시 재난 대비 조례가 엄격하지만, 플랫폼 기반 숙박업과 현행 법령 간 충돌이 반복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플랫폼이 숙박 중개자인지 숙박 사업자인지에 대한 규정이 모호해,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공유숙박 플랫폼의 규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행법상 가격통제 위반 적발 시 벌금 수준은 크지 않지만, 평판 리스크와 행정명령이 동반될 경우 플랫폼 전반의 사업모델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가 구축한 자동 가격 차단 시스템이 실제로 기능했다면 소송으로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로스앤젤레스 시 당국은 강조한다. “이는 기술적 조치의 미비 혹은 관리 소홀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플랫폼에 상당한 법적 의무가 부과될 수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최종 판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합의(settlement)가 이뤄질 경우 기업은 과태료와 함께 내부 시스템 개선, 피해자 보상 방안 등을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에어비앤비가 캘리포니아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단기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신뢰성 제고 및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 용어 설명 – ‘가격폭리(Price Gouging)’: 재난·비상 상황에서 수요가 급증한 필수품의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해 취약계층을 착취하는 행위. 미국 다수 주에서 형사·민사 처벌 대상이다.
로스앤젤레스 시와 에어비앤비 간 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공유경제 플랫폼 규제 체계 구축 논의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업계와 투자자, 소비자 모두가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